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과 인물 중심의, 가볍지만 알찬 내용으로 사랑받고 있는 '에피소드 역사' 시리즈가 독립운동사로 돌아왔다. '포기를 모르는 레전드 평민 대장' 신돌석으로 시작하여 1945년 일제 패망 직후 '건국준비위원회'로 끝나는 이 책은, 반세기 가까이 이어진 우리 독립운동사를 종횡무진 횡단하고 질주한다.
물론 장인환, 안중근, 유관순, 신채호, 여운형 등 우리가 익히 아는 우국지사들이 빠질 수 없다. 자살, 투척, 망명, 시위, 처형 등 당시 조선 사회를 뒤흔든 사건들도 다양한 각도로 정리되어 있다. 그러나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밝히듯, 해방과 분단이라는 특수한 정치 상황을 거치며 지워지거나 외면당한 민중의 투쟁, 좌파의 투쟁, 소외된 이들의 투쟁도 함께 담으려 했다.
독립운동 이야기가 풍부해질수록 역사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야 안중근-신채호-유관순-김구 정도로 요약되는 빈약한 독립운동가 명단에 남자현, 박상진, 정칠성, 정종명, 양세봉, 박재혁… 정도라도 더해서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첫문장
평민 의병장 신돌석(1878~1908), 그의 이름 '돌석乭石'은 '돌 돌 乭'자에 '돌 석石'자이니 한글로 하면 '돌돌이', 길가에 차이는 흔한 돌 같은 놈이란 뜻이다.
“조선인들은 비겁하지도
자기 운명에 무심하지도 않았다”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는 몇 명일까?
이 책은 어찌 보면 평범한 의문을 던지며 출발한다. 그러나 이 의문에 대한 답은 놀랍고 슬프고 벅차다. 그럴 수밖에 없다. 1905년 우리의 외교권을 빼앗긴 을사늑약 전후로 조선 인구 3천만 명 중 최소한 1백만 명이 알게 모르게 일제에 희생되거나 저항하거나 독립운동을 도왔다. 일제가 학살한 독립군이 수만 명, 각종 단체에 참가한 사람이 수만 명, 독립운동 자금을 후원한 사람도 수만 명이다. 이들만 합쳐도 10만 명을 훌쩍 넘으니, 일제에 비협조하거나 희생당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1백만 명이 넘고도 남을 것이다. 만주로 건너가 총칼 들고 싸운 사람들만 독립운동가가 아닌 것이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이 1백만이라는 숫자에 이 책이 말하려는 이야기, 전하고픈 메시지가 담겨 있다. 백여 년 전 이 땅에 닥친 비극에 맞서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이 스스로 몸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우리의 독립운동은 일부 지사志士들만의 돌출 행동이 아니었다. 비록 그 이름 하나하나를 다 일깨우지는 못하지만, 이 책은 역사에서 지워진 수십만의 희생과 헌신을 기록하려는 소박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기억하는 독립운동가는 몇 명?
사건과 인물 중심의, 가볍지만 알찬 내용으로 사랑받고 있는 ‘에피소드 역사’ 시리즈가 독립운동사로 돌아왔다. ‘포기를 모르는 레전드 평민 대장’ 신돌석으로 시작하여 1945년 일제 패망 직후 ‘건국준비위원회’로 끝나는 이 책은, 반세기 가까이 이어진 우리 독립운동사를 종횡무진 횡단하고 질주한다. 물론 장인환, 안중근, 유관순, 신채호, 여운형 등 우리가 익히 아는 우국지사들이 빠질 수 없다. 자살, 투척, 망명, 시위, 처형 등 당시 조선 사회를 뒤흔든 사건들도 다양한 각도로 정리되어 있다. 그러나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밝히듯, 해방과 분단이라는 특수한 정치 상황을 거치며 지워지거나 외면당한 민중의 투쟁, 좌파의 투쟁, 소외된 이들의 투쟁도 함께 담으려 했다. 독립운동 이야기가 풍부해질수록 역사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야 안중근-신채호-유관순-김구 정도로 요약되는 빈약한 독립운동가 명단에 남자현, 박상진, 정칠성, 정종명, 양세봉, 박재혁… 정도라도 더해서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조선인들은 비겁하지 않았다
한국사 시리즈로는 4번째, 세계사까지 포함하면 6번째 이 <에피소드> 시리즈 책을 통해 저자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이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정말 ‘운 좋게’ 일제의 패망으로 독립을 얻은 걸까? 우리 민족이 우매하여 식민지배와 분단에 고통 받다가 누구 덕에 이만큼 살게 된 걸까? 저자는 철 지난 민족주의나 국수주의를 주장하려 함이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독립운동가들은 영웅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에게 민족 독립은 민족 전체의 문제 이전에 개인의 자존과 생존 문제였다. 그들이 추구한 ‘정의로운 삶’은 정치 상황이나 여러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 다른 말로 상식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20세기 초 우리의 의병전쟁을 취재한 영국의 한 기자가 이야기했듯, “조선인들은 비겁하지도 않았고 자기 운명에 무심하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