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 (문화심리학자,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 : ‘치매’는 가족 누군가가 겪는 문제가 되었지만 아무도 그 세밀한 경험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 책은 우리 모두가 외면하고 싶은 그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엄마의 치매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특별하다. 바로 엄마를 통해 매개되는 ‘기억의 재구성’이다. 이 과정에서 남겨진 이들의 ‘삶의 의미’는 새롭게 찾아진다. 치매의 고통을 남겨진 자들의 ‘의미 찾기의 과정’으로 담담하게 정리해 나가는 내러티브를 통해 치매는 동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문화적 기억’이 된다. 이것이 하윤재의 방법론을 참고해야 하는 이유다.
심영섭 (영화평론가) : 흔한 모녀 이야기가 아니다. 일흔이 넘어 덜컥 치매에 걸린 엄마, 그 엄마를 끝까지 붙잡고 싶은 막내딸. 어머니의 삶뿐 아니라 외가와 이웃을 포함하는 유년시절의 회고에는 치매 환자가 아닌, 가부장제하를 꿋꿋이 헤쳐 나간 어머니의 일생이 겹쳐 있다. 그것은 젊은 엄마의 일부를 상실했지만, 또 다른 엄마를 발견하고 영접하는 새로운 만남의 길. 시큰해진 눈시울을 훔쳐 내고 책갈피를 천천히 넘기면서 깨닫는다. 한 인간의 남은 모든 기억이 사라지더라도 가족들이 주는, 특별한 딸이 주는 사랑은 여전히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