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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롯데월드타워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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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한 권의 책을 만지는 사람들이 매일 한 권의 책을 기록하는 이야기, '읽어본다' 시리즈. 시인이자 다독가로 널리 알려진 장석주와 박연준 부부가 2017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매일같이 써나간 책일기이다. 이후인 7월 1일부터 12월의 오늘까지는 저자가 관심으로 읽고 만진 책들의 리스트를 덧붙였다.

2015년 이들 부부가 결혼식을 책으로 대신했던『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는 두 사람이 각각 1부와 2부로 나누어 마주봄 없이 썼다면 이번 책은 매일이라는 나날을 마주보며 써나간 책이다. 책의 제목은 장석주 시인이 박연준 시인에게 남긴 본문 속 편지에서 따왔다.

첫문장
산간 여행지에서 맞은 새해 첫날. 어제 나와 P는 서울이 아닌 낯선 곳에서 새해를 맞으려고 여행 가방을 챙겨 강원도로 떠나왔다.

수상 :2016년 편운문학상, 2013년 영랑시문학상, 2010년 질마재 문학상, 2003년 애지문학상,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최근작 :<꿈속에서 우는 사람>,<어둠 속 촛불이면 좋으련만>,<[큰글자도서] 에밀 시오랑을 읽는 오후 2> … 총 188종 (모두보기)
소개 :
최근작 :<[큰글자도서] 고요한 포옹>,<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듣는 사람> … 총 66종 (모두보기)
소개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디카』 『밤, 비, 뱀』이 있다.

장석주 (지은이)의 말
세상의 음악 중에서 고전음악만을 고집해 듣던 소년은 책을 좋아했다. 책읽기가 “눈이 하는 정신 나간 짓”이더라도 독서 삼매경에 빠지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소년이 세상에 널린 책을 다 읽겠다는 욕망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가를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허나 책을 밥 먹듯이 읽으며 살게 되리라고, 그리고 책에 연관된 직업을 갖게 될 거라고 예감했다. 과연 나는 정치인도 기업가도 금융전문가도 아닌, 편집자로 전업 작가로 살았으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활자로 된 건 다 읽어 치우고 마는 게 운명이 아니라면 무어란 말인가!

2016년 10월 14일 금요일 저녁, 시인 편집자와 몇 지인이 어울린 서울의 상수동 식당에서 이 책 기획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나는 단박에 이것을 적는 일이 내 살아 있음을 증거하고, 책을 손에 쥐고 있던 그 찰나 스친 기분과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일임을 알았다. 이 책은 서평집이 아니다. 그간 서평집은 여럿 썼으나 책‘일기’는 처음이다. 읽은 책의 서지학 정보는 물론이거니와 책이 도착한 경로, 날짜와 날씨를 깨알같이 찾아 적으며 책을 끼고 분투하며 산 계절의 뿌듯함과 수고의 기억이 스쳐갔다. 더러는 사사로운 감정의 결들, 이를테면 산 날의 슬픔과 분노, 보람과 덧없음도 얼핏얼핏 드러날 테다.

날마다 책일기를 적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어떤 날은 건너뛰고, 또 어떤 날은 쓰지 못한 날의 일기를 실뭉치인 듯 뒤엉킨 기억을 풀고 펼쳐서 몰아서 썼다. 소년 시절 방학 끝 날 저녁 끼니마저 거른 채 괄약근을 조이며 방학 일기를 끙끙대며 몰아서 해치우듯이. 책일기를 적을 때 내 뇌의 편도체와 해마의 빈곤함에 얼마나 실망했던지! 어떤 책은 읽었건만 까마귀라도 잡아먹은 듯 내용은 커녕 제목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책읽기의 동기는 다양하다. 살아 있음을 자축하는 책읽기, 생업 전선의 필요에 부응하는 책읽기, 취향에 따른 책읽기, 난관을 뚫기 위한 책읽기, 정신의 허기를 채우는 책읽기, 혼자 있음을 견디는 책읽기, 봄날의 벅찬 기쁨을 더하는 책읽기, 정신의 단련과 수행을 위한 책읽기, 침묵 삼매경에 들기 위한 책읽기…… 책일기를 적고 보니, 내 사람됨의 모호함이 보다 또렷해진 느낌이다.

이 일기는 사실에 바탕을 두되 더러 어렴풋한 기억에 픽션을 더해 쓴 것도 있다. 이로 인해 불미스러운 사태와 사회 혼란이 생긴다면 그건 전적으로 내가 감당해야 할 테다. 대통령과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으로 빚어진 나라의 어수선함이 내 집중력을 침해한 것도 사실이다. 가사 의무를 다하느라 일기 쓸 시간이 준 것도 사실이다. 한숨과 탄식을 내쉬며 몰아서 일기를 쓴 책임을 남에게 돌리는 것은 늠름한 남자가 취할 자세가 아닐 테다. 약간의 픽션은 픽션대로, 희떠운 소리와 언롱言弄은 그것대로 너그럽게 읽어주시기를! 더러 문장에서 마음의 깊이와 무늬가 아름다웠다면 그것은 책의 훌륭함 때문이고, 흉하게 불거진 사유의 꾀죄죄함과 앙바틈한 도량度量은 내 사람됨의 모자람 때문일 테다.
박연준 (지은이)의 말
어릴 때부터 이야기를 탐했다. 집에 오는 사람이면 누구든 붙잡고 ‘옛날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르던 ‘찐득이’가 나였다. 옛날과 이야기라니. 지나간 일들은 모두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언제부터 알았을까?

구전口傳에서 책으로 옮겨가는 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누군가를 괴롭히지 않고도 이야기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았다. 30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나를 거쳐간 책들이 얼마나 될까? 그 책들은 나를 통과해 나와 연루되었다. 내가 지금의 나일 수 있도록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확신이 든다.

책은 다방면으로 사용할 수 있다. 슬플 때 얼굴을 가릴 수 있다. 얼굴을 가리고 조금 울 수도 있다. 마음이 펄럭일 때 납작한 돌멩이처럼 배 위에 올려놓을 수도 있다. 잡생각이 가득할 때 같은 문장을 반복해 읽으며 생각의 둘레를 걷고, 걷고, 또 걸을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생각의 둘레에서 벗어나 책 속으로 걸어들어갈 수도 있다. 다정한 목소리를 듣고 싶을 때 펼치면 아늑해진다. 나는 운이 좋게도 다정한 목소리를 내는 작가를 여럿 알고 있다. 내 모습이 싫을 때 가장 먼 곳으로 재빨리 데려다주는 것은 책뿐이다. 어떤 비행기도 하지 못한다. 돌아오는 것도 쉽다. 음악이나 영화에서 빠져나오려면 버튼을 눌러야 하지만 책은 간단하다. 눈을 떼면 된다. 내 몸처럼 붙었다 다른 몸처럼 떨어진다. 혼자 행하지만 외롭지 않은 일이 독서다. 좋은 책을 읽고 난 뒤 책장을 덮는 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심심할 땐 책이 좋다. 내가 책을 읽는 첫번째 이유는 ‘재미’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모든 재미있는 일은 나를 변하게 하고, 삶을 변하게 하고, 세상을 변하게 만든다.

그러니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작고 가벼운’ 무기를 사야 한다면, 책을 사야 한다. 둘러보니 우리집은 작고 가벼운 무기로 가득찬 무기고武器庫다. 든든하고 감사하다.

존 버거는 “침묵도 훌륭한 소통수단이 된다”고 했다. 존 버거는 다른 의미로 이야기를 했겠지만, 순간 독서가 떠올랐다. 독서야말로 침묵 안에서 활발히 이루어지는 소통이니까. ‘환희’를 동반한 놀람은 대부분 책 읽는 중에 일어났다. 현실에선 기가 막힌 일이나 더 나쁜 일들만 나를 놀라게 했다.

늙어 죽을 때까지 독서를 즐기고 끼적일 수 있다면 좋겠다. 그것은 타인과 소통을 끊지 않겠다는 결의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내 이야기를 하는 것. 주고, 받는 것. 결국 책을 읽는 행위는 남의 말을 들으려는 행위다. 누군가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이쪽에서 받아주는 행위다. 그 사람이 말을 끝낼 때까지 “그것과 동행하기 위해”(존 버거) 책을 읽는다.

스스로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고 믿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꼰대가 된다. 책을 읽을 필요 없이 자신의 세계가 견고해져버리기 때문이다. 책을 열렬히 읽는 사람 중엔 꼰대가 드물다.

나는 독서도 좋아하고 일기 쓰는 일도 좋아한다. 하물며 책을 만지고 쓰는 일기라면! 이 책을 기획한 김민정 시인의 말을 ‘열심히’ 들은 나는 책 리뷰가 되지 않도록 주의했다. 책을 만지고, 책을 살고, 책 곁에서 ‘책과 같이 지낸 날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소소한 일상을 적는 중에 책을 조금 곁들였다. 일기란 기본적으로 ‘혼잣말’의 자세를 취하기 때문에 때로 뜬금없거나 무질서한 언어의 나열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일기라는 장르에 기대 부끄러움도 모르고 지껄였다. 그러나 일기는 얼마나 소중한지! 인생이 산이라면 일기는 한 그루 한 그루의 나무다. 이 하찮은 나무들이 모여 극진함이 깃든 산을 이루기를!

부부가 함께 독서일기를 쓸 수 있도록 기획해준 김민정 시인과 책을 만드는 데 함께 애써주신 도한나, 김필균, 이기준 디자이너께 감사드린다.

난다   
최근작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달걀은 닭의 미래>,<여기서는 여기서만 가능한>등 총 153종
대표분야 :에세이 13위 (브랜드 지수 471,748점), 한국시 23위 (브랜드 지수 37,527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24위 (브랜드 지수 108,025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