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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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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의 시위대가 구글 통근 버스에 돌을 던져 유리창을 깨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디지털 자본주의의 총아이자 성장 경제를 주도하는 대표적 기업 구글의 종사자들이 돌팔매의 타깃이 된 것이다. 현대 디지털 경제에서 승자독식과 불평등의 폐해가 빚어낸 갈등은 1%와 99% 간의 싸움인가? 1%로 향한 돌팔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착취적이고 성장에 얽매인 경제 운영체제에서 문제의 근본을 찾는다. 기술은 발전하여 인간의 허드렛일을 기계와 로봇이 대신하게 되었으나, 경제 프로그램의 근본 코드는 중세 말 권력 구조에 의해 인위적으로 탄생한 산업주의의 경제 운영체계의 편향을 그대로 가져 왔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라는 새 술을 산업주의의 헌 부대에 담은 것이다. 디지털 산업주의의 편향은 독점의 편향이며, 착취의 편향이다. 실제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 활동이 아니라 개별 경제 주체들 간의 활발한 통상을 방해하고 거기에서 가치를 추출하여 경제 권력의 금고 속으로 빼내가는 경제 운영체제를 더욱 고착화한다.

김진철 (문화평론가)
: 현재, 경제 - 사회 전 분야에 도도히 밀어닥치는 뉴 메가트렌드를 "4차 산업혁명"이라 일컫습니다만, 수십 년 전에도 (오늘날에 와서) "3차 산업혁명"이라 (재)규정될 만한 흐름이 분명 있었습니다. 경제, 산업 현상은 그 독자논리로 설명되면 충분하지만, 사회학자, 인문학자들은 그에 만족하지 못하고 언제나 인문적(혹은 다른 패러다임적) 의미 부여를 하려 들었습니다. 정보화의 물결은, 필연적으로 불특정 다수 사이에 다량의 정보가 공유되는 결과를 낳고, 이것이 민주주의, 탈 중앙집권, 경제 민주화 등을 차례로 유발한다는 게 그간 많은 이들(적어도 진보 진영)이 막연하나마 품어 왔던 기대였습니다. 실제로 그런 기대는 그간 적지 않은 부분이 충족, 실현되기도 했고, 아랍의 봄이니 유로마이단이니 하는 대사건들이, 모두 정보의 민주화라는 분명한 대세의 덕을 입은 게 확실합니다.

이 책은 크게 보아 마르크스적 진보 패러다임을 적잖이 계승하고(물론 현대적 재해석과 비판도 다분히 개진합니다만), 현재 폭풍처럼 밀어닥치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역사의 진보, 민주주의의 확산, 자본의 착취적 작동 기제 완화(내지 폐지)와는 상당히 먼 목표와 결과를 향해 달려감을 꼬집은 내용입니다. 저는 처음에 제목만 보고 일부 (IT) 기업의 이기적, 반사회적 행태를 고발한 내용일 줄 알았는데, 그보다 다루는 범위와 주제가 훨씬 크더군요. 매우 원대한 비전과 분석을 담은 책이므로, 경제학, 사회학의 세부 어떤 분야에도 부교재 비슷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 어르신 세대 같으면 사회과학 동아리에서 발제용 텍스트로 대번에 선정되었을 성격입니다. 물론 효용이 다한 고리타분한 이념 타령이 아니라, 소재가 철저히 "우리 시대"에 벌어지는 경제 구조적 모순, 비위, 혹은 불건강한 혁신 등에 초점을 두었기에, 과거의 이념 추이에 대해 전혀 몰라도 읽어 나가는 데에 부담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쪽에 소양이 있는 독자들이 이 책을 훨씬 재미있게 독파할 것입니다. 마치 오래 전에 끊긴 시리즈물이 뜻밖의 시점에서 속편을 내놓은 양 말이죠.

자연이 편안히 제공해 주는 정도 분량의 식량으로는 도저히 감당 못할 만큼 종족의 머릿수가 늘어남에 따라, 우리들 인간은 일정한 체제를 구성하여 생존을 위한 경제활동을 꾸려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화폐 경제, 시장 경제는 본디 아주 소박한 기원을 잡고 시작되었습니다. 저자는 귀금속류와 "영수증"류가 어떻게 해서 금속 화폐, 지폐로 탈바꿈을 했는지 매우 직관적이고 재미있게 설명하시는데, 좀 지나친 단순화라는 느낌이 없진 않지만, 많은 초보 독자들에게는 매우 유익한 서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여튼, 저렇게 소박하게 시작한 시스템이, 어떤 무오류나 영속적인 특성을 본질로 그 안에 담을 수는 없습니다. 자연히 모순이 발생하고, 수시로 기름칠을 해 주지 않으면 반드시 부작용을 낳게 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서 수시로 표현되는 대로, "꼬리가 개를 흔드는" 역작용은 바로 성장 제일주의, 물신주의, 시장 만능에 대한 근거 없는 맹신 따위 때문에 발생합니다. 이 책에서 가장 핵심에 놓여지는 키워드는 "자본 수익률과 실물 경제 성장률 사이의 간극, 괴리"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실물의 성장, 생산은 속도가 느릿한데, 오로지 자본만이 쉴 새 없이 과실의 증식(쉽게 말해 이자 상환)을 독촉하니, 사람이고 사회고 공동체고 그 등쌀을 배겨내겠냐는 겁니다. 저자께서 탁월한 입담, 빈틈없는 논지로 이런 주장을 펴시니, 책을 읽는 중 독자들은 "아, 성장은 원칙이 아니라 예외에 불과했구나."처럼 절로 설득이 안 될 수가 없더군요.

이러던 게, 중세 이후, 또 1차 산업혁명 초창기를 거치며 착취적 체제의 특성을 더욱 고착시키다 보니, 산출이 늘어나고 생활이 풍족해질망정 사람이 행복해할 시간은 역으로 갈수록 줄어드는 결과가 발생하는 거죠. 이제 이 왜 책 제목이 "구글 버스에... "인지로 다시 눈을 돌리겠습니다. 리뷰 서두에 "정보화와 민주화는 함께 가는 친구"란 기대가, 지식인들이나 IT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만연했다고 썼습니다(물론 이 책을 읽으며 얻은 사항의 요약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그런 나이브한 기대가 작금의 본격 4차 산업혁명을 맞으며 어떻게 붕괴되는지를 통렬히 고발한 책이라고 해도 됩니다. 오히려 부의 편재는 가속화되며, 경쟁에서 승리한 기업의 독점은 더욱 공고해지고, 사람들은 (이미 여러 미디어에서 경고 섞인 보도를 해 온 대로) 일자리를 도처에서 잃어갑니다. 마르크스 이래 여러 사상가들이 지적해 온 바대로, "일에서, 경제에서, 생산에서, 사람이 소외되어서는 안 되며, 사람은 언제나 최우선의 가치를 점해야 마땅한데" 최근의 추세는 그와는 정반대로 간다 이 소리입니다. 물론 이 책은 그런 예리하고 탁월한 결론의 제시에만 장점이 있는 건 아니고, 그런 결론을 도출하기까지 원용, 정리, 분석된 방대한 사례들을 또 눈여겨 봐야 합니다.

이미 1940년대에 노버트 위너는 사이버네틱스의 시원적 아이디어를 체계화한 적 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위너가 무슨 말을 꺼낸 건지 이해하는 이들이 거의 없었을 텝니다. 우리는 지금 그가 예견한 사회상이 거진 다 실현되어가는 "미래"에 살고 있기에, 이 예견이 얼마나 너른 지평을 마련했었는지, 또 그 지엽적 희망 일부가 어떻게 역설적이고 파괴적인 결말로 수렴해 가는지, 민망하게도 일일이 관찰해 가는 처지입니다.
MIT의 브리뇰프슨과 맥카피는 "대 분리(great decoupling)"이란 개념을 규정하는데(이 책 p72), 이건 쉽게 말해서 혁신과 성장(실물 성장이 유지되는 기간에서조차)은 성장대로 따로 놀고, 사람들의 만족이나 행복, 일자리 수 등은 그것대로 감소, 퇴락, 하향세를 따로 그린다는 겁니다. decoupling이란 말 자체가, 과거 한때에는 동조화를 이루던 때도 있었음을 암시하지 않겠습니까? 자본주의가 한때 맹렬한 찬사의 대상이 되었을 때는 "커플링"이 매우 희망적 추세를 보였을 시절입니다. 자본은 증식하고, 부자는 당연히 돈을 벌고, 노동자도 덩달아 풍요를 누릴 수 있던 "호시절"말입니다. 정보화 사회가 추세를 가속화하고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르면, 이런 장밋빛 희망은 더욱 농도가 짙어졌으면 짙어졌지, 그 빛이 퇴색하지는 않으리라는 기대가 분명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기대는, 일부 이기적이고 타락한 경영 윤리, 생산 방식을 가진 기업들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다는 게 저자의 논지입니다.

저자는 화폐의 발달사에 대해서도 대단히 흥미로운 점을 우리 독자 앞에 능란한 화술로 부각합니다. 그에 따르면, 본디 화폐는 "로컬"한 성격이었으나, 이를 중앙 정부가 권력 집중 과정에서 발행권까지 독점하려 들었고, 현대인들이 너무나 당연히 여기는 상식처럼 "중앙 정부 아닌 그 어떤 단체가 발행하는 화폐란 믿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자체가 범죄"라는, 정반대의 통념이 자리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요즘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서 지방화폐 보급 운동을 열심히 펴 나가는 추세가, 이 관점대로라면 더 의미심장해지기도 하죠. 그게 별난 게 아니라, 이제서야 정상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겁니다. 영어에 seigniorage effect란 말이 있는데, 이 용어가 처음 코인되었을 때에는 발행자 측의 부당한 횡포를 꼬집는 의미가 더 강했습니다. 저자는 특히, 부당한 생산성 강요의 행태, 강제 기제가 이미 중앙 정부의 법화 발행 과정에 포함되어 있다고까지 합니다.

저자가 이 긴 논의를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당연히 비트코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제목에서 그 점까지 유추한 후 기대를 품고 책을 열어 본 독자는 거의 없지 싶은데, 이 책은 (사실) 주제가 주제이다 보니 당연히 비트코인 이야기도 제법 많습니다. 비트코인은 앞서 말한 대로, 중앙정부가 부려 대는 화폐 독점 발행권의 횡포를 전면 제거하고, 지방화폐의 공간적 제약도 극복하며, 인쇄기술의 복잡한 잔재주도 부리지 않은 채 이중거래, 부정거래, 조작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빼어난 기술입니다.
그럼 이 착취적 시스템으로부터 경제적 약자를 해방시킴과 동시에, 거래의 편의도 증폭하고, 거래비용도 0에 수렴하게 만드는 자유와 진보의 벗이 비트코인일까요? 저자는 "그 희소성(아직은 아니나 이제 곧 직면하겠죠)"이 바로 민주주의의 적이 될 핵심 독소라고 지적합니다. 비트코인에 투자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언제든 그 대안이 나올 수 있다고 하면서요(또, "비트코인은 본디 그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고도 합니다. 마치 도사님의 예언 같습니다). 저자의 통찰은 참으로 예리한데, 왜 월스트리트가 갑자기 이 가상화폐 투자에 2013년부터 열을 올리기 시작했냐는 겁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중국인들이 부쩍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쪽에서도 일종의 보험이나 헷징 삼아 물량 확보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거죠.
3장은 아예 노골적으로 지역 화폐 이야기입니다. "돈은 동사이지 명사가 아니다." 거참, 진짜 멋진 말 아닐까요? 우리말 "돈"은 어원상 돌고돌아서 돈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저자야 당연 그런 사정을 알 리 없지만 돈은 기본적으로 무제한의 유통을 보장해야 한다는 거죠. 돈은 결코 그 자체가 가치를 표상해서는 안 되며, 어디까지나 교환과 유통을 촉진하는 수단에 그쳐야 한다는 겁니다. 사실 이 생각을 조금만 더 확장하면 모든 투자를 투기로 볼 수 있고, 생산된 재화나 용역은 최종 소비자의 직접 효용 창출에만 쓰여야지 결코 딴눈을 팔아서는 안 된다는 건데 조금만 더 나아가면 공산주의 맞습니다^^ 하지만 본디 약과 독은 배합에 따라 용도가 갈릴 뿐 같은 스펙트럼상에 있지 않습니까? 개혁과 혁신, 혁명도 마찬가지입니다. 3장은 후반부에서 지역화폐의 활용에 대한 정책 대안이 꽤 구체적이므로 정말 일독할 가치가 있습니다.

4장은 혹시 정말로 공산주의 아니냐는 오해를 훨훨 떨어내기 위해(?), 금융의 탈개인화, 탈중개화가 어떤 식으로 투자 효율화를 가져오는지, 크라우드 소싱 방식이 얼마나 사업자의 위험과 부담을 체계적으로 덜어내었는지를 논증합니다. p281을 보면, "... 망(net)이 제대로 활용되기만 하면, 자금 제공자는 중개기관을 거치지 않아도 되고, 신속한 엑시트(exit)를 위해 한창 진행 중인 생산을 접을 필요도 없어지며... "란 대목이 나옵니다. 제 생각엔 저 뒷부분이 진짜 포인트인데, 순전히 채권자의 욕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발생하는 엄청난 개인적, 사회적 비효율과 낭비가 원천적, 이론적으로 차단된다는 함의 아니겠습니까? 진짜 성장과 번영, 행복, 일자리가 "커플링"되어 행진할 수 있다는 벅찬 결론도 되고요.
저자의 결론은 결국 "탈 권력의 분산경제"입니다. 이 분산경제를 그동안 여러 뜻있는 운동가들과 개혁가들이 이루려 했으나, 그 제도적 뒷받침이 미비했고, 그 이전에 약탈적 시스템의 폐해와 모순도 제대로 간파 못 했던 거죠. 디지털은 잠시의 초기 착시를 통해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꿰뚫게 도와 줬고, 현재 일부 기업들이 독점을 통한 파렴치한 오용을 꾀하긴 하나 이런 움직임 역시 깨어 있는 시민들에 의해 간파되어 간다는 겁니다.("오클랜드 시민들, 구글 버스에다 돌을 던지다!") 돈 몇 푼에 내 자존과 자유를 팔지 말고, 무한히 열린 가능성을 보다 생산적이고 윤리적인 방향으로 선용하자는 게 결국 저자의 바텀 라인입니다. 절대 어려운 책이 아니니 꼭 읽어 보셨으면 합니다. 좋은 말만 가득 쓰인 책보다 이처럼 이론적 분석까지가 치밀히 이뤄진 책이 훨씬 유익한 자산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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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레 신문 2017년 11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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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기술과 문화를 주제로 한 베스트셀러 《Present Shock》과 십여 권의 책을 쓴 작가이며 MIT로부터 세계 10대 영향력 있는 연구자로 선정되었다. PBS 방송국의 다큐멘터리, Frontline 외에 여러 편의 다큐를 제작했다. 현재 Queens college에서 미디어학 교수로서 세계 경제와 사회, 미디어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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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연세대학교를 졸업했다. 노동운동을 했다. 《L의 비망록》, 《국가를 위하여》 등 여러 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2012년 광주항쟁과 팔레스타인 인티파다를 소재로 한 장편소설 《미래는 남은 자들의 유서이다》를 출간했다. 번역서로는 미국 하원국제관계위원회에서 출간한 《프레이저보고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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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서울대학교에서 언론정보학과 지리교육학을 전공했고, KDI MBA 과정 finance&banking을 공부했으며,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한영통번역과를 졸업했다. 언론사에서 정치․경제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대이동의 시대』, 『무역의 세계사』, 『긍정적 이탈』, 『부의 절대 솔루션』, 『경쟁력』, 『나는 돈이 없어도 사업을 한다』, 『구글버스에 돌을 던지다』(공역), 『앨런 그린스펀의 삶과 시대』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