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역사, 철학, 신화, 예술 등을 폭넓게 넘나들며 고유한 문학적 영토를 일구어 온 저자가 음악의 시원과 본질을 탐색한 작품이다. 그는 중세 독일의 신비주의 사상가인 에크하르트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나는 소리가 나는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기를 권한다”, “아무것도 듣지 말라”, “음악으로부터 멀어지라”.
그의 '음악 증오'는 그가 줄곧 보여 준, 뿌리 뽑힌 현재에 대한 근본주의적 부정의 맥락 안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선 최초로 소리가 발현된 곳으로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음악의 원형을 제시하는데, 그것은 눈물, 탄식, 고통, 공포 죽음 같은 어둡고 폭력적인 것과 강박적으로 엮여 있어 음악을 듣기 좋은 음을 배합하는 기술로 간주하는 일상적 관점을 재검토하게 만든다. 다른 한편으로 타인을 끌어당기고 무리를 짓게 하며 나아가 인간을 예속화하는 도구로서의 음악에 대해서도 고찰한다.
음악의 기묘한 힘은 전기의 발명과 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강력해져 이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결국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 “어떻게 음악 바깥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어쩌면 음악에 이르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음악의 바깥으로, 즉 ‘소리의 광야’로 나가야 함을 함축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1장 성 베드로의 눈물
2장 귀에는 눈꺼풀이 없다
3장 나의 죽음에 관하여
4장 소리와 밤의 유대에 대하여
5장 세이렌의 노래
6장 루이 11세와 노래하는 돼지들
7장 음악 혐오
8장 레스, 오하드, 에크하르트
9장 저주를 풀다
10장 관계의 끝
옮긴이의 말 _ 음악에 이르는 길
작품 목록
김유진 (옮긴이)의 말
『음악 혐오』는 음악의 기원에 관한 사유이자, 음악이 인간의 육체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연구이며, 반대로 인류 문명은 어떠한 방식으로 음악을 남용했는지에 관한 반성인 동시에, 작가 개인에게 음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내밀한 고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