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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덕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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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소설로, '소설 속 소설'이라는, 지금까지 에쿠니 가오리가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형식으로 쓰였다. 나이 쉰이 넘도록 여전히 부모가 남겨둔 유산으로 먹고살고, 유일하게 열을 올리는 행위는 '독서'뿐인 주인공 미노루와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뚜렷한 기승전결 없이 그저 흘러간다. 그러는 사이사이 미노루가 읽는 소설이 등장해 독자에게 '책 읽는 맛'을 끊임없이 제공한다.
소설은 중년의 이야기다. 시간이 가고 나이 먹음에 따라 자연스럽게 맞이해야 할 어떤 결정의 순간을 유예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나름의 설렘과 즐거움으로 유예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언젠간 끝날지언정 순간의 안정감에 의지하기도 한다. 미성숙한 과거를 서둘러 떨쳐내고 어서 미래로 향하고픈 때는 지난 사람들, 그렇게 기다렸던 미래가 마냥 장밋빛이기만 한 건 아니라는 걸 이미 아는 사람들. 서둘러 앞으로 가기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저물 듯 저물지 않는 시간에 그냥 머물고픈 사람들. 시작되고 끝나는 것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이 이야기는 그렇기에 우리 삶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지독히 현실적이다. 목차 없는 상품입니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동아일보 2017년 12월 30일자 '책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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