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섭 (시인) : 언어의 순정함과 떨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김영삼 시인의 첫 시집은 ‘주인 찾기’의 지난한 여정을 잘 보여준다. 시인은 시 쓰기의 지극함과 시인으로서의 드높은 자세를 견지한 끝에 마침내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어 “막막한 지평선 바라보며 세파에 일렁이는 어부”(<어부의 노래>)의 세계에 도달한다. 시인이 건져 올리는 시어들은 “숫눈”(<단시>)처럼 맑고 순정하며, 이 시어들로 빚어진 시는 삶에 대한 연민과 통찰로 참으로 그윽한 성찬을 이룬다.
문태준 (시인) : 김영삼 시인은 감각이 아주 예민하다. 특히 씨앗 고르듯이 소리를 잘 감별한다. 목련 피었다 지는 열흘의 일을 상세하게 알아 시를 쓰고, 한 척의 배처럼 세파에 일렁이다 시를 쓴다. 김영삼 시인의 시는 바람의 속살을 살살 만져 해풍의 염도를 잴 줄 아는 구룡포 할머니처럼 연륜이 느껴진다. 파도가 모래 속으로 사르르 스며들 듯이 세정(世情)이 가슴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리하여 눈물이 굳어 막돌이 된 거진댁을 노래할 때에는 더할 수 없이 뭉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