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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은행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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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첫 책 <어쩌다 어른>을 펴내고 "기자가 쓴 책 같지 않다"는 애매한 호평(?) 속에 에세이스트로 데뷔. "어쩌다보니 어른이라 불리는 나이가 되어버린" 독자들에게 꾸준한 지지를 받으며 입소문난 작가 이영희의 두번째 에세이.
무려 3년 만이다. 이유는? 오늘 써야 할 기사가 내일로 미뤄지는 게 하루의 가장 큰 축복인 기자라서? 그래도 <어쩌다 어른>에서 유감없이 발휘한 솔직한 유머감각은 전혀 녹슬지 않아, 이번 책은 시작부터 대놓고 외친다. "저는 제가 맘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도 계속 살아간다. 왜냐고 묻는다면 사랑하기 때문 아닐까. 아름답고 싶고, 잘 해보고 싶고, 꽤 괜찮은 모습으로 만들어보고픈 내 삶이라서." "내 인생에 대한 기대를 멈추지 않는다면, 아직 할 수 있는 건 너무 많다." "이번 생을 더 잘 살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자꾸 이번 판은 망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니까." 이런 주옥같은 문장들이 떠오르는 자신을 반성하며, 작가는 오늘도 남몰래 자기계발서를 산다. 운을 모으기 위해 소소한 선행을 하고, 실패의 기억을 지우는 법이나 판다로 환생하는 법을 연구하는 대신, 내 얼굴은 덕질에 최적화된 페이스라 자부하며 아무도 칭송하지 않는 일이라도 열심히 해본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여전히 자신은 없지만, 나부터 먼저 내 삶을 사랑해보자고, 다정하게 권하는 책이다.
: 자고로 사람을 웃기는 데 자학개그만한 게 없다. 강자에 대한 풍자도, 약자 에 대한 조롱도, 함부로 웃기려다 위험해지는데, 자학개그는 소재가 ‘나’인 만 큼 안전하다. 내가 나를 놀리는데, 누가 뭐라 그래! 코미디 피디인 나는 부족 한 외모를 타고난 덕분에 자학개그로 쉽게 먹고 산다. 그런데,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여자가 스스로의 찌질함과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자학개그라니, 이것은 자학개그의 신세계가 아닌가! 웃음이 터지다 어느 순간 숙연해진다. ‘그래, 나만 힘든 게 아니었어.’ 웃는 와중에 한 수 배운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부족함이 있다. 그 숨기고 싶은 못남을 깨끗이 인정하고 내가 나를 힘껏 좋아 한다면, 조금은 더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이런 즐거운 가르침이 어디 또 있으랴! : 기자가 쓴 자기고백서는 언제나 흥미롭다. 자신에게 호기심이 없는 사람은 세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리라 본다. 그래서 기사 너머 그들의 생각이 언제 나 궁금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자신은, 좋아하는 영화는, 아프게 기억에 남는 책은. 그래서 지금 살아내고 있는 세상은 어떠한지. 이영희 기자의 사생활을 살짝 훔쳐봐 조금 더 가까운 친구가 된 듯하다. 반갑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조선일보 2018년 2월 22일자 '북카페' - 중앙일보 2018년 3월 3일자 '책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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