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어린 왕자>를 비롯한 생텍쥐페리의 모든 작품들이 인류 모두의 재산이 되는 첫 해다. 물론 여태까지도 <어린 왕자>를 비롯한 생텍쥐페리의 많은 작품들이 번역되어 왔지만, 지금 이 시점에 더 바르고 정확한 번역본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번역가 이정서는 기존 번역에 문제를 제기하며 생텍쥐페리의 불어판 <어린 왕자>에 대해 새롭고 정밀한 번역을 시도했다.
수상 :1931년 프랑스 페미나상 최근작 :<저학년 교과서 어린 왕자> ,<어린 왕자 (스페셜 에디션 홀로그램 은장 양장본)> ,<생텍쥐페리와 콘수엘로, 사랑의 편지> … 총 1380종 (모두보기) 소개 :1900년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났다.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하고자 했으나 시험에서 실패하고 미술학교 건축과에 들어갔다. 1921년 공군에 입대해 조종사 면허를 땄고, 1926년 라테코에르에 들어가 아프리카 북서부와 남대서양 및 남아메리카를 통과하는 우편비행을 담당하게 되었다. 1930년대에는 시험비행사, 에어프랑스의 홍보담당, <파리수아르 Paris-Soir> 기자로 일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시절 모습은 『어린왕자』의 주인공과 너무나 흡사하다. 굽슬굽슬한 갈색 머리털을 가진 소년 생텍쥐페리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소한 일들을 경이와 찬탄으로 바라보았고, 유난히 법석을 떨고 잔꾀가 많은 반면, 항상 생기가 넘치고 영리했다. 감성이 풍부하고 미지에 대한 열정이 넘치던 그는 1917년 6월, 대학 입학 자격 시험에 합격한 후 파리로 가서 보쉬에 대학에 들어가 해군사관학교 입학을 준비하였으나 구술 시험에서 떨어져 파리 예술 대학에 들어가 15개월간 건축학을 공부했다. 『어린 왕자』에 생텍쥐베리가 직접 삽화를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이때의 공부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 민간항공 회사에 각각 근무하다가 에르 프랑스의 전신인 라테코에르 항공사에 입사하여 『야간 비행』의 주인공인 리비에르로 알려진 디디에도라를 알게 되고 다카르-카사블랑카 사이의 우편 비행을 하면서 밤에는 『남방 우편기』를 집필하였다. 1929년 아르헨티나의 항공사에 임명되면서 조종사로 최고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야간 비행』를 집필했다.
1939년 육군 정찰기 조종사가 되었으며, 1940년 2차세계대전으로 프랑스가 독일에 함락되자 미국으로 탈출했다. 1943년 연합군에 합류해 북아프리카 공군에 들어간 후 1944년 7월 31일 프랑스 남부 해안을 정찰비행하다 행방불명되었다. 2000년, 한 잠수부가 프랑스 마르세유 근해에서 생텍쥐페리와 함께 실종됐던 정찰기 P38의 잔해를 발견했고 뒤이은 2004년 프랑스 수중탐사팀이 항공기 잔해를 추가 발견했다.
<남방우편 Courrier-Sud>(1929), <야간비행 Vol de nuit>(1931), <인간의 대지 Terre des hommes>(1939), <전투조종사 Pilote de Guerre>(1942), <어느 인질에게 보내는 편지 Lettre a un otage>(1943), <어린왕자 Le Petit Prince>(1943) 등을 썼다.
최근작 :<어린 왕자로부터 온 편지> ,<<어린 왕자>로 본 번역의 세계> ,<번역의 정석> … 총 57종 (모두보기) SNS ://facebook.com/camus2014y 소개 :2014년 기존 알베르 카뮈 『이방인』의 오역을 지적하는 새로운 번역서를 내놓으며 학계에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작가가 쓴 그대로, 서술 구조를 지키는 번역을 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의역에 익숙해 있는 기존 번역관에는 낯선 것이었다.
이후 그는 여전히 직역을 주장하며 『어린 왕자』를 불어・영어・한국어로 비교하고, 그간 통념에 사로잡혀 있던 여러 개념들, 즉 『어린 왕자』에서의 ‘시간 개념’, ‘존칭 개념’ 등을 바로잡아 ‘어린 왕자’를 새로 번역해냈다. 그간 지은 책으로는 『카뮈로부터 온 편지』, 『당신들의 감동은 위험하다』, 『어린 왕자로부터 온 편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이방인』, 『단종애사』, 『어린 왕자』,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 『1984』, 『위대한 개츠비』, 『투명인간』, 『동물농장』, 『킬리만자로의 눈』 등이 있다.
우리가 만난 어린 왕자는 정말 ‘어린 왕자’였을까?
번역가 이정서가 되살려 낸 생텍쥐페리의 진정한 [어린 왕자]
2015년은 [어린 왕자]를 비롯한 생텍쥐페리의 모든 작품들이 인류 모두의 재산이 되는 첫 해다. 물론 여태까지도 [어린 왕자]를 비롯한 생텍쥐페리의 많은 작품들이 번역되어 왔지만, 지금 이 시점에 더 바르고 정확한 번역본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번역가 이정서는 기존 번역에 문제를 제기하며 생텍쥐페리의 불어판 [어린 왕자]에 대해 새롭고 정밀한 번역을 시도했다. 이번 [어린 왕자]는 기존의 번역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생텍쥐페리의 의미와 숨결을 정확하게 그대로 살린 번역본이 될 것이다.
우리가 시대를 달리하며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았던 것은 이유가 있었다. [어린 왕자]에서만큼은 인사와 존칭, 대상이 우리의 상식과는 달랐던 것이다. 성경만큼 세계인이 공감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어린 왕자]는 단지 한 나라의 언어가 아니라 세계인, 나아가 온 우주가 이해하는 보편적 언어로 쓰였던 셈이다. 이제라도 우리는 그 언어를 바로 읽고 감동할 권리가 있다!
_ 이정서 (번역가)
[어린 왕자]의 인사말과 시간 개념
번역가 이정서는 SNS를 통해 기존 [어린 왕자] 번역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목했다. 우선, 어린 왕자가 여행 중에 던지는 인사말이 기존 번역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안녕!”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명백한 잘못이라는 것이다. 등장인물들의 인사말은 작품의 시간적 배경을 나타내는 중요한 장치로서, 이 점이 고려되지 않으면 작품의 이해는 물론 원래의 메시지마저 왜곡될 수 있다.
- Bonjour, dit le petit prince. → “좋은 아침.” 어린 왕자가 말했다.
- Bonjour, dit l'aiguilleur. → “좋은 아침.” 철로 관제사가 말했다. _ 이정서 역, 새움출판사
대표적인 예로 철로 관제사가 나오는 22장에는 “조명이 켜진 특급열차”(이정서 역, 새움출판사)가 여러 번 등장하는데, 인사말 “Bonjour”를 통해 드러나는 배경시간인 ‘아침’이라는 정보가 없으면 이 에피소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장(章)은, ‘아침’이 와서 “창유리에 코를 박고” 자기가 무얼 원하고 찾는지 알고 있는 아이들의 세계와, 기차를 탄 자신들이 뭘 찾으러 가는지도 모르고 밤의 관성에 빠져 여전히 불을 켠 채 잠을 자거나 하품을 하는 어른들의 세계를 극명하게 대비시킨 부분으로서, 적절한 아침 인사말이 주어지지 않으면 한국의 독자들에겐 작품의 시간적 배경이 한밤중으로 이해돼 중요한 메시지 자체가 오리무중이 되어버린다는 것이 역자의 설명이다.
[어린 왕자]의 어투와 관계 개념
이정서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오역은 ‘어린 왕자’의 어투다. 이정서는 기존 번역에서 범한 반말과 존대어의 혼동은 차치하더라도 주인공의 어투 자체가 잘못 설정되어 독자의 자연스러운 공감을 반대한다고 지적한다.
“수백만 년 전부터 꽃은 가시를 만들어 갖고 있어. 그런데도 수백만 년 전부터 양들은 꽃을 먹어왔어. 그런데 어째서 꽃이 아무런 쓸모도 없는 가시를 만들어 가지느라고 그토록 애를 쓰는지 알려고 하는 건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거지? 양들과 꽃들의 전쟁 같은 건 중요한 게 아니라 이거지? 이건 얼굴이 뻘건 뚱뚱이 아저씨가 하는 계산보다 더 심각하고 중요한 일이 못 된다 이거지? 그런데 만약에 내가 내 별 말고는 다른 어디에도 없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꽃을 하나 알고 있다면, 그런데 어린 양 한 마리가 어느 날 아침, 무심코 그걸 덥석 먹어 없애버린다면,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라 이거지?” (김화영 역, 문학동네, 39쪽. 밑줄: 인용자)
“꽃들은 수백만 년 동안 가시를 키우고 있었어요. 양은 수백만 년 동안 어쨌든 꽃들을 먹어왔고요. 그런데 그 꽃이 결코 아무 쓸모도 없는 가시를 키우기 위해 그렇게 큰 수고를 하는 이유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이 진지하지 않다는 건가요? 양과 꽃들 사이의 전쟁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인가요? 이것이 살찐 붉은 얼굴의 사내가 하는 덧셈보다 덜 중요하고 진지하지 않다는 건가요? 그리고 만약 내가 알고 있는, 세상에 유일한 꽃인, 내 별 말고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그것을, 어느 날 아침, 아무것도 모르는 작은 양 한 마리가 그렇게 와서 먹어버릴 수 있는데,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이정서 역, 새움출판사, 44~45쪽)
위 대목은 서술자인 ‘나’가 가시는 아무 쓸모가 없다고 말하자 어린 왕자가 화를 내며 ‘나’에게 대드는 장면이다. 하지만 기존 번역에서는 선생님이 학생을 훈계하는 어른의 어투에 가까워서 이후에 어린 왕자가 울음을 터트릴 거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어른과 아이의 세계가 완전히 뒤바뀐 형국인 것이다.
[어린 왕자]의 기존 번역이 가진 선입견
이정서는 위와 같은 오류들이 “어른의 시각에서 미리 어떤 선입견을 갖고 작품을 해석한 결과가 아니겠냐.”고 말한다. 번역에서 이러한 시각은 위험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원문에 없는 접속사를 삽입하여 문장들 사이의 긴장감을 해치거나, 부적절한 어휘를 사용하거나, 불필요한 부연 설명을 넣는 등 이와 같은 오역들은 [어린 왕자]가 지닌 시적인 함의를 상당 부분 소거시킬 수 있다. 이정서는 무엇보다도 이 책은 순진무구한 동심이 감동의 원천인 만큼 번역에서 그 부분을 섬세하게 헤아리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하며, 기존 번역에서는 그런 측면을 소홀히 다룬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바른 번역으로 다시 만나는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어린 왕자]는 하나하나의 문장들이 끝에서 더 큰 의미를 담아 감동으로 휘몰아치는 아주 잘 쓰인 작품이다. 이번 이정서가 번역한 [어린 왕자]를 읽는 독자들은 기존의 번역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생텍쥐페리의 언어가 담고 있는 의미 개념과 시간 및 공간 개념 그리고 관계 개념을 정확하게 그대로 살린 번역본을 읽으며 다시 어린 시절의 시선과 언어를 회복하는 경험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