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메는 낭만주의 세대에 속한 작가로 그의 작품 초반에는 문학적 기만, 환상적 요소, 강렬하고 고삐 풀린 열정, 다채롭고 생동감 있는 묘사, 숙명에 대한 생각 등의 낭만적 요소가 드러나곤 했다. 하지만 작가 스스로 자신의 낭만주의적 경향과 감수성을 부단히 조절했으며 후에는 고전주의에 기반해 새로운 풍물에 대한 호기심, 인간적 열정에 대한 관심, 인간상의 횡포, 운명에 대한 생각 등을 간결한 문체로 작품에 담아냈다. 이런 메리메의 특징은 단편소설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났으며, 메리메를 프랑스 단편소설의 거장으로 거듭나게 했다.
이 책에 실린 다섯 개의 단편들에는 메리메의 장점이 잘 드러나고 있다. 압축된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군더더기 없이 핵심에 진입한다. 감정의 과잉을 경계하려는 작가는 인물 각각에 대해 최소한의 정보를 주면서도 효과적인 대화와 서술을 동원해 이야기의 본령에 바짝 다가서게 한다.
코르시카의 지형적 특성을 압축적으로 설명하면서 지리적 특성에서 비롯한 그곳 사람들의 심성을 날카롭게 연결한 〈마테오 팔코네〉,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인데도 독자의 감수성을 한껏 긴장시키며 환상문학의 한 획을 그은 〈일르의 비너스〉, 노예제도의 폐해를 오로지 인물에 집중하여 군더더기 없이 포착해낸 〈타망고〉,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심리를 정교한 대화 속에 풀어낸 〈에트루리아의 꽃병〉 그리고 한편의 코믹 스릴러를 연상시키는 블랙 유머와도 같은 〈푸른 방〉. 서로 다른 배경과 인물 속에 다양한 소재를 풀어 놓으면서도 인간성에 대한 뿌리 깊은 통찰을 놓치지 않고 있는 다섯 편의 단편은 작가의 풍부한 지식과 빼어난 이야기 솜씨를 담고 있다.
마테오 팔코네
일르의 비너스
타망고
에트루리아의 꽃병
푸른 방
작품 해설
작가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