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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구월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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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 동안 세계문학사를 빛내온 걸작들에 대한 유쾌하고 재치 넘치는 오마주. 고전이라는 단어가 주는 근엄함이나 이해하기 어렵다는 선입견, 때로는 너무 방대한 분량까지, 선뜻 책장을 펼치기에 적잖이 부담스러운 작품들이 줄줄이 능청스럽기 짝이 없는 편집자에게 대차게 퇴짜를 맞는다. <망작들>은 이런 엉큼한 상상을 그에 못지않게 엉큼하고 자못 진지하기까지 한 일러스트와 더불어 마음껏 풀어낸다.
호메로스, 셰익스피어, 디킨스, 조이스, 플로베르, 프루스트, 카프카, 톨스토이 등 그야말로 설명이 필요 없는 대문호부터,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헤밍웨이, 카뮈, 스타인벡, 베케트, 마르케스는 물론, <성경>의 저자로 지목된 하느님에 이르기까지 냉정한 '까임'을 피하지 못한다. 거절 이유는 마케팅을 고려한 상업성부터 문체나 형식이나 내용, 정치적 올바름까지 다양하다. 한마디로 재미가 없거나 안 팔릴 것 같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11 : 이 유쾌한 정신의 책에 모든 추천사는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아무 페이지나 펼치더라도 당신은 빙긋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문학의 ‘걸작들’을 ‘망작들’로 정색하고 재평가하는 편집자의 기개에 어찌 경탄하지 않으랴. 세계문학의 근엄함에 주눅 들었던 독자들에게 강추하고 싶다. : 사실 이 글을 읽으면서 내가 쓴 책이 인기 없는 것을 위로받으려고 했다. 세계적인 명작도 거절당하는 마당에 내 글쯤이야 아무렴 어떻겠는가? 하지만 이내 다른 생각이, 훨씬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이 책들은 출간되고 말았다! 그러나 제아무리 고전이라는 빛나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어도 출간되지 않은 것과 다를 바 없게 될 날이 올 수 있다. 더 이상 아무도 읽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 세계는 지금보다 훨씬 황량해질 것이다. 과거에서 배우지 못한다면 어떻게 우리 사고와 감수성의 틀을 마련할 수 있겠는가? 어서 이 책을 펼치고 책 제목 아래에 읽어야 할 자신만의 이유들을 덧붙여보자. 우리는 더 이상 아무런 지침도 없는 외로운 한 점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놀랍고 풍요로운 사고의 확장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무에서 출발하지 않고 책에서 출발할 수 있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조선일보 2018년 3월 23일자 '한줄읽기' - 한겨레 신문 2018년 3월 23일자 '교양 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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