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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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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를 읽다보면 수많은 인물들을 접하게 된다. 역사에 이름이 남았다는 것은 그 시대의 획을 긋는 중요한 사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의미한다. 그중에서도 개혁가라고 평가받는 인물은 기존 사회의 변화를 추구한 특별한 매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간다.
춘추전국시대 말기 진나라의 부국강병을 이끌어 훗날 중국 최초로 통일국가의 기초를 세운 상앙, 서한 말기의 혼란한 정국을 <주례>가 지배하던 시대로 되돌리려 했던 왕망, 송나라 때 화려한 문민정치의 실현이라는 이상과 나약한 대외관계라는 현실과의 차이를 메우려 했던 왕안석, 명나라 말기 어린 신종황제를 보필해서 왕조의 새로운 중흥을 시도했던 장거정, 쓰러져가는 늙은 제국 청나라를 근대식 국가로 탈바꿈시키려 했던 강유위 등. 모두 중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개혁을 추구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시대사적 환경에서 그 속의 문제들을 타 파해가며 궁극적으로는 부국강병을 이룸으로써 중국사에 깊은 족적을 남기고 후대 역사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중 장거정의 생애를 중심으로 명대 중엽 이후의 역사를 기술한 <장거정전>은 런위탕의 <소동파전>, 우한의 <주원장전>, 량치차오의 <이홍장전>과 더불어 20세기 중국의 4대 전기작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저자 주둥룬은 장거정이라는 한 인물의 탄생에서부터 과거시험을 거쳐 말단 관리에서부터 권력의 중심에 오르기까지 인내하며 기다렸던 긴 시간, 목종의 서거를 기화로 권력의 전면에 부상하는 과정, 어린 황제 신종(만력제)과 교류했던 인간적인 연민, 황제와 사직에 쏟았던 열정 등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옮긴이의 말 05 : <장거정 평전>은 중국 명나라 말기, 무너져가던 왕조를 개혁하기 위해 몸부림쳤던 장거정에 관한 책입니다. 이 책은 중국 전문가인 이화승 교수의 번역본을 추천하는데, 아쉽게도 절판되었습니다. 하여 남은 책을 모두 구입했을 만큼 아끼는 책입니다. : 개혁을 말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기는 어렵고 성공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10년간의 개혁으로 쓰러져가는 왕조의 역사를 70년이나 연장했다는 평가를 받는 정치인이 있다. 명나라 재상 장거정의 이야기다.
장거정이 중국 역사상 3대 재상, 4대 재상, 6대 재상을 꼽을 때마다 빠지지 않는 이유가 있다. 바로 성공한 개혁가였기 때문이다. 송대 문민정치를 꿈꿨던 왕안석, 청말 쓰러져가는 제국을 근대 국가로 바꾸려 했던 강유위가 실패했던 개혁을 그는 이루어냈다. 21세기 중국인들은 16세기의 재상 장거정이 이루어낸 성과를 온고지신의 모델이라 말한다. 역사는 그를 왜 성공한 개혁가로 평가하는가? 평민으로 시작해 능력과 재능만으로 재상에까지 이른 성공신화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가 실행한 개혁이 국가를 튼튼히 하고 백성의 삶을 안정시키는데 기여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관리들에 대한 평가시스템을 개혁해 부패하고 무능한 관료사회를 혁신했고, 국방을 튼튼히 해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조세제도의 개혁을 통해 백성들의 삶을 안정시켰다. 그의 사후 기득권층의 반발로 개혁이 후퇴하면서 명나라는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나마 장거정의 개혁의 성공이 있었기에 쓰러져가는 명나라가 70년 이상 더 지탱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왕조국가의 특성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개혁이 한 개인의 탁월한 능력이나 절대권력만으로 이뤄졌을 경우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지금 대한민국도 바로 개혁이 절실한 시기이다. 나라를 튼튼히 하고 심각한 양극화를 해소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하는 절박한 개혁의 과제가 우리 모두의 앞에 놓여 있다. 지도자의 능력과 의지가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국민과 함께 하는 개혁,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한 사회로의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웃나라의 옛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함께 이뤄야 할 개혁의 이야기가 이 책속에 담겨 있다. 중국전문가 이화승 교수가 펴낸 이번 개정판 번역서에는 중국의 고문을 독자들에게 더 쉽게 더 생생하게 전하려고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그리고 한 정치인의 소신과 철학이 책 위에서 걸어 나와 대한민국의 현재와 마주한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7년 7월 28일자 '출판 새책' - 중앙일보 2017년 7월 29일자 '책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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