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호 (시인) : 『낙관주의자의 빈집』은 지독한 상처와 외로움의 공간이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이 바둑판 앞에 앉아 자세를 가다듬는”(「신인류」) 것처럼 허순행 시인에겐 시작(詩作)의 공간이기도 하며,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하여, 허순행의 시 쓰기와 함께 빈집에서의 낙관은 계속되리라 믿는다. 무엇보다 이 낙관이 그치지 않기를 바라는 이유는 시인의 다음 행보가 기대가 되기 때문이다. 어둠에 작은 구멍을 낸 아이는 호기심을 견디지 못하고 그곳을 통해 바깥을 건너보기 시작할 것이다. 내면으로만 깊어지던 시선은 자연히 바깥으로 눈을 돌릴 터, 오랫동안 고통의 시간을 견뎌온 시인은 그곳에서 만나게 될 타인의 상처에 누구보다 깊이 공감하지 않겠는가. 아픔으로 맑아진 허순행 시인의 귀는 이제 “낯선 길 위 버려진 구두 한 짝이/누군가의 슬픔으로 보이는 것”(「혼자 남겨진다는 것은」)을 노래하게 될 것이다. 마치 “마루 밑 어둠 속에서/고양이 한 마리가 또록또록 눈뜨고 있다/환하다”(「여름이 오기 전에」)라는 구절 속 고양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