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탄점] 서가 단면도
|
오랫동안 연장자는 절대적으로 ‘훌륭한’ 존재였다. 나이 어린 사람들은 연장자를 존경하는 것이 당연했고, 연장자 또한 어른으로서 ‘어른답게’ 행동하고자 노력했다. 젊은 사람은 어른들을 롤모델로 삼으며 인생의 어려운 질문을 풀어갔고, 어른들은 후배들과 삶의 지혜를 나누며 ‘자신의 삶을 인정받는’ 기쁨을 누렸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상호작용은 사라지고 서로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손윗사람은 아랫사람을 어수룩하고 예의 없다며 혀를 차기 일쑤고, 젊은이들은 나이 많은 사람을 ‘꼰대’라 비웃는다. 한국 사회에서 세대 간의 갈등이 이처럼 심한 적이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이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닐 터. 이 책의 저자 야마다 레이지는 일본 사회에서 부모와 선배, 선생님 같은 연장자들이 존경받지 못하게 된 지 오래라고 말한다. 젊은이들이 겉으로는 윗사람을 존경하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내심 우습게 보거나 귀찮게 여기며 상대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어른들이 왜 존경받으려고만 하고 어른으로서의 의무는 다하지 않느냐고 항변한다. 추천의 글 | ‘어른’은 못 되어도 ‘꼰대’는 되지 말아야 : “세상에 대한 불평불만과 화로 가득 차 있지 않고,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어른이라면 그 사람은 나름대로 자기 인생을 잘 살아온 사람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그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젊은 사람들이 볼 때 ‘멋지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게 마련이다. 내 경험을 장광설로 늘어놓기보다 우직하게 자기 인생을 잘 만들어내면, 그런 만족과 성취는 높은 자존감으로 이어진다. 후회와 죄책감, 분노와 우울에 가득 찬 표정보다 지금까지 걸어온 인생에 만족하는 사람일수록 일상의 기분은 좋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미묘하면서 적확한 스탠더드가 된다. 저 사람을 어른으로 보고 대접하고 따를 만한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 어른부재의 시대다. 아무리 봐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보인다. 요컨대 어른아이가 판친다. 정치권이든 직장이든 볼썽사나운 나잇값 반비례 인물들이 적잖다. 그래놓고선 나이만 내세워 어른대접을 강요한다. 이들에게 나이는 권력이다. 횡포를 부릴 절대조건이다. 이를 직시하는 연장자로서의 훌륭한 어른은 생각보다 많잖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대단절은 자연스럽다. 모두가 불행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단순히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일 수는 없다. 어른에겐 의무가 뒤따른다. 연장자의 험담이 잘 허용되지 않는 한국사회임을 감안하면 후속세대가 느끼는 어른부재의 체감정도는 더하다. 어른공경의 유교적 위계질서의 가르침이 여전해 함부로 거역하지 않을 따름이다. 속내는 타들어간다.
노인과 어른은 다르다. 생물적 가령(加齡)이 정신적 존경을 담보하진 않는다. 따라서 어른은 저절로 되지 않는다. 버릇없음을 탓하기 전에 믿고 따를 지혜주머니로서 본보기가 되자면 학습은 필수다. 믿고 따를 멋진 어른에겐 노력이 전제된다. 어른공부가 절실하다. 책은 『어른의 의무』로서 3가지를 제시한다. 나잇값에 맞는 존경받는 어른에게는 △불평하지 않기 △잘난 척하지 않기 △기분 좋은 상태 유지하기 등 3가지 생활습관이 있다는 경험칙을 녹여냈다. 저자가 사는 일본은 초(超)고령사회다. 4명 중 1명이 65세를 넘겼으니 고령인구의 제반문제는 일찌감치 폭넓게 경험했다. 결론은 ‘노인→어른’을 위한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 노인에 머물면 후속세대의 포기는 더 공고해진다. 어른수업은 태도와 행동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된다. 자기경험에 도취되기 보다 귀를 열어주라는 얘기다. 그 실천전략이 3가지 어른의 의무다. 무지와 겸손을 알아야 어른인 법이다. 어른이 못 된다면 적어도 꼰대는 되지 말아야 할 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