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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신불당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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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작가세계」로 등단하고, 2014년 시집 <글로리홀>을 펴낸 시인 김현의 첫 산문집, <걱정 말고 다녀와>는 김현의 '먹고사는' 삶이 생생하게 상영되는 영화관 같다. 그는 시인이며, 인권활동가이고,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한 바 있는 감독인 동시에, 임대주택 주민이자 도시 노동자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가족' '친구' '동료' '애인' 등은 낯설지 않다. 평범한 우리의 삶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작가 이부록은 김현의 삶과 켄 로치의 영화를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한다. 푸른빛을 띤 그의 작품은 '픽토그램'을 활용하여 보통 사람의 삶을 보여준다. 이 책은 시인 김현, 미술작가 이부록, 영화감독 켄 로치의 사유가 직조된, 그야말로 장르의 경계를 넘는 에세이집이다. 들어서며_놀고먹을 수는 없을까? : 나에게는 시인 김현의 글과 삶이 영사되는 나 혼자만의 영화관이 있다. 그의 맑은 눈빛, 커다란 귀, 실수는 죄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듯한 넉넉한 미소를 보며 타인을 보듬는 애정을 배웠다. 슬프고 억울한 사람 편에 설 때면 누구보다 단단하고 비판적인 언어와 태도로 무장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용기를 배웠다. 그가 켄 로치 감독의 영화를 보며 그랬듯, 나 역시 그를 지켜보며 대여받은 감정과 가치가 참 많다.
이 한 권의 에세이는 시인 김현이 문장으로 지어놓은 우리 모두의 영화관이 될 것이다. 시인이면서 인권활동가이고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한 바 있는 감독인 동시에 임대아파트 주민이자 도시 노동자인 그의 생활이 상영되는 영화관…. 이제 관객은 그의 가족, 친구, 짝꿍, 그리고 돈을 벌며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어떻게 그를 애정이 넘치면서도 용기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하는지 관람하면 되는 것이다. 나이 들어가는 부모를 이해하는 과정, 다세대주택 복도에서 친구와 얼싸안고 울먹일 수밖에 없었던 날, 짝꿍을 이해하기 위해 짧지 않은 소설을 쓰기로 한 선택, 시시때때로 도시 노동자에게 닥치는 시련에 대응하는 태도가 이 영화에는 담겨 있다. 현실은 연약하고 “울음은 웃음보다 성실”하다는 걸 알지만, 김현 시인님, 현아, 삶이 삶을 구한다는 그 문장을 나는 믿는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7년 7월 27일자 '잠깐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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