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바보 시리즈 15권. 돌단풍처럼 강인한 생명력과 희망이 함께 하는 지역아동센터 이야기. 돌단풍 지역아동센터는 가난하지만, 서로를 아껴주고 보듬어주는 따스함이 있다. 지역아동센터장이자 건물주인 요코할바,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을 돌보는 스팀주전자, 필리핀 엄마 프린세스와 함께 사는 주디와 두리, 일본인 아빠와 집을 나간 엄마를 둔 덕이, 파키스탄에서 온 영어 선생님 아쉬프, 우크라이나에서 온 엄마와 함께 사는 지영이 등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이야기꽃을 피운다.
가난하지만 유쾌하고 때로는 애잔한 등장인물들의 사연에 코끝이 찡해지기도 한다. 돌단풍은 여러해살이풀로 잎이 시들어도 다시 때가 되면 푸르게 돋아난다. 돌단풍의 꽃말은 ‘생명력, 희망’이다. 할아버지의 바람대로 돌단풍 지역아동센터에 모인 다문화가정의 아이들과 가난한 아이들이 끈끈하게, 강한 생명력으로 희망을 꿈꾸며 살아간다. 이러한 돌단풍의 생명력처럼 지역아동센터의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이,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서로를 도우며 꿋꿋하게 희망을 노래하는 이야기다.
소중애 (지은이)의 말
아이에게 배우는 어른들
내가 초등학교에서 1학년 아이들을 가르칠 때였어요. 우리 반에 게임 도사가 있었어요. 공부는 못하지만, 게임만 하면 두 눈이 반짝이고 두 손이 자판 위를 날아다니는 아이였어요. 어느 날 컴퓨터 시간이었어요. 게임도사는 과제를 일찍 끝냈으나 게임은 할 수 없으니깐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빨강, 파랑, 노랑 맑고 밝은색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얼마나 아름답고 신기했는지 몰라요.
“어머. 어머. 어떻게 그린 거야?”
그때 그림판이라는 것을 첨 알았어요.
나는 그 아이에게 그림판으로 그림 그리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구박이 여간 심한 것이 아니었어요.
“아이참. 이런 것도 못 해요?”
“여기가 끊겨서 물감이 다 퍼졌잖아요. 지워요. 지워.”
참 치사하고 아니 꼬았지요. 그래도 꾹 참고 배웠어요. 혼자서 연습도 열심히 했어요. 반성도 많이 했어요. 아이들을 가르칠 때 천천히, 몰아붙이지 말고 야단치지 말고 가르쳐야겠구나, 내가 야단치면 그 아이들도 지금 나 같은 기분이었겠구나 하고 말이에요.
게임도사에게도 교훈이 되었나 봐요. 공부시간에 딴짓하고 질문을 해도 대답을 못 하던 애였는데 나를 가르치면서 어지간히 답답했던 모양에요. 공부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어요. 게임도사 덕분에 나는 그림판 그림으로 동화책을 두 권이나 출판했어요.
덕이는 공부와 담을 쌓은 아이예요. 오직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것만이 유일한 취미였지요. 그런 덕이가 요코할바에게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어렸을 때 일본 요코하마에서 자란 할아버지는 한글을 몰라요. 손주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이 소원인 요코할바는 열심히 한글 공부를 했어요. 찌그락재그락 가르치고 공부하는 장면들은 내가 그림판으로 그림 배울 때 장면을 생각하면서 썼어요. 요코할바를 가르치면서 덕이는 일본인 아빠에 대한 생각이 점점 달라졌어요. 미워하고 싫어하던 아빠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이 책에는 덕이 말고도 많은 아이들이 나와요. 아이들 뒤에는 스팀 주전자라는 별명의 선생님이 있어요. 스팀주전자는 사납고 흥분 잘하는 선생님이지만 아이들을 끔찍이도 사랑하지요.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다문화 가정 아이들로 모인 돌단풍 지역아동센터지만 스팀주전자 덕분에 아이들은 착하고 당당하지요.
돌단풍 아이들이 만드는 사건·사고가 주는 웃음과 감동, 기대해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