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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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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의 걸어본다 열두번째 이야기.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배경으로 한다. <오직 땅고만을 추었다>라는 책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우리에게는 '탱고'로 알려진 '땅고'라는 춤을 매개로 이 책은 쓰였다. 그러니까 땅고에 관한 모든 것이라고나 할까.

땅고의 기원에서부터 땅고 기술, 땅고 역사, 땅고 음악, 땅고 축제 등 실로 땅고라 할 때 우리가 알아야 하는 기본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이야기가 모두 담긴 이 책은 한국 출판계에 이제야 겨우 나온 땅고 전문 서적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이 '걸어본다'라는 난다의 시리즈 안에 굵직한 몸통으로 들어서게 된 건 바로 이러한 정신의 일치를 보아서다.

그러니까 걷기에 대한 본질적인 탐구. 그리고 혼자 걷기가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걷는다는 것. 그냥 걷는 게 아니라 음악과 함께 걷는 것. 두 사람이 만나 서로 충돌하지 않고 함께 걷기 위해서 필요한 상대에 대한 집중과 배려를 배울 수 있는 것. 이처럼 땅고는 '걸어본다'라는 태도의 확장성이 아닐까.

저자 이름의 낯설음에 고개를 갸웃대는 이들이 꽤 있을 것이다. 땅고의 세계에서는 국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이름이 중요하고 특히나 로마자를 쓰지 않는 아시아계는 스페인어나 로마자로 된 또하나의 땅고 이름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오디세우스는 땅고 세계에서의 이름이고, 그 세계 밖에서 그는 하재봉이라 불린다.

: 보르헤스는 걷기를 좋아했다. 그는 특히 친구나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며 함께 걷기를 좋아했다. 공간적 미로가 아닌 시간적 미로를 찾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를 산책했던 보르헤스는 카페 또르또니에 자주 들러 차를 마셨다. 카페 또르또니의 작은 극장식 무대에서는 지금도 매일 밤 땅고가 공연되고 있다. 눈앞이 흐릿해져 실명 상태에 이른 노년의 보르헤스가땅고를 보는 광경을 나는 상상해본다. 아마도 그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서 밀롱가 음악에발장단을 맞추었으리라. 혹은 후각을 자극하는 좋은 향수 냄새에 이끌려 <여인의 향기>의알 파치노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어느 미인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서 땅고를 신청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죽기 두 달 전 39세 연하의 아름다운 여인 코다마와 결혼했다.
천국은 도서관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하며 책읽기를 너무나 좋아했던 보르헤스는 결국 책을 읽다가 실명에 이르렀다. 아르헨티나 국립중앙도서관장으로 재직했던 보르헤스는 죽을 때까지 구술을 통한 책읽기와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지만 그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걷기였다. 그는 같은 길을 반복해서 걷고 빙빙 돌아 걸었으며 또 걸었다. 나는 그가 진정한 땅게로였다고 생각한다. 걷는 것이야말로 땅고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땅고를 사랑했던 그는 열정적인 걷기를 통해 표현되던 남성스러움과 관능적 매력이 땅고 속에서 유지되는 것을원했다. 그의 땅고 시집은 그 애정의 표현이다.
땅고는 걷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걷는 것이다. 혼자 추는 땅고는 절벽 끝에 서 있는 사람처럼 위험하다. 우리는 혼자서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함께 걷는 동안 우리는 어디를 향하여 걸어가고 있는가,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한다. 모든 걸음에 꼭 목적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 보르헤스처럼 같은 공간을 빙빙 맴돌며 걸을 수도 있다. 삶이란 꼭 앞으로 걷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땅고를 추며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이것은 내가 생각했던 삶이 아니야, 내가 왜 이곳을 걷고 있는지 모르겠어. 그러나 땅고는 모든 잘못된 걸음을 통해 헝클어진 세계의 미로를 스스로 발견하게 한다.
“내 삶은 실수의 백과사전이었어요. 실수의 박물관이었어요. 삶은 이미 지옥이니까요. 갈수록 심하게 지옥이 되어가니까요. 내가 원하는 것은, 이 세상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거예요. 물론 나도 사라지겠죠. 모든 건 때가 되면 사라지니까요.”
보르헤스의 묘비에는 ‘두려워하지 말라’라고 쓰여 있다. 해 뜨는 동쪽을 향하고 있는 바이킹의 배가 묘비 뒷면에 새겨져 있다. 죽음이란, 새로운 세계를 향해 떠나는 또다른 모험이라고 그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내 삶의 끝까지 걷고 싶다. 그 끝에서 다시 시작하며 걷고 또 걸을 것이다. 땅고는 삶의 지평선 위를 즐겁게 걸어가는 걷기의 또다른 이름이다.

최근작 :<오직 땅고만을 추었다> … 총 2종 (모두보기)
소개 :

난다   
최근작 :<초록을 입고>,<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달걀은 닭의 미래>등 총 154종
대표분야 :에세이 13위 (브랜드 지수 473,061점), 한국시 23위 (브랜드 지수 37,442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24위 (브랜드 지수 108,074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