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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신불당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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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활』이 새 단장을 했다. 새로 바뀐 표지와 본문 디자인은 이전보다 젊어진(?) 느낌이고, 이는 이 잡지가 더 많은 독자에게 다가가려는 의지로 읽힌다. 표지의 커다란 흰색 네모 박스가 ‘문(門)’의 형상으로 보이는 것도 그러한 느낌 때문이다. 그러면 이 잡지는 대체 무엇으로 세상과 만나려는 것일까.
13호의 특집 두 가지 모두 공통된 제목이 “포스트-박근혜와 한국사회”이다. 거대한 촛불시위(집회)가 만들어낸 탄핵정국이 박근혜 구속으로 귀결된 이후 사람들은 대체로 ‘포스트-박근혜’ 이후를 낙관하고 있을 터이다. ‘장미 대선’이란 단어가 풍기는 모종의 뉘앙스와 더불어. 그러나 한국사회가 ‘박근혜 이후’를 맞기 위해서 먼저 수행해야 할 것은 박근혜와 그의 권력을 깊이 사유해보는 과정이 요구된다. 그렇지 않을 때, 긴 시간 ‘박정희 없는 박정희 체제’가 지속되어 왔듯이, 박근혜 정권의 유산은 지금과 다른 인간다운 사회-체제를 향한 우리들의 노력을 무효화시키는 질곡으로 되살아날 것이므로. “최초의, 박근혜를 사유하다”라는 특집1의 제목은 그런 의미에서 눈길을 잡아끈다. ‘박근혜’와 ‘사유’라는 두 단어의 조합이 특히 그렇다. 어떤 사람들은 박근혜라는 이름에 사유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감옥에 갇힌 박근혜를 비판하거나 조롱하는 것으로 충분할까. 한국사회가 박정희/박근혜 체제 이후로 가는 시작을 열기 위해서는 박근혜와 그의 권력만이 아니라 탄핵과 구속을 추동했던 광장의 정치(만이 아니라 그것의 한계로서의 ‘탈정치’)까지도 ‘사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사유를 통과한 실천만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탈’(post)을 가능태로 상정할 수 있을 것이다. 13호의 다른 글들 역시 주제를 달리하지만 모두 여기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른 어느 때보다 응집력을 보여준다. 여름으로의 이송 / 안진국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7년 4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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