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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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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의 분석심리학을 바탕으로 평생에 걸쳐 일본인의 심층 심리를 연구한 마음 전문가이자, 현대 일본을 대표하는 지성으로 평가받는 임상심리학자 가와이 하야오가 ‘고양이’를 통해 현대인의 영혼을 들여다본 책이다. 저자는 ‘마음’도 ‘심리’도 아닌 ‘영혼’이란 단어를 택했다. 그는 전체로서 존재하는 인간을 몸과 마음으로 명확히 구분하고 그 각각에 대해 단정적인 판단을 내리면서 잃게 되는 무엇인가를 영혼이라고 보았다. 이 영혼을 인간이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존재로 확인하고 싶을 때, 그 다층적이면서도 불가사의한 느낌을 드러내기에 가장 적합한 존재가 바로 고양이다.
이 책에서는 『수고양이 무어의 인생관』 『장화 신은 고양이』 『날고양이들』 『100만 번 산 고양이』 「주문이 많은 요리점」 등 동서양의 옛날이야기부터 중세 및 근현대 소설과 그림책, 만화에 이르기까지 문학작품에 나타난 고양이들의 개성 넘치는 면면을 통해 인간 영혼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본다. 풍요롭고 편리한 생활 속에서 오히려 더 외롭고 불안한 우리에게 저자는 ‘산다’는 행위를 지지해주는 무언가로서 영혼을 제안한다. 영혼을 믿지 못하겠는가? 그렇다면 고양이는 어떤가? : 우리는 고양이에게서 우리의 영혼을 보고, 우리를 위한 이야기를 짓는다. 새끼 고양이와 나. 여기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하나. 푼돈에 영혼을 팔아버린 현대인의 슬픈 초상. 둘.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매일 마감에 시달리는 원고 노동자에게 글감이 되어준 고양이의 보은. 하나는 고양이가 등장하는 슬픈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슬픈 일상에 고양이가 등장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걸 둘이라고 할 수 있나. 커다란 이야기의 두 지점 아닌가. 가와이 하야오는 전체는 전체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을 무리해서 둘로 나눌 때, 우리는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다. 말하자면 영혼 같은 것을. 고양이처럼 부드럽고 유연하며 변화무쌍한 무엇을.
그러니 나는 이렇게 말해야겠다. 좋은 책에는 두 가지가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은 독자라는 사실이 너무도 다행스럽게 여겨지는 책이 하나. 내가 이 책을 쓴 저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원망스럽게 느껴지는 책이 다른 하나다. 가와이 하야오의 책은 명백히 후자다. 하지만 괜찮다. 내게는 개들이 있으니까. 언젠가 나는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개와 인간의 마음’이라는 주제로 한 권의 책을 쓸 생각이다. 그때 당신은 ‘감사의 말’에 적힌 가와이 하야오의 이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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