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의 증인이 고백하는 '인간'이라는 것. 인간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답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인간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특성을 지닌 존재이기도 하거니와, '인간'이라는 보통명사로 간단히 묶기에는 각각의 생각과 가치관과 삶의 태도가 천차만별인 까닭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우리 자신이 누구인가 묻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점이다.
이 정답 없는 질문에 매달리는 과정에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윤리'와 맞닥뜨리게 된다. 그러므로 다른 종과 구별되는 문명을 구축한 인간의 ‘능력’을 말하기에 앞서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윤리'에 대해 우리는 말할 수 있고, 또 이야기해야 한다.
이 책에서 8명의 글쓴이가 '인간'과 '인간다움'을 새롭게 정의하고 사유해 보고자 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인간과 세상에 대해 누구보다 깊은 관심을 갖고 책을 쓰며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8명이 자신이 생각하는 인간, 생물학적 인간 종(種)을 넘어 '윤리적 인간'이 되는 길을 고민한 사유의 흔적을 담았다.
| 서문 | 그 누구도 섬이 아니다
천주희 _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정지우 _ 그 속에는 명백하게도 타인에 대한 ‘실감’이 있었다
김민섭 _ 나는 결국 아이 이름을 ‘린’으로 지었다
류은숙 _ MB의 밥상을 세 번이나 차리며 ‘열심’을 추궁하다
전성원 _ 인간이 손에 넣은 가장 위대한 것
하승우 _ 곁에 선다는 것, 서로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
강남순 _ ‘진정성’의 실종 시대, ‘진정한 인간’으로 산다는 것
홍세화 _ ‘사람’과 ‘괴물’ 그 사이, 회의하고 또 회의하라!
최근작 :<함께 비를 맞는 평화로운 화요일> ,<[큰글자책] 데리다와의 데이트> ,<데리다와의 데이트> … 총 41종 (모두보기) 소개 :현재 미국 텍사스 크리스천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학원(Texas Christian University Brite, Divinity School) 교수이다. 미국 드루대학교(Drew University)에서 철학 석·박사(Ph.D) 학위를 받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신학부에서 가르쳤다. 2006년부터 텍사스 크리스천대학교에서 자크 데리다 사상, 코즈모폴리터니즘,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콜로니얼리즘, 페미니즘 등 현대 철학적·종교적 담론들을 가르치고 있다. 특히 이마누엘 칸트, 한나 아렌트, 자크 데리다 등의 사상과 연계해서 코즈모폴리턴 권리, 정의, 환대 등의 문제들에 대해 학문적·실천적 관심을 두고 쓰고 가르치고 강연하며 다양한 국제 활동을 한다. 지은 책으로는 《질문 빈곤 사회》,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2020 세종도서), 《매니큐어 하는 남자》, 《배움에 관하여》, 《용서에 대하여》(2017 세종도서), 《정의를 위하여》, 《안녕, 내 이름은 페미니즘이야》(2019 세종도서), 그리고 《안녕, 내 친구는 페미니즘이야》 등이 있으며, 페미니즘과 종교 3부작으로 《페미니즘과 기독교》(개정판), 《젠더와 종교》(개정판), 《21세기 페미니스트 신학》(개정판) 등이 있다. 영문 저서로는 《디아스포라 페미니스트 신학: 아시아와 신학정치적 상상(Diasporic Feminist Theology: Asia and Theopolitical Imagination)》, 《코즈모폴리턴 신학: 불균등한 세계에서의 행성적 환대, 이웃 사랑, 연대의 재구성(Cosmopolitan Theology: Reconstituting Planetary Hospitality, Neighbor-Love, and Solidarity in an Uneven World)》 등이 있다. 《서울신문》, 《한국일보》, 《중앙일보》, 《시사인》 등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했으며, 2017년 《경향신문》에서 ‘올해의 저자’로 선정되었다.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kangnamsoon
최근작 :<청(소)년 정치 참여 길라잡이> ,<질문하는 정치 사전> ,<희망의 사회 윤리 똘레랑스> … 총 74종 (모두보기) 소개 :정치학자, 이후연구소 소장. 저서로 『세계를 뒤흔든 상호부조론』, 『공공성』, 『아나키즘』, 『아렌트의 정치』, 『껍데기 민주주의』, 『시민에게 권력을』, 『민주주의에 反하다』, 『풀뿌리 민주주의와 아나키즘』, 『희망의 사회 윤리 똘레랑스』, 『참여를 넘어서는 직접행동』, 『최저임금 쫌 아는 10대』, 『청(소)년 정치 참여 길라잡이』 등과, 역서로 『프루동 평전』, 『국가 없는 사회』, 『아나키스트의 초상』, 『사회에 관한 새로운 의견』 등이 있다.
최근작 :<돌봄과 인권> ,<존엄, 자유, 평등, 연대로 만나는 인권 교과서> ,<우리 모두 틀림없이 다르다> … 총 34종 (모두보기) 소개 :1992년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인권 활동을 시작했고, 2006년부터 지금까지 인권연구소 ‘창’의 활동가입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고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한국 아동의 인권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는 일에서 시작해 인권 교육과 연구에 힘써 왔습니다. 지은 책으로 《다른 게 틀린 건 아니잖아?》 《인권을 외치다》 《사람을 옹호하라》 《여자들은 다른 장소를 살아간다》 등이 있습니다.
최근작 :<그럼에도 육아> ,<나의 시간을 안아주고 싶어서> ,<이제는 알아야 할 저작권법> … 총 38종 (모두보기) SNS ://facebook.com/writerjiwoo 소개 :20여 년간 매일 쓰는 작가이자 변호사. 소설로 등단한 이후, 감성과 지성을 바탕으로 인문학, 에세이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글쓰고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사랑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너는 나의 시절이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청춘인문학》 등 여러 책을 썼으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EBS 〈비즈니스 리뷰〉 〈토요인문학콘서트〉, KBS 〈생생 라디오 매거진〉 〈시사본부〉등 다양한 교양·시사·예능 프로그램에서 문화 코너, 강연과 진행을 맡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교육청, 한겨레교육문화센터 등 여러 기관에서 강연, 심사, 자문 등을 이어온 경력이 있다.
최근작 :<교사는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나요> ,<당신은 제법 쓸 만한 사람> ,<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 유령들의 패자부활전> … 총 35종 (모두보기) 소개 :책을 쓰고, 만들고, 파는 일을 한다. 저서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대리사회』, 『훈의 시대』,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망원동』, 『고백, 손짓, 연결』 등이 있고, 1인 출판사를 운영하며 몇 권의 책을 기획하고 만들었다. 2021년 봄, 바다가 좋다는 아이들의 말에 강릉 초당동으로 이주해 ‘당신의 강릉’이라는 작은 서점을 열었다.
최근작 :<[큰글씨책] 회사가 괜찮으면 누가 퇴사해> ,<문화과학 110호 - 2022.여름> ,<연구자의 탄생> … 총 12종 (모두보기) 소개 :문화연구자 겸 작가. 20대를 대학생과 대학원생으로 보냈다. 그리고 30대 중반, 다시 박사과정에 진학하면서 대학원생이 되었다. 신문방송학, 사회학, 문화연구, 여성학을 가로지르며 공부하고, 그곳에서 사회를 보는 다양한 방법을 배웠다. 몇 년 동안 주로 청년, 여성, 예술가, 연구자의 삶에 관심을 보이며, 이들의 지속 가능한 삶을 둘러싼 이슈들을 고민하고 연구해왔다. 대표 저서로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와 『회사가 괜찮으면 누가 퇴사해』가 있다. 현재 문화사회연구소 운영위원이자 『문화/과학』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 문화연구자 겸 작가. 20대를 대학생과 대학원생으로 보냈다. 그리고 30대 중반, 다시 박사과정에 진학하면서 대학원생이 되었다. 신문방송학, 사회학, 문화연구, 여성학을 가로지르며 공부하고, 그곳에서 사회를 보는 다양한 방법을 배웠다. 몇 년 동안 주로 청년, 여성, 예술가, 연구자의 삶에 관심을 보이며, 이들의 지속 가능한 삶을 둘러싼 이슈들을 고민하고 연구해왔다. 대표 저서로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와 『회사가 괜찮으면 누가 퇴사해』가 있다. 현재 문화사회연구소 운영위원이자 『문화/과학』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연구와 저술 외에도 다양한 예술활동으로 삶을 가꿔가는 중이다.
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수학여행을 가던 아이들의 어처구니없는 수몰, 광장에 나온 한 농민의 국가 권력에 의한 죽음, 국민 손으로 세운 국가 수장이 유령이었음이 드러나는 과정, 여성, 장애인, 소수자들을 향한 극렬한 혐오… 우리는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강렬한 페이지로 남을 시간을 지나왔다. 부정의에 분노하고 정의를 부르짖는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크고 작은 차별과 혐오와 불평등이 생겨났고, 선의로 모인 집단에서조차 배제와 폭력이 발생하는 것을 지켜보며 "인간이란 대체 어떤 존재인가"라는 탄식이 흘러나오기에 이르렀다.
생물학적 인간 종(種)을 넘어
인간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답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인간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특성을 지닌 존재이기도 하거니와, '인간'이라는 보통명사로 간단히 묶기에는 각각의 생각과 가치관과 삶의 태도가 천차만별인 까닭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우리 자신이 누구인가 묻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점이다. 이 정답 없는 질문에 매달리는 과정에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윤리’와 맞닥뜨리게 된다. 그러므로 다른 종과 구별되는 문명을 구축한 인간의 ‘능력’을 말하기에 앞서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윤리’에 대해 우리는 말할 수 있고, 또 이야기해야 한다.
이 책에서 8명의 글쓴이가 ‘인간’과 ‘인간다움’을 새롭게 정의하고 사유해 보고자 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인간과 세상에 대해 누구보다 깊은 관심을 갖고 책을 쓰며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8명이 자신이 생각하는 인간, 생물학적 인간 종(種)을 넘어 '윤리적 인간'이 되는 길을 고민한 사유의 흔적을 담았다.
8인의 증인이 고백하는
‘인간’이라는 것
그 자신이 사회적 불평등을 뼈저리게 경험한 청년 세대의 일원이자 문화연구자 천주희는 우리 사회가 지닌 장애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면서 “분리의 기원”과 “다수라는 집단의 편의”에 의문을 제기한다. 문화평론가 정지우는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노동 재해를 열거하면서, 우리가 ‘인간’을 인간으로 사고하지 않은 결과 ‘인간의 자리’를 어떻게 상실했는지 조목조목 짚어나간다. 출간마다 적잖은 사회적 이슈를 일으켜 온 김민섭은 자신의 아이 이름을 ‘린’이라고 짓기까지의 이야기를 씨줄로 삼고,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뇌하며 ‘이웃 린’이라는 한자에 주목했던 식민지 시대 젊은 지식인들을 날줄로 삼아 ’사회적 인간‘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환기한다. 인권활동가 류은숙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면서 MB의 밥상을 세 번이나 차리게 된 이색적인 경험담을 소개하며 ‘존재’가 아닌 ‘열심’을 섬기는 나라에서 어떻게 인간으로 살 수 있는지 묻는다.
계간 『황해문화』 편집장 전성원은 태초의 ‘인류’가 ‘인간’으로 진화해 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이란 존재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한편, 일상에서 죽음을 밀어내고 내일을 상상하는 힘도 잃어버린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본다.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하승우는 1980년 광주의 기억으로 글을 시작하면서 “곁에 서는 것으로서의 정치”를 통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고유한 활동’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미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남순은 ‘탈영토적 고향’이라는 개념을 들어 진정한 인간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물으면서 이 물음 자체가 우리가 살면서 지속적으로 성찰해야 할 ‘과제’이며 ‘여정’임을 강조한다. 프랑스로 망명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활발한 사회정치 활동을 해온 홍세화는 ‘생각’이 ‘회의’로 나아가지 않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야기하며 ‘사람’과 ‘괴물’ 사이에 선 우리의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모든 증언에는 공백이 있다. 증인은 살아남은 자들이며, 그래서 모두가 어느 정도는 특권을 누린 자들일 수밖에 없다. 아우슈비츠의 평범한 수인(囚人)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진정한 증인이 될 수 없다. (…) 이 책에 글을 쓴 이들이 처한 입장도 증언자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비참한 현실에 대해 고발하고, 윤리적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 역사에는 미처 우리가 기록하지 못한 수많은 공백이 있다. 결국 이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은 이 책을 읽을 독자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서문>에서
이 책 <서문>에서 전성원은 조르조 아감벤의 일화를 들어 “증언의 가치는 본질적으로 증언이 결여하고 있는 것에 있다”고 말하면서 글쓴이들의 입장도 증언자의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고백한다. 결국 인간에 대한 성찰은 글쓴이 8명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의 경험과 고백으로 완성될 수 있을 것이기에 이 책에 기록되지 못한 공백,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은 이 책을 읽을 독자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이곳에서’ 살아가는 ‘나의 현실’로서
인간과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각 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들을 필자로 선정한 것은 이 책이 인간에 대한 철학적 사유에 그치지 않고 삶 한복판의 풍경을 드러내는 구체적이고 살아 있는 목소리가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이 책에 글을 쓴 8인은 ‘우리가 인간이 아니게 되는 순간’에 대한 뼈아픈 고백 및 자기반성과 더불어, ‘인간이 되는 조건’을 관념이나 이상이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나의 현실’로서 이야기함으로써, ‘나는 언제 인간으로 살아 있다고 느끼는지’ 독자와 함께 체감하고 ‘인간에 대해 사유하는 일’이 왜 지금 시대에 더 강력하게 요구되는지 고민해보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