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소설가, 작사가, 영화감독 등 유난히 섬세한 이들의 여행을 담는 여행 무크지 『어떤 날』 8호는 기억에 담고 싶지 않은, 그래서 오히려 기억에 남는 ‘망가진 여행’을 담았다. 그 망가진 여행을 회복하기 위해 그들은, 그럼에도, 다시 여행을 떠나겠다고 말한다. 그 어떤 모습이든, 일단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서점에는 여행서가 많다. 거의 모든 여행서가 추억에 잠겨 행복해 죽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어떤 날 8』은 그건 거짓말이라고 말한다. 솔직히 말하건대, 집 떠나면 고생이다. 여행은 그게 견딜만한 고생일 때까지만 즐겁다. 함께 여행을 떠난 상대를 잘못 선택해서, 여행지를 잘못 선택해서, 도착한 그곳이 기대보다 더 훌륭했음에도 조금씩 계획이 뒤틀리면서 여행은 얼마든지 망가질 수 있다. 그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여행은 그런 것이다. 가보지 못한 곳, 달성하지 못한 목표, 만나지 못한 이, 풀지 못한 의문, 못한 것투성이일 수 있다. 그래서 계속, 계속, 계속 가고 싶은 것이다. 모든 일정이 여행자의 뜻대로 된다면 다시는 찾지 않았을 어떤 곳. 그곳을 이해했다고 성급히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 ‘망가진’ 여행 덕분에 여행자는 오늘도 다른 여행을 준비한다. 여행은 그렇게 지속된다.
실패하여 지속될 수 있는 마음 / 강윤정
여행을 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 / 오은
그토록 사소한 기적을 바랐던 어느 여행가의 죽음 / 위서현
어떤 싸움의 기록 / 이현호
Last Summer / 장연정
11월의 어느 겨울에 낭트영화제를 가는 것에 대하여 / 정성일
파라다이스에 혼자 남겨지면 / 정세랑
1982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봄 『현대시』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유에서 유』 『왼손은 마음이 아파』 『나는 이름이 있었다』, 청소년 시집 『마음의 일』, 산문집 『너랑 나랑 노랑』 『다독임』이 있다. 박인환문학상, 구상시문학상, 현대시작품상,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작란作亂 동인이다.
KBS 아나운서로 15년간 일하다가, 마음을 다루는 일에 매료되어 심리상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20년 현재 연세대학교 상담코칭학 객원교수이자 전문상담가로, 주로 그림책을 통한 표현예술치료와 심리상담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만남의 힘』, 『뜨거운 위로 한 그릇』, 여행 에세이 『어떤 날』 등이 있다.
영화감독, 영화평론가. 인터뷰집 《임권택이 임권택을 말하다》(2003), 평론집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2010), 《필사의 탐독》(2010)이 있다. <카페 느와르>(2009), 왕빙에 관한 다큐멘터리 <천당의 밤과 안개>(2015), 임권택 다큐멘터리 <녹차의 중력>(2018), <백두 번째 구름>(2018)의 연출을 맡았다.
2010년 『판타스틱』에 단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3년 『이만큼 가까이』로창비장편소설상을, 2017년 『피프티 피플』로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다.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목소리를 드릴게요』, 장편소설 『덧니가 보고 싶어』, 『지구에서 한아뿐』, 『재인, 재욱, 재훈』,『보건교사 안은영』, 『시선으로부터,』, 산문집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