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계의 가장 처절한 싸움 가운데 하나였던 쌍용차 해고 투쟁의 한복판을 지나온 노동자 이창근을, 예민한 시선으로 세상을 말해온 칼럼니스트이자 작가 김현진이 인터뷰해 엮은 책이다. 한국의 노동 현실에 대한 매서운 비판은 물론, 노동운동 진영의 문제점까지 두루 짚어본다.
인터뷰어 김현진은 “이창근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을 기록하자는 제안을 거절하는 것은 어중간한 내 인생에서 그나마 지키고 싶었던 어떤 것을 배신하는 짓 같아 승낙했다”고 한다. 101일 동안 이어진 이창근의 굴뚝농성 당시 김현진이 밥을 해다 올려주었던 인연이 인터뷰이와 인터뷰어로서의 만남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창근은 지난 2009년 정리해고를 기점으로 해고 노동자 복직 합의가 끝난 현재까지도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쌍용차 해고 사태뿐 아니라, 노동운동과 연대, 그리고 결국은 모두가 노동자일 수밖에 없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해서 절망을 넘은 희망의 언어로 이야기한다.
서문_노동, 우리가 먹고살자고 하는 모든 짓/김현진
1. 고통의 문제
2. 연대는 습관이다
3. 7년의 밤
4. 해고는 살인이다
5. 소금꽃 줍기
쌍용차 해고 일지
녹취_재회
후기_노동자들은 여전하고 마음은 불편하다/이창근
이창근 (지은이)의 말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동안 내뱉었던 말과 글을 주워 담아보고 싶었다. 글과 말을 벗 삼아 평생을 살고 싶은 사람으로서도, 쌍용차 해고 투쟁의 한복판에서 서성거렸던 사람으로서도 하고 싶은 일이었다. 그러나 생각은 여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구멍이 뚫린 곳을 보았고 그것을 메워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 내게는 큰 소득이랄까. 수년간 싸우면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우리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일상과 떨어진 것이 아님에도, 특별히 동떨어진 현실을 많이 보았다. 당사자만이 아는 사실들이 보편성을 갖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된다면 반복이라는 이름의 쳇바퀴는 바뀌지 않을까. 그 쳇바퀴 속 다람쥐가 적어도 다른 질주를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여물지 않은 이런 생각이 대화를 시작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말의 무게와 글의 파장력을 실감하면서도 가볍고 좁은 나의 말과 글을 본다. 해고의 고통을 겪었던 사람으로서 이 무간지옥에 다른 이들의 새로운 유입을 막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의 방향은 달랐고 노동의 불안정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여전히 그 질문은 유효하고 그 끝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견딜 수 있다는 믿음은, 결국 우리 안에서 내뿜어지는 그 어떤 희망적 언어와 말에서부터 시작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