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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시선 11권. 김산의 두번째 시집. 김산 시인의 시는 유니크하다. 시집의 제목을 차용하자면 '치명적'으로 유니크하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시는 유니크하게 죽음에 이르고자 한다. 김산 시인이 제시하는 생의 실체는 "죽어 가는 사람은 죽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는 데 있다. 이러한 인식은 죽음을 통한 삶의 재편과 재생이라는 지극히 전략적인 통상의 방법론을 훌쩍 넘어선다.

: 김산은 노래하는 악동이다. 어쿠스틱한 배음을 깔고 두근두근 노래하며 관념적으로 읊조린다. 사각사각 약진하다 잠시 멈춰 서서 흔한 노래를 흔하지 않게 부르는 시객(詩客)이다. 은하의 애인이자 아들이자 친구인 김산의 가면은 놀이를 넘어서서 실존의 본면을 드러내며 웃고 떠든다. 우주 소년으로 명명되는 그의 레테르는 사실상 공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지구와 외계의 경계에서 새로운 중간계의 언어적 질서를 궁구하는 시적 노고가 이번 시집에서도 가득하다. 김산은 언어와 싸울 준비 태세가 되어 있다. “나는 당신이 남긴 최후의 배경입니다”라는 구절에 이르기까지 “당신의 언어”와 “당신의 혀”와 수많은 기호들을 이리저리 공글려 제 몸에 시라는 것의 증거를 새긴다.
언어에 대한 메타적 사유뿐 아니라 시 장르 자체에 대한 회의도 시집 곳곳에서 펼쳐진다. 은하에서 유희하던 시적 자아가 은하의 시원과 노래의 본질에 대해 본격적으로 탐구한다. 가령 “사각사각”이란 의성어를 만나거나, 사과 한 알을 통해 취향과 계절의 운동성을 만나고, 이를 통해 다른 우주의 길을 만나는 격이다. 김산은 자주 존재를 증명할 유일한 방법은 기호라는 것을 설파한다. 기호에 대한 자각이 풍자적으로 드러나다가 다시 언어의 근원으로 환원하는 치명적인 그림을 시집에서 많이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흔한 시”를 가장 오래 기억할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그는 “흔한 시”를 쓰고 싶은지도 모른다. 가장 흔한 일이 먹고, 싸고, 죽는 일이라는 것을 말하면서도 그것은 흔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우리는 흔하지만 “흔한 시”가 아닌, 그러면서도 “흔한 시”가 김산에게 매일 향연처럼 펼쳐져 ‘태양의 시민권자’로 신이 나기를 바라는 것이다.
: 김산은 시의 리듬이 단순한 스타일과 독특한 효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캄캄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갇힌 사람과 일상의 견고한 개념에 둘러싸인 사물, 그리고 생기를 잃은 모든 존재의 잠재력을 일깨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 하나의 얼룩이나 음가에 불과했던 말이 조금씩 색조를 띠고 진동하는 과정을 지켜보자. 커졌다 작아지는 음량의 조절과 점차 짙어지다가 지워지는 농도의 변화 속에서 설명할 수 없는 감정과 복잡한 심경들이 천천히 어떤 무늬로 떠오르다가 마침내 화음을 이루는 과정에 눈과 입과 귀를 맡기자. 함부로 향하는 말의 틈에서 오묘한 향이 퍼지고 불쑥 튀어나와서 아무렇게나 쏠리는 감정들이 비밀스런 리듬을 이루는 과정에 동참하자. 아무 곳에나 넘치는 허술한 위로나 비슷하게 반복되는 조언들이 야릇한 매력에 기대어 무책임하게 감정을 뒤흔드는 것과 달리 정체를 알 수 없는 고통과 불안한 감정이 스스로 힘을 얻는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감정을 자극하는 말과 망상에 시달리는 언어에 짓눌린 마음이 구체적인 몸과 접촉하는 시적 경험, 이것이야말로 감정시학의 리듬이 지닌 힘이다.

수상 :2016년 제주4.3평화문학상
최근작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시집>,<활력>,<한국 고전문학 읽기 48 : 동문선> … 총 6종 (모두보기)
소개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2007년 《시인세계》로 등단했다.
시집 『키키』 『치명』이 있으며, 2013년 대산창작기금 수혜, 제주4·3평화문학상, 김춘수시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현재 프로젝트 포크밴드에서 노래와 기타를 치고 있으며,
인천 동화마을에서 까만 강아지 ‘나무’와 오붓하게 살고 있다.

김산 (지은이)의 말
나의 못된 귀와 눈과 손은
아직 당신을 기억하고 있다

차마 만질 수 없지만
부르면 언제든 달려오는 너의 빛

조금씩 너에게로 다가가고 있다
‘은하’에게 이 비루함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