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눈으로 본 한 가족의 이야기이자, 자동차의 일생이 담긴 그림책. 같은 해에 태어난 아이와 자동차는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집으로 갈 때, 어린이집에 가고, 초등학교에 갈 때, 산마을부터 바닷가까지 여행을 다닐 때, 언제나 아이와 함께 달렸던 빛나는 순간들을 자동차는 기억한다.
작가 김혜형은 성장하는 아이와 낡아 가는 자동차가 함께 만들어 가는 애틋한 일상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화가 김효은은 차가운 기계가 아니라 따뜻한 마음을 지닌 캐릭터로 자동차에 숨을 불어넣는다. 은근하게 드러나는 자동차의 표정, 점점 낡아 가는 자동차의 모습, 자동차와 아이의 교감까지 섬세하게 표현된 그림 덕분에 자동차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최근작 :<자연에서 읽다> ,<열일곱 살 자동차> ,<일기 쓰기 싫어요!> … 총 8종 (모두보기) 소개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십수 년간 출판 편집자로 일했습니다. 출판사를 그만둔 후 시골로 가서 농사를 짓고 자연을 관찰하며 몇 권의 책을 썼습니다.
쓴 책으로 <자연에서 읽다>, <암탉, 엄마가 되다>, <열일곱살 자동차>, <일기 쓰기 싫어요> 등이 있습니다.
17년, 자동차에도 표정이 생기는 시간
첫 장면에서 자동차 한 대가 쌩하게 달려간다. 이 자동차는 공장에서 갓 나온 반짝반짝한 새 자동차다. 자동차는 곧 아이를 낳을 엄마를 태우고 급하게 병원으로 간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자동차는 아이와 17년의 세월을 함께한다.
이 그림책은 자동차의 눈으로 본 한 가족의 이야기이자, 자동차의 일생이다.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집으로 갈 때, 아이가 자라 어린이집에 가고, 초등학교에 갈 때, 산마을부터 바닷가까지 여행을 다닐 때, 자동차는 어디든 아이를 태우고 달려간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김혜형 작가가 17년 동안 탔던 실제 자동차다. 작가는 성장하는 아이와 낡아 가는 자동차가 함께 만들어 가는 애틋한 일상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화가 김효은은 차가운 기계가 아니라 따뜻한 마음을 지닌 캐릭터로 자동차에 숨을 불어넣는다. 은근하게 드러나는 자동차의 표정, 점점 낡아 가는 자동차의 모습, 자동차와 아이의 교감까지 섬세하게 표현된 그림 덕분에 자동차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다 기억할게
우리가 함께 달렸던 수많은 길들
같은 해에 태어난 아이와 자동차는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 아이가 열일곱 살이 되는 시간은 자동차도 열일곱 살이 되는 시간이다. 아이는 언제나 자동차 뒷자리에 앉는다. 처음 자동차에 탄 그날부터 뒷자리는 언제나 아이 차지다. 17년 동안 32만 3137킬로미터를 달리는 사이, 자동차에는 세 식구의 일상이 켜켜이 쌓여 간다. 차 안에서 신나게 동요를 따라 부르고, 처음 학교에 가고, 캠핑장에서 함께 별을 보고, 산마을과 바닷가를 달리며 기억 속에서 빛나는 추억이 하나둘 늘어간다.
눈발 흩날리는 산마을에서 햇살 눈부신 바닷가까지.
내 튼튼한 바퀴가 닿지 않은 길이 없을 거야.
우린 여행을 무척 많이 다녔잖아. - 본문 17쪽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물이든 공간이든, 오랜 시간 일상을 함께하며 눈길을 마주치고 손길을 나누면 추억이 쌓이고 정이 든다. 자동차는 누군가를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며 살아가는 소소한 행복을 보여 준다.
슬퍼하지 마
사람이나 자동차나 끝없이 달릴 수는 없잖아
17년을 달리면서, 자동차는 뒤에서 오는 차한테 받히기도 하고, 엔진에 물이 들어가기도 하고, 여기저기 긁히기도 하면서 점점 녹슬고, 삐걱거리고, 부서져 간다. 녹스는 걸 막아 보겠다고 찾아간 카센터에서 시커먼 스프레이 칠을 당한 뒤 은빛 자동차는 폭탄 맞은 것처럼 얼룩덜룩한 숯검댕이가 되었고, 소음기까지 망가져 요란한 소리를 질러 대는 폭주족 고물 차가 되어 버렸다.
나를 만든 회사에서는 더 이상 내 부품을 생산하지 않는대.
예쁘고 기능도 뛰어나고 값비싼 새 자동차를 만들기도 바쁘대.
그제야 알았어.
내가 진짜로 오래된 차라는 것을. - 본문 28쪽
더 이상 새 부품으로 교체할 수도 없을 지경이 되어 근근이 움직이던 자동차는 어느 순간 길에서 멈춰 버리고, 가족은 자동차와 이별을 준비한다.
이 그림책은 낡아 가는 자동차의 이야기지만, 한편으로 나이 들어가는 부모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언젠가 삶을 마치게 될 마지막 순간을 떠올릴 때, 사랑하는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자동차가 먼저 들려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와서 책을 덮지 못하고,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 책장을 넘겨본다. 어느 순간 자동차는 부모의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발견한다.
정든 이와 헤어지는 일은 무척 아프다. 오랫동안 함께해 온 자동차와의 이별을 통해 사람이든, 자동차든 모든 삶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는 것, 우리는 다만 그 사이를 충실히 살며 스스로 삶을 만들어 간다는 걸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