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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입구역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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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주 창작동화 시리즈.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작가가 3년 만에 내놓은 고학년 창작 동화로, 아이들이 겪고 있는, 어른들이 잊고 사는 사춘기 시절의 속 깊고 섬세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가는 폐지 할머니의 목소리를 빌려 아이 스스로의 선택을 북돋우고 믿고 응원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며, 그렇게 배우면서 자기 정체성이라는 튼튼한 근육을 키워냈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낸다.
열두 살 사춘기 소녀 제아는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말도, 얽히고설킨 일도 많다. 그야말로 일투성이다. 그래서인지 속도, 생각도 깊다. 하지만 표현에는 서툴러서 자기표현이 강한 가족들과 친구들 사이에서 표류한다. 마음 속에서는 온갖 불평과 불만이 일어도 그저 묵묵히 맞벌이 부모님 대신 셋이나 되는 동생을 돌보고, 원하는 건 따로 있지만 엄마가 정해 준 미술 학원에 다니고, 베프인 수연이를 잃지 않으려고 먼 길을 돌아 집으로 간다. 그러던 어느 날, 길에서 우연히 폐지 줍는 할머니를 도와준 것을 계기로 제아의 규칙적인 일상이 흔들린다. 쌍둥이 동생을 데리러 가지 못해 엄마에게 혼이 나고, 오랜 단짝 친구와 편이 갈려 외톨이가 되고, 미처 몰랐던 아이들에게 눈길이 간다. 제아는 수연이와 화해를 하고 예전으로 돌아갈지, 책 읽는 도우미를 포기하고 늘 그랬듯이 동생들 뒤치다꺼리와 집안일을 해야 할지 갈등하는데…. 갈라지는 길에서 / 멋쟁이 할머니 / 다른 쪽에서 / 훼방꾼 / 딱! 걸려서 / 어쩌면 … 친구 / 뜻밖에도 / 선택 / 너를 초대해 : 사춘기에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는 부모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친구, 또래 집단에 속하려는 경향인 듯하다. 절대적인 가치를 지니던 부모의 영향력에 반기를 들고 차츰 자기 스스로의 자리에 서려는 시도를 하는 시기이기에 반항기라고도 일컫는다.
초등학교 5학년생인 윤제아는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 대신에 철부지 동생 셋을 돌보고 가정 일을 도맡아 하는 맏딸이다. 언니니까 어린애처럼 굴면 안 된다는 주위의 말없는 시선에 갇혀 불만을 안으로만 삼키고 엄마가 다니라는 미술학원에 다닌다. 친구 관계에 있어서도 절친인 수연이와 멀어져 외톨이가 되었다고 느끼면서도 겉으로 아픔을 내보이지 못하는 수동적인 아이이다. 갈등과 슬픔이 가득한 이 지점에서 새로운 친구 연주와 다영이, 열린 책방의 대장인 폐지 줍는 할머니, 그리고 엉뚱하지만 밝은 성격을 지닌 은조와의 만남을 통해 자기 스스로 소중한 가치를 선택하게 되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 조금은 단단해진 아이가 된다. 《재투성이 신데렐라》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작품이지만, 이 작품의 제아가 신데렐라보다 더 멋지다. 그 이유는 신데렐라의 변화는 남이 가져다 준 것이지만 제아의 성장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만들어 간 것이기 때문이다. 제아 스스로 가족 안에서 자기의 존재를 찾고 멀어져 가는 사람들과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에 자신이 중심에 서는 선택을 하며 변화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당당하다. 청소년기는 작가의 말처럼 ‘나를 발견하고 나를 잘 지켜낼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것을 깨달아 나가는, 아름다운 반항기이다. 사춘기의 갈등과 고민은 나를 발견하고 나에게 알맞은 색깔과 향기를 찾아 나서는 여행인 셈이다. 그러하기에 이 여행길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 하나하나가 나의 무늬를 이루는 소중한 안료가 되는 셈이다. 만나고 헤어지고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고 슬픔을 견디며 단단해져 가는 인물의 갈등과 고민을 잡아내는 힘은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익히 알려진 작가의 명성과 이름에 값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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