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민주민족민중운동사'를 다룬 김종철의 <촛불혁명의 뿌리를 찾아서>. 저자는 촛불혁명은 일찍이 세계 역사에 없었고, 한국사회에 도도하게 흐르던 민주주의 정신의 발현이라고 주장한다. 해방공간 이후 전국 최대의 조직이었던 민통련 대변인을 지냈기 때문인지 저자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사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운동의 시작과 과정, 결과를 알고 있었고, 운동의 방향이 바뀌는 발화점 또한 기억하고 있었다. 이처럼 80년대 민주화운동사는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억하고 있으나 하나로 정립한 기록은 현재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저자는 그 기억과 기록을 오가며 내용물을 추출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물로 이 책이 나왔다.
수상 :1984년 신동엽문학상 최근작 :<촛불혁명의 뿌리를 찾아서> ,<제임스 시노트 평전> ,<폭력의 자유> … 총 88종 (모두보기) 소개 :1944년 9월 충남 연기(현재 세종시)에서 태어났고, 1968년 2월 서울대 문리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인 1967년 11월에 동아일보사 기자로 입사했고, 1975년 3월 자유언론실천운동의 ‘주동자’ 가운데 한 사람이 되어 동아일보사에서 해직된다. 1984∼1988년에는 민중문화운동협의회 공동대표, 1985∼1988년에는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대변인과 사무처장, 1988∼1998년에는 한겨레신문사 논설위원, 1998∼2000년에는 연합뉴스 대표이사를 지냈다. 1995∼2005년에는 사단법인 ‘한국·베트남 함께 가는 모임’ 이사장, 2008∼2013년에는 인천재능대학교 초빙교수를 지냈다.
현재는 2013년 3월부터 동아자유언론수호 투쟁위원회 위원장, 2014년 2월부터 사단법인 유라시아문화연대 이사장, 2014년 10월부터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2015년 6월부터 민주주의국민행동 공동대표, 2016년 9월부터 2016민주평화포럼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저 가면 속에는 어떤 얼굴이 숨어 있을까』(1992, 한길사),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1995, 창비), 『마침내 하나 됨을 위하여』(1999, 개마고원), 『오바마의 미국, MB의 대한민국』(2009, 시대의창), 『세시봉 이야기』(2011, 21세기북스), 『박근혜 바로보기』(2012, 프레스바이플), 『폭력의 자유』(2013, 시사in북)가 있다. 총서로는 종교, 교육, 글쓰기, 음악, 영화에 관해 성찰한 『문화의 바다로』 전5권(2011, 21세기북스), 『동아일보 대해부』 5권, 『조선일보 대해부』 5권(공동 집필, 2014, 빛두레)이 있다.
촛불을 잉태한 80년대
한국 현대사의 변곡점이 된 1980년대는 서울의 봄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서울의 봄은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에 의해 유린당하고 말았고, 이어서 일어난 광주민중항쟁도 신군부의 무자비한 군홧발에 짓밟히고 말았다. 1987년에는 민주화를 열망하던 학생과 시민이 들고일어나 찬란하게 6월민주항쟁을 펼쳤지만 이것 또한 혁명으로 승화하지는 못했다. 6월민주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쟁취했으나 야권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김대중과 김영삼의 분열로 말미암아 군부 출신인 노태우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80년대 민주화운동은 한국 사회에 엄청난 질적 변화를 가져왔다. 학생, 노동자, 농민, 여성, 빈민 등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민주주의를 외쳤고, 하나로 뭉쳐 조직의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 결과 정치, 사회,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2016년, 정권이 또다시 국정을 농단하고 헌정을 파괴하는 등 무자비하게 권력을 휘두르자 촛불이 일어났고, 2017년 봄과 함께 썩은 권력을 물리치고 말았다. 광장으로 나온 시민은 촛불을 들고 어우러져 축제처럼 시위를 즐겼고, 화염병, 최루탄과 물대포는 눈에 띄지 않았다. 이처럼 촛불혁명은 가장 아름다운 방법으로, 가장 평화적인 방법으로 정권을 몰아내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2017년의 촛불혁명은 우연이 아니었다. 새로운 역사를 쓰고자 했던 지난 시대의 정신이 켜켜이 쌓여 있었고, 지낸 시대가 해결하지 못한 것을 현재에 맡긴 필연적 임무였다.
이 책에서도 촛불혁명은 일찍이 세계 역사에 없었고, 한국사회에 도도하게 흐르던 민주주의 정신의 발현이라고 주장한다.
“촛불혁명은 멀리 1960년의 4월혁명, 1980년의 5월광주민중항쟁, 1987년의 6월민주항쟁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끈질기게 지속된 1980년대의 반군사독재투쟁이 촛불혁명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해야 마땅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1987년 6월민주항쟁 때와 똑같이 개헌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번에는 정치권이 아니라 시민이 원하는 개헌을 이루어내서 6월민주항쟁 때 못다 이룬 목적을 달성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의 목적도 그런 바람의 일환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최초의 80년대 민주화운동사
지은이가 해방공간 이후 전국 최대의 조직이었던 민통련 대변인을 지냈기 때문인지 1980년대 민주화운동사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운동의 시작과 과정, 결과를 알고 있었고, 운동의 방향이 바뀌는 발화점 또한 기억하고 있었다. 이처럼 80년대 민주화운동사는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억하고 있으나 하나로 정립한 기록은 현재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지은이는 그 기억과 기록을 오가며 내용물을 추출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물로 이 책이 나왔다.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 프롤로그에서는 70년대 말 상황이 80년대 항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서술한다. 먼저 유신독재 지키기에 앞장선 언론을 질책하는데, 박정희를 미화하고 영웅화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기사를 근거로 들며 언론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깨우친다. 이어서는 와이더블유시에이 위장결혼 사건이 일어난 동기와 결과를 분석하고, 신군부가 저지른 12·12군사반란을 고발한다.
80년대로 들어서면 노동운동사에 기록을 남긴 사북항쟁에 대해 이야기하고, 학원 민주화를 외쳤던 서울의 봄과 서울역 회군, 신군부의 5·17쿠데타가 이어지고, 그리고는 신군부의 살상에 무장으로 맞선 광주민중항쟁이 시작된다. 광주민중항쟁에서는 전남대 학생이 치켜든 횃불이 어떻게 시민 봉기로 이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신군부가 어떤 살상을 저질렀으며, 또 시민군은 어떤 고민을 했는지를 살피고, 처참하게 끝난 결과와 역사적 의의를 강렬하게 살핀다.
그다음으로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언론 통폐합, 광주와 부산의 미문화원 방화 사건, 3에스 정책, 부산에서 일어난 부림 사건, 김영삼의 단식투쟁, 민청련과 민통련 창립 등 80년대 중반기까지 있었던 정치와 사회 상황, 민주화운동 단체의 활동을 설명한다. 특히 1983년 9월에 있었던 민청련 창립 과정과 사무실 확보투쟁이 인상 깊은데, 민청련이 나중에 상지대 이사장으로 악명을 떨치는 김문기의 건물에 입주해서 안기부와 건물주의 방해를 물리치고 사무실을 지켜낸 과정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또 재야운동권이 갈등을 겪다가 힘을 합쳐 민통련이라는 최대 조직을 결성한 과정도 주목할 만하다.
이어서는 서울의 봄 이래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한 5·3인천항쟁이 펼쳐지고, 한국사회가 갈 길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회구성체 논쟁, 악랄하기 그지없었던 부천서 성고문 사건, 학생운동사상 최대의 공안 사건이었고 단일 사건으로 가장 많이 구속된 애학투련 사건을 이야기한다. 그다음으로는 6월민주항쟁을 촉발하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기술하는데,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과정과 영등포교도소에 있던 이부영이 비밀 편지로 진상을 폭로하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리고는 곧장 6월민주항쟁으로 들어간다. 극한의 폭력 속에서도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던 학생과 시민의 함성이 울려 퍼지고, 백골단에 맞서 시위를 벌이던 연세대 이한열이 최루탄에 맞고 쓰러지자 6월민주항쟁은 더욱 뜨겁게 타오른다. 노태우의 6·29선언으로 동력을 잃은 듯하던 운동력은 노동자 대투쟁으로 되살아나서 농민운동, 빈민운동, 여성운동으로 이어지고, 80년대가 저물 때는 문익환, 황석영, 임수경이 북한을 방문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하고, 1989년에는 현재도 논란이 일고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온갖 방해를 뚫고 결성된다.
이렇듯 1980년대는 항쟁의 시대였고 낭만의 시대였다. 한국 현대사에 이처럼 뜨거운 시대는 없었다. 민중은 고비마다 일어나 희생과 헌신으로 역사를 추동했고, 그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지은이 또한 역사의 한복판에서 민중과 함께 그 열기를 토해내면서, 울고 웃으면서 시대의 부름에 호응했다. 그래서 이 책은 80년대의 생생한 기억이며, 그 기억을 기록한 역사이다. 이 책이 처음으로 집대성한 80년대 그들의 이야기는 오늘날 세대에게 엄청난 영감으로 다가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