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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야탑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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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미국의 기업진단기관으로부터 ‘생존 불가능(cannot survive)’이라는 진단을 받은 한 회사가 있었다. 1997년에는 무려 77일간의 장기 파업 사태로 하루하루 빚만 쌓여 가는 상황이었다. 모두가 회생 불가능할 것이라 입을 모아 말한 회사였다. 그러나 그 회사는 단 3년 만에 1,717억 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당시 700여 상장사를 대상으로 비교한 결과 영업 이익률 1위라는 타이틀도 거머쥔 회사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당장 부도를 맞고 파산을 해도 이상할 것이 없던 회사가 3년 만에 초우량 기업으로 변신을 한 것이다.

이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는 1974년 5월에 설립된, 텔레비전 브라운관과 컴퓨터 모니터용 유리를 생산하던 ‘한국전기초자’의 이야기다. 1998년부터 시작된 대대적인 경영 혁신 운동 3년사(史)를 담은 『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는 당시 대우그룹에 소속되어 있던 서두칠 사장이 전문경영인으로 온 후 한국전기초자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세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증보판으로 다시 펴내면서, 한국전기초자에서 서두칠 사장과 함께했던 최성율 팀장의 ‘성공혁신 사례’도 싣고 있어 당시 어떤 식으로 혁신 운동이 전개되었는지 더욱 생생하게 알 수 있도록 하였다.

‘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 증보판을 내며… | 004
책머리에 | 10년 같은 3년 009
추천의 글 | 또 다른 혁신 신화의 탄생을 기대하며 016
프롤로그 | 기적은 없다 020
한국전기초자 어떤 회사인가 | 024

1. 1997년 그 뜨거웠던 여름
왜 서두칠인가? 030 |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다 038 | 그 해 여름 77일 047 | 하룻밤 새 주인이 바뀌다 066

2. 혁신의 혁(革)은 ‘가죽 혁(革)’이다
섬기러 왔습니다 076 | 7가지 방향의 구조조정 086 | 하루살이 회사 091 | 사장이 솔선수범하는데 별 수 있나 101 | 사장이 된 운전기사 107 | 가부장적 노사관계는 가라 115 | 열외는 없다 124 | 구름 위에서 한번 놀아보자 132 | 기술 독립 선언 141 | 돌공장에 간 유리기술자들 148 | 위 아래 대신 옆과 옆이다 156 | 드디어 나왔습니다, 나왔어요! 161 | 이럴 수도 있는 거구나! 165

3. 가장 어려운 일을,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는 회사
퇴출 대상 1호 170 | 시장을 주도하다 177 | 아줌마 지원 부대 0183 | 창사 이래 최대 흑자 199 | 뒤바뀐 취임사와 축사 213 |

4. 영속하는 우량기업의 조건
다시 다가온 해고의 불안감 222 | 다윈의 풀잎 232 | 아사히글라스로 241 | M&A의 새 모델을 만들다 246 | 많이 벌었다 그 다음은? 252 | 미래를 위해 투자하라 256 | 차입금 제로 상태를 선언하다 265 | 굴뚝산업이라고 폄하하지 마라 280 |

5. 이별, 그리고 다시 서두칠로…
외자에도 품질이 있다 292 | 그리고 서두칠로… 302 |

권선복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대표이사, 영상고등학교 운영위원장, 한국정책학회 운영이사)
: ‘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 증보판을 내며…

‘세월이 쏜 화살과 같다’는 속담이 요즘처럼 실감나는 때도 없다. 세월이 훌렁훌렁 지나 금세 10년이 되고 20년이 된다. 세상은 또 얼마나 빨리 변하는가? IT기기의 발달로 조금만 방심하면 시대에 뒤처져 버리니 마음 같아서는 변하는 세월을 어디라도 묶어놓고 싶은 심정이다.
이제는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변화’, ‘개혁’, ‘혁신’이라는 단어들은 내키지 않아도 대면해야만 하는 시대적 요구이다.
나라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이 살아나야 한다. 그럼 기업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불필요한 규제 철폐 등 국가적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자는 이 시점에서 열정적인 기업가정신에 주목했다.

얼마 전 휴넷의 행복한경영대학에서 최성율 동진산업 대표이사를 만났다. 그는 한때 기적 같은 기업회생을 보여준 한국전기초자라는 회사에서 18년 동안이나 몸담았던 사람이다. 최성율 대표로부터 한국전기초자의 성공적인 혁신사례를 직접 전해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 비록 20년 전의 이야기지만 그의 이야기는 망해가는 한 기업을 극적으로 살린 리더의 이야기였고, 진정한 혁신이 무엇인지 적나라하고 아프게 깨우쳐주는 삶의 이야기이도 했다.
부채 비율 1,114%, 총부채 4,700억 원과 때마침 불어 닥친 IMF 한파, 거기다 77일이라는 최장기 노조파업까지,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마저 ‘도저히 살아날 수 없다’고 포기했던 회사는 한 리더의 역할로 단 3년 만에 세계 1위의 우량회사로 거듭났다. 그 엄청난 반전 스토리의 한가운데에는 서두칠 회장이 있었다.

서두칠 회장의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철학과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정도경영, 그리고 솔선수범의 리더십은 21세기에 다시 되짚어 봐야 할 가치가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이런 전문경영인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 스스로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절판된 『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라는 책을 다시 살리기로 했다. 서 회장이 한국전기초자를 떠나야 했던 이유와 혁신의 주역 중 한 사람이었던 최성율 대표 이야기, 서 회장의 경영철학이 담긴 상춘포럼 강연을 추가하여 다시 증보판을 펴내게 되었다.
최성율 대표 역시 혁신에 대한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한국전기초자는 물론 동부제철에서 많은 혁신 성공사례를 남겼으며 지금은 동진산업에서 또 다른 혁신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전문경영인이다.
서두칠 회장의 이야기는 경영인들에게는 경영의 교과서로, 직장인, 취준생,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에게는 한 기업의 이야기를 넘어 삶의 이야기로 다가갈 것이다. 부정적이고 나태하고 방만했던 우리의 삶에 이 책은 ‘기본과 원칙’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삶을 다시 추스르게 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대표
권선복
서길수 (영남대학교 총장)
: 요즘 젊은이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전기초자의 혁신 이야기가 요즘 젊은이들에게 도전정신과 열정을 불어넣어 서두칠 회장과 같은 훌륭한 리더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 사회의 리더들 역시 모두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어떠한 어려움도 거뜬히 헤쳐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경기불황의 시대에 『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가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길 바라며, 노사가 화합하는 열린 경영으로 세계 속으로 뻗어나가는 기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나는 평소 도전하는 삶을 강조하곤 하는데 이 책은 내게 새로운 도전의식을 심어주었다. 철저한 열린 경영과 솔선수범의 자세는 경영자인 나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최성율 대표의 적극적인 삶의 자세 역시 평소 내가 늘 강조했던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이 책을 읽고 기성세대들이 어떻게 산업 발전을 이끌어 왔는지 확인하고 배우기를 바란다.
조동성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 서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 2001년 서두칠 회장님이 내신 『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는 본인이 경험한 기업회생을 절절하게 묘사했던 반면, 다른 산업과 기업, 모든 경영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일반화된 이론을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후 서 회장님은 각고의 노력으로 강의실에서 젊은이들과 당당하게 경쟁하면서 70세에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셨고, 그 후에 나온 이번 증보판은 서 박사님이 경영학자로서 내신 으뜸가는 학술서가 되었습니다. 이 책의 독자들은 서 박사님이 경험을 이론으로 승화시킨 결정체를 읽으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경영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백남선 (이대여성암병원 원장)
: 경쟁력을 길러 시장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논리는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장의 숙명입니다. 한국전기초자의 혁신은 그래서 더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서두칠 회장님의 한국전기초자 혁신 성공 스토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훌륭한 지침이 될 것입니다. 권위와 종속적인 노사관계에서 벗어나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여 하나의 공동체로서 단합해 성공을 이뤄가는 이야기가 시종일관 흥미로웠습니다.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 요즘 한국의 대부분 기업들은 상시 구조조정이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생산인구가 줄고, 인터넷, 모바일, SNS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조선업, 철강업, 유통업은 물론 신문, 방송과 같은 미디어 산업까지 과거의 유산(legacy)을 하루 빨리 털어내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곧 망할 운명이다. 2000년대 초반 한국전기초자를 살려낸 ‘기업회생의 연금술사’라 일컬어지는 서두칠 회장의 경험은 시대를 초월해 바로 오늘 현재도 유효하고 유용하다. 서두칠 회장의 피땀 어린 경험이 오롯이 담겨 있는 『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 증보판은 상시적인 구조조정과 혁신을 통해 생존해야 하는 수많은 기업인들에게 살아 있는 교과서가 될 것이다.
: 한국전기초자를 생존 불가능의 상태에서 3년의 혁신을 통해 초우량 기업으로 변신시킨 감동의 드라마가 바로 이 책이다. “고용을 보장해 줄 사람도 내게 월급을 줄 사람도 고객이다”라는 의식구조의 근본적인 변화와 구성원 모두를 경영 주체로 대접하는 열린 경영을 통해 이룬 기업회생 신화에 감동하면서 한없는 찬사를 보낸다. 앞으로 국내 많은 기업들이 위와 같은 혁신 사례와 인문학 특히 시를 바탕으로 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이수일 (대성하이텍(주) 부회장(전 동부제철 대표이사 부회장))
: 서두칠 사장이 떠나고 제가 한국전기초자에 부임했을 때 한국전기초자는 혁신마인드가 약화되어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며 한 사람의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직접 체험했습니다. 그리고 최성율 대표 역시 저와 함께 혁신을 주도했던 사람으로서 그의 긍정적 자세와 열정은 많은 동료들의 귀감이 될 만했습니다. 두 분의 출판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혁신전도사 서두칠 회장의 『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가 증보판 개정판으로 출간되어 반가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IMF시대 수많은 기업과 경영자들에게 난국을 극복할 지혜를 안겨주었던 명저가 4차 산업혁명 시대, 문명사적 전환기를 맞은 이 땅의 모든 기업과 경영자에게 또 한 번 희망의 등불이 되리라 확신한다.
김관용 (경북도지사)
: 『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는 그 시절 한국전기초자의 생생한 기록이자 경영혁신의 성공 스토리입니다. 서두칠 사장과 임직원들의 땀과 노력은 눈물겨운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 담긴 교훈과 감동들이 또 다른 제2, 제3의 한국전기초자 성공 신화를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한 가지 안타까운 마음은 한국전기초자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전기초자는 대한민국 산업발전사의 빛나는 이름으로 기억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거듭 증보판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최근작 :<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CD] 서두칠의 인간경영 - 오디오 CD>,<서두칠의 지금은 전문경영인 시대> … 총 5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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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 … 총 2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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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칠 (지은이)의 말
책머리에
10년 같은 3년

“교문을 들어선 것이 엊그제 같은데…”라는 말로 학창 시절, 졸업생은 답사를 시작하곤 합니다. 유수같이 흘러가 버린 3년간의 학창 생활에 대한 아쉬움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겠지요. 저 또한 한국전기초자에 부임해 경영 혁신이라는 성과를 이루어 내기까지 3년이란 시간이 걸렸지만 흡사 10년의 시간을 겪은 듯 그때의 일들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흘러간 시간의 길이에 대해 이러한 ‘착각 증세’를 느끼는 사람이 저뿐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옛날 생산 현장에서 함께했던 사람들을 만나도 비슷한 얘기를 합니다. “3년이란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지만 사장님과 함께한 시간을 회상하면 10년처럼 길게 느껴집니다.”라고요.
저는 우리 1,600여 사원들이 함께했던 3년이 왜 10년이나 20년쯤으로 여겨지는지 그 연유를 알고 있습니다.

실로 말로 다 할 수 없는 격변의 시간이었습니다. 텔레비전 브라운관 유리와 컴퓨터 모니터용 유리를 생산해 오던 한국전기초자는 1997년에 무려 77일간의 장기 파업 사태를 맞았습니다. 그리고 1997년 말, 회사는 한국유리 계열에서 대우그룹 계열로 바뀌었습니다. 때마침 불어닥친 IMF 한파로 1998년에는 부도 직전의 위기를 맞았고, 이어서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되어 어디로 내몰릴지 모르는 상황을 맞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1999년에는 일본의 아사히글라스가 지배주주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3년이 10년 같다”고 느끼는 것은 그런 우여곡절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기간에 우리가 만들어낸 ‘변화’ 때문입니다.
1997년 12월의 어느 새벽, 저는 대우그룹으로부터 한국전기초자의 경영을 책임지라는 지시를 받고 가방 하나만 달랑 든 채 구미로 내려왔습니다. 그 새벽에 처음 접했던 공장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붉은 스프레이로 사방에 휘갈겨 놓은 살벌한 구호들, 팔지 못해 지천으로 쌓아둔 재고품들, 어지럽고 침침한 작업장, 무질서한 사원들과 무기력해진 간부들, 게다가 목전으로 죄어드는 부도 위기…. 더구나 회사는 이미 미국의 기업진단기관으로부터 ‘생존 불가능cannot survive’이란 딱지까지 받아 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바꾸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전방위적이고 동시다발적인 혁신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전기초자 가족들이 글자 그대로 ‘살갗을 벗기는 고통’을 감내하며 동참했던 혁신 운동에 대한 기록입니다.

3년 동안의 혁신이 가져온 변화를 일일이 열거할 수 없으나 1997년 이전의 상황과 몇 대목만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997년 말에 1,114%에 달하던 부채 비율은 2000년 말 37%로 낮아졌고, 3,480억 원에 이르던 차입금은 2000년 말 무차입 경영으로 바뀌었습니다. 1997년에 600억 원의 적자를 본 회사는 2000년에 1,717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습니다. 특히 2000년에 한 투자기관에서 700여 상장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한국전기초자는 영업 이익률에서 35.35%로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1,000원어치 물건을 팔면 353원이 영업 이익이 되었다는 계산이지요. 또 한국전기초자는 차세대 제품인 초박막액정유리TFT-LCD GLASS 사업을 위해 1,800억 원의 내부 투자자금도 확보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부도 위기의 퇴출대상 기업에서 3년 만에 초우량 기업으로 변신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한국전기초자 사람들이 3년이 10년 같았다고 한 것은 3년간의 회사 형편과 사정이 상전벽해桑田碧海로 변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순전히 금전적으로만 단순 비교한다면, 혁신 운동의 1기로 삼았던 1998년 이후 3년 동안 벌어들인 돈과 납부한 세금이, 한국전기초자가 그 이전에 23년간 벌었던 돈을 웃도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국 우리는 3년을 10년으로 살았던 셈이지요.

저는 부임 초기 사원들과의 대화에서 ‘소가 밟아도 무너지지 않는 회사’를 만들자고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나 그들에게 약속했던 우답불파牛踏不破의 견고한 회사를 만들어냈습니다. 영업 이익을 많이 내고 재무 구조가 건실해졌다고 해서 튼튼한 회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3년간의 혁신에서 저는 외형적 성장에 앞서 사원들의 ‘의식 구조의 혁신’을 가장 중요한 성과로 꼽습니다.

77일간에 걸친 장기 파업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던 1997년 말, 노조 측에서는 새로 부임한 저를 내려다보며(저는 키가 큰 편이 아닙니다) “고용을 보장한다는 각서에 서명하라”고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저는 그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용 보장은 사장이 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하는 것이다.”
선문답처럼 들렸을지 모르나 그것은 제가 일관되게 유지해 온 경영철학입니다. 열심히 일해서 좋은 물건을 만들면 고객이 사원들 고용도 보장하고 월급도 많이 줄 것 아니겠습니까.
쉽게 말해서 제가 추진했던 경영 혁신의 목표점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원들이 “고용을 보장해 줄 사람도, 내게 월급을 줄 사람도 결국 고객이다”라고 확고하게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고객으로부터 고용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좋은 물건을 값싸게, 그리고 열심히 만들어 내놓아야 합니다. 모든 사원들이 그런 의식으로 무장된 회사라면 그 회사는 소가 아니라 코끼리가 밟아도 깨지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혁신에 돌입하면서 생산 설비, 기술, 재무, 영업 등 전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그러나 본인 스스로 걸어 나가지 않는 한 단 한 명의 사원도 퇴사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원들에 대한 의식 개혁에 돌입했습니다.

3년이 지나 한국전기초자의 사원 모두는 당연히 “고객이 내 고용을 보장하며 나는 고객으로부터 월급을 받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철저히 열린 경영을 실천했습니다. 그 결과 사장이 알고 있는 회사의 모든 경영 정보를 생산 현장의 사원들도 자유롭게 접하면서, 스스로를 회사 경영의 주체라고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그 어떤 분야의 혁신보다 힘겨웠기 때문에, 저는 사원들의 의식 혁신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부임하자마자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강행군으로 가졌던 사원과의 대화 시간에, 저는 회사의 어려운 실정을 숨김없이 털어 놓고 혁신의 고통을 함께 이겨 가자고 호소했습니다. 혹자는 그것을, 회사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사원들의 희생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적인 경영수법이라고 했습니다. 훗날 흑자로 돌아서면 모든 경영 정보가 다시 캐비닛 속에 들어갈 것 아니냐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사원들에 대한 정보화 교육 등으로 오히려 더욱 다양한 채널로, 더욱 상세한 경영 정보가 철저하게 공개되었습니다. ‘열린 경영Open Book Management’은 경영의 전략이 아니라, 모든 사원들을 경영의 주체로 대접하는 경영의 정도正道입니다.
제가 지향했던 열린 경영이란 단순한 경영 정보의 공개가 아니라 노와 사, 혹은 경영책임자와 사원들 간에 터놓고 주고받는 ‘정분情分의 교류’입니다. 이 따뜻한 마음의 교류로 인한 상호 신뢰가 없었다면 사원들의 의지를 한 방향으로 결집해내기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노와 사, 경영책임자와 말단 사원, 각 부서의 책임자와 부서원 사이를 따뜻한 정으로 이어 주고 그런 관계를 바탕으로 새로운 목표에 신명나게 도전해 가는 것! 이것은 서양학자들의 경영 혁신 이론으로는 단순 적용이 곤란한 우리 한국전기초자만의 독창적인 문화였다고 자부합니다.

이 책은 한국전기초자의 3년간의 혁신 운동 과정을 담은 현장 보고서입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지금 그때의 한국전기초자는 사라지고 없다는 것입니다. 1999년 한국전기초자를 인수한 일본 기업 아사히글라스는 한국전기초자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전기초자가 세계적으로 뻗어나가 자국 내에 있는 또 다른 유리회사의 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것을 가만 보고 있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생산량과 신기술 개발을 제한했습니다. 그러다 2011년 CRT GLASS(TV 브라운관 유리) 사업을 접으면서 상장폐지 됐습니다. 지금은 한국전기초자라는 회사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1,600 초짜맨들과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가꾸었던 일터가 사라지고 없다는 생각을 하면 참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저는 가끔 강연에서 “외자에도 품질이 있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아무리 최대 주주라고 해도 경영자에게 회사를 맡겼으면 그 실적을 놓고 책임을 물어야지, 성장하고 있는 회사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외자를 평가할 때 투자 마인드가 없는 기업이 주는 돈이라면 아무리 아쉬워도 받으면 안 될 것입니다.

지금 한국전기초자는 없지만 그때 함께했던 1,600 초짜맨들의 가슴속에는 10년 같은 3년의 역사가 생생하게 살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에 있든 함께 땀 흘렸던 기억은 크던 작던 여러 산업현장에서 또 다른 혁신을 낳고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저는 무엇보다, 전도前途가 불확실했던 그 어려운 시기에 저를 믿고 기꺼이 모진 고통을 감내하면서 따라 준 한국전기초자의 가족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이 책이 ‘굴뚝산업’이라는 이름으로 구시대 산업인 양 오해되고 있는 전통 제조업 종사자들에게도 격려와 위안이 되었으면 합니다.

2017년 6월
서 두 칠(dcsu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