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전공 주임) : 가까운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을 대체할 것이기 때문에 인간이 쓸모없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난무한다. 그렇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이 육신을 극복하고 영생할 것이라는 예언도 유행이다. 미래에 대한 극단적인 담론들에 현혹되거나 흔들리지 않고 현재를 적극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과거에 어떤 길을 걸었는가를 차분하게 반추할 필요가 있다. 젊은 과학사학자 조수남 박사의 『욕망과 상상의 과학사』는 로봇, 유토피아, 프랑켄슈타인, 철도 열풍, 원자력, 우주여행이라는 주제를 역사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이런 과학기술이 인간의 욕망과 상상력의 산물로서 처음 등장했지만, 이것들이 확산되면서 다시 사회적 욕망과 상상력을 자극해서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담론과 비전을 만들었음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이 책이 제시하는 교훈은 과학기술이 디스토피아를 낳는다고 비관할 필요도 없지만, 유토피아를 낳는다고 낙관적으로 기다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잘 파악해서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는 사실이 우리가 과거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이다. 멋진 이미지들을 감상하는 것은 이 책이 주는 즐거운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