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구제해왔는가.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서양사 속에서 빈곤과 빈민 문제에 관한 사회적 관념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해결을 위한 국가적.사회적 노력이 어떻게 전개되어왔는지를 고찰한 결과물이다.
4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고대와 중세의 빈곤에 대한 인식과 빈민구호 노력을 고찰한다. 2부는 근대의 빈곤 퇴치와 예방 노력들에 집중하고, 3부는 사회적 약자와 빈곤의 문제를 제정 러시아 시기 성매매 여성, 20세기 초 미국 도시의 흑인 빈민, 20세기 초 영국의 빈곤 노년층의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4부는 현대의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에 천착한다.
최근작 :<[큰글자도서] 문명을 품은 인류의 공간> ,<문명을 품은 인류의 공간> ,<동아시아 도시 이야기> … 총 21종 (모두보기) 소개 :세계 각지의 도시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역사가이자 경희대 사학과 교수로 서양 도시문화사, 프랑스 정치문화사, 국제관계사, 젠더사를 연구한다. 고려대 서양사학과 학사와 석사, 파리 I대학(팡테옹 소르본 대학) 사학과 석사,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역사문명학과 박사다. 19세기 파리의 주거 개혁을 주제로 하는 사회문화사적 도시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귀국해 서양의 도시사 연구 흐름을 한국 역사학계에 소개했고, 여러 연구자와 함께 2008년에 도시사학회를 창립했다. 도시사학회 총무이사, 편집장, 부회장과 회장, 한국서양사학회 총무이사, 한국프랑스사학회 총무이사, 학술지 《사총》 편집장을 역임했다. 공동 저·역서 포함 30여 권의 책을 출간해 10권이 학술원 우수도서, 세종도서 등에 선정되었으며, 한국서양사학회 우수논문상, 학술연구지원사업 우수성과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국회 인성함양 자문위원과 서울 역사도시 추진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역사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성찰이 더 나은 사회 환경과 미래를 만든다는 믿음으로 역사 연구와 교육에 매진하는 틈틈이 사회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작 :<투자 권하는 사회> ,<제물포 각국 조계지 회의록 1> ,<도시는 기억이다> … 총 16종 (모두보기) 소개 :경희대학교 사학과 교수다. 미국 도시사를 전공했으며 현대 미국의 도시 재개발, 도시 빈민, 주택정책, 인종 갈등에 대한 연구자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실천된 정원도시의 사례들을 비교분석하는 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저서로 《백색국가 건설사》, 역서로 《미국 패권의 역사》《원더풀 아메리카》 등이 있다.
최근작 :<도시는 기억이다> ,<서양사 속 빈곤과 빈민> ,<함흥과 평성> … 총 5종 (모두보기) 소개 :한양대학교 아태지역연구센터 HK연구교수. 서울대학교 박사. 대표 논문으로 <사회주의 도시 연구> <소비에트 시대 초기의 일상생활과 콤무날카 공간의 성격>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 《해체와 노스탤지어》(공저) 《역사 속의 한국과 러시아》(공저) 등이 있다.
최근작 :<서양사 속 빈곤과 빈민> ,<지식인> ,<비타 악티바 세트 11-15 - 전5권> … 총 10종 (모두보기) 소개 :충북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박사학위 취득. 중세 말 근대 초 프랑스의 빈민과 빈곤 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68운동》, 《지식인》, 번역서로 《빈곤에 맞서다》, 《악의 번영》, 《빈곤의 역사》, 논문으로 〈근대 프랑스 사회에서의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 〈아프리카 역사의 역사교육적 가치〉, 〈중세말 근대초 소극(笑劇)에 나타난 빈민의 형상〉 등이 있다.
최근작 :<서양사 속 빈곤과 빈민> 소개 :고려대학교 역사연구소 연구교수. 영국 노팅엄대학에서 박사학위 취득. 근현대 영국의 사회사, 복지정책사, 도시사, 여성사, 의학사 등을 연구한다. 산업도시의 공간과 문화현상을 중심으로 주택 및 주거문화, 노동환경과 생활수준, 도심의 공간 구성과 위생 문제, 여성 실업과 사회정책, 러다이트 운동과 관련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공저로 《서양문화사강의》, 《다문화의 이해》 등이 있다.
최근작 :<서양사 속 빈곤과 빈민> 소개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전략사업본부장으로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강원대학교 박사과정 수료. 지역 발전, 사회적 경제 등을 연구한다. 지역 불균등 발전, 로컬푸드, 사회적 경제 관련 논문들을 발표했고, 공저로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 《풀뿌리기업론》, 공역서로 《사회적 기업 영역, 어디까지인가?》 등이 있다.
최근작 :<나의 공부는 여기서 멈추지만> ,<신데카메론> ,<역사상의 제국들> … 총 29종 (모두보기) 소개 :서양사학자(영국사). 광주대학교 명예교수 역임. 성균관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케임브리지대학교 클레어홀과 울프슨 칼리지 초빙교수를 지냈으며, 한국서양사학회와 도시사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평생 영국 사회사, 노동사, 생활사, 사학사 분야의 많은 논문과 저서를 쓰고, 옮긴 그는 2022년 2월 세상을 떠났다. 그의 연구 논문 앤솔로지를 엮은 이 책은 그의 마지막 저술이다. 평소 “일류대학 출신도 아니고 국내파 학자로 지방 중소대학의 교양과목 선생으로 30년을 지내다 퇴직했다”고 겸양을 보였지만 누구보다 성실한 학문적 자세로 젊은 서양사학자들의 롤 모델로 꼽히곤 했다.
단독 저서
1994, 《산업혁명과 노동정책》(한울)
1999, 《다시 돌아본 자본의 시대》(소나무)
2003, 《역사가가 그린 근대의 풍경》(푸른역사)
2006, 《사회사의 유혹》(전2권, 푸른역사)
2009, 《영국 제국의 초상》(푸른역사)
2012, 《공장의 역사》(푸른역사)
2014, 《지식인과 사회》(아카넷)
2015, 《역사가를 사로잡은 역사가들》(푸른역사)
2016, 《영국사 깊이 읽기》(푸른역사)
2017, 《삶으로서의 역사》(아카넷)
2019, 《제국의 기억, 제국의 초상》(아카넷)
2020, 《잠시 멈춘 세계 앞에서》(푸른역사)
역서
1999, 《역사학을 위한 변론》(소나무)
2003, 《옥스퍼드 유럽 현대사》(공역, 한울)
2004, 《자연과학을 모르는 역사가는 왜 근대를 말할 수 없는가》(문화디자인)
2007, 《잉글랜드 풍경의 형성》(한길사)
2020, 《잉글랜드의 확장》(나남)
2020, 《전염병, 역사를 흔들다》(푸른역사)
공저
2000, 《포스트모더니즘과 역사학》(푸른역사)
2003, 《서양의 가족과 성》(당대)
2011, 《도시는 역사다》(서해문집)
2016, 《서양사 속 빈곤과 빈민》(책과함께)
2021, 《신데카메론》(복있는 사람들)
2021, 《역사상의 제국들》(네오)
최근작 :<병원의 탄생과 발전> ,<서양사 속 빈곤과 빈민> ,<하나님, 어떻게 살까요?> … 총 13종 (모두보기) 소개 :충주고등학교, 서강대학교, 감리교신학대학교 대학원을 거쳐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대학교 개신교 신학부에서 4-6세기 수도원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기독교대한감리회 동인교회 담임목사,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 초청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서울한영대학교 신학과 교수다.
저서로는 『테오도시우스 법전 종교법 연구(Codex Theodosianus XVI)』(엠-에드, 2007), 『콘스탄티누스 가문의 기독교적 입법정책(313-361년)』(한국학술정보, 2013), 등 기독교 로마제국 시대의 법률 연구가 있으며, 『고대기독교 예술사』(한국학술정보, 2011)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선정된 바 있다. 역서로는 『사막교부들의 금언집』(두란노 아카데미, 2011), 『폰투스의 에바그리오스 실천학』(새물결플러스, 2015) 등이 있다.
최근작 :<몸으로 역사를 읽다> ,<유럽중심주의 세계사를 넘어 세계사들로> ,<서양의 가족과 성> … 총 7종 (모두보기) 소개 :서양사 연구를 목적으로 1957년에 창립된 학술단체로, 서양의 전체 지역과 시기를 망라한 국내 유일의 서양사 관련 학회이다. 현재 500여 명의 연구자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양의 역사와 문화 관련 지식 확산을 위한 다양한 학술행사를 개최한다. 학술지 《서양사론》을 연 4회 발간하며, 서양사와 관련한 다양한 학술서와 교양서를 출간하고 있다.
가난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구제해왔는가
빈곤과 빈민의 개념, 빈곤과 빈민에 대한 담론과 논쟁, 빈곤에 대한 사회적.문화적 인식,
정부와 다양한 분야의 활동가들이 빈곤 퇴치를 위해 펼친 노력들을 고찰하다
기획 의도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에서 마르멜라도프는 “가난은 죄가 아니다”라고 외쳤다. 가난은 죄가 아니었지만, 빈민의 존재는 흔히 국가와 사회가 충돌하는 중요한 갈등의 요인이자 문제적 사안이었다. 빈민은 일반적으로 빈곤 생활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총칭한 것이지만, 건전한 노동의욕을 상실하고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져 타인의 구호를 기대하는 궁민(窮民)과는 구별된다. 빈민은 여러 이유로 생활이 곤란한 상태에 이르렀으나 개인이 속한 사회적 관계에서 육체적.정신적 유지와 향상에 필요한 제반조건과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인정된 물질과 기회를 얻지 못하는 자들이다.
2011년 뉴욕의 월가를 점령한 ‘99퍼센트’의 외침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양극화와 빈곤 문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도 빈곤의 문제는 더 이상 소수의 문제만이 아니며,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만성적인 것으로 전환되고 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빈곤을 경험하는 비율이 증가하는 반면, 빈곤을 벗어나는 비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서양사 속에서 빈곤과 빈민 문제에 관한 사회적 관념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해결을 위한 국가적.사회적 노력이 어떻게 전개되어왔는지를 고찰한 결과물이다. 의식주와 신체적 건강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최소한의 생존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절대적 빈곤층은 완전히 소멸한 것은 아니지만 근대 이후 점진적으로 축소되어왔다. 반면에 상대적 빈곤층, 흔히 사회 구성원의 평균소득인 중위소득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은 현대 사회에서 사회적.국가적 차원의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 소득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교육, 고용, 주거, 건강, 복지, 정치적.사회적 권리 행사 등 다차원적인 영역에서의 배제와 차별 역시 빈곤 문제와 관련된다.
그동안 사회과학의 제 분야에서는 빈곤과 빈민 문제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으나, 역사적 성찰과 비판적 인식에 기초한 역사학적 논의를 통해 관련 논의가 더욱 풍성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빈부 격차가 더 커지고 있으며 절대적?상대적 빈곤 문제 또한 눈에 띄게 불거지는 상황이 초래된 원인을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빈곤 퇴치가 주요한 국가적.사회적 의제로 논의되기를, 빈곤층의 빈곤 탈출을 도울 각종 공공서비스와 경제?사회정책이 확대되기를 바라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내용 소개
이 책은 4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고대와 중세의 빈곤에 대한 인식과 빈민구호 노력을 고찰한다. 1장에서는 초기 비잔티움 제국과 그리스도교의 빈민구호를 위한 협력을 살펴본다. 콘스탄티누스 황제 이후 초기 비잔티움 제국의 그리스도교 관련 경제정책은 그리스도교 기관 소유의 부동산 규모를 늘려주면서, 동시에 늘어난 부로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헌신적으로 돕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4~6세기에 세워진 다양한 복지기관은 비잔티움 제국과 그리스도교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서로 협력했던 방식을 보여준다.
2장은 12~14세기 파리의 사례를 통해 중세 빈곤과 빈민에 대한 사회적 의미 변화를 추적한다. 단순한 기독교적 자선 또는 거부의 대상이었던 빈곤과 빈민은 12세기 ‘자비심(애덕)의 혁명’ 및 ‘그리스도 모방’이라는 흐름과 더불어 좀 더 진지한 신앙적 성찰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13세기 말부터 진행된 경제위기 및 인구위기와 더불어 빈곤의 문제는 통치의 문제로 포섭되었으며 곧이어 노동의 문제와 긴밀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3장에서는 15~16세기 독일 지역의 도시들에서 나타난 사회부조를 검토한다. 중세 말 도시에서 빈곤은 ‘사회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이에 독일 지역 도시정부들은 빈민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한 ‘공공정책’을 도입했다. 이러한 빈민 정책의 기본 성격은 배타적이고 통제적이었다. 그것은 도시에 사는 소수의 토착빈민에게 혜택을 주어 사회 불안을 제거하는 한편 노동윤리를 기초로 한 교화와 통제를 통해 빈민은 물론 공동체 구성원에게도 노동윤리를 강제하는 자본가의 윤리를 바탕에 깔고 있었다.
제2부는 근대의 빈곤 퇴치와 예방 노력들에 집중한다. 4장은 근대 초기 영국의 빈민 노동의 통제와 공공고용 문제를 고찰한다. 16세기부터 영국에서는 비자발적 실업을 타개하기 위한 일련의 빈민법들이 제정되었고 이들에 대한 공공고용이 추진되었다. 이는 경제적 목적 외에도 근면함을 바탕으로 한 미풍양속 고양의 목적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빈민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임금 및 노동조건과 관련된 현실적 문제들로 인해 이러한 공공고용이 영국 사회에 정착하는 데에는 빈민 자녀에 대한 직업교육을 제외하고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다.
5장은 근대 초기 프랑스의 빈민 감금 정책에 작용한 종교성을 분석한다. 17세기 파리에 설립되었던 종합병원은 흔히 ‘대감금’의 시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기관으로 빈민에 대한 가혹한 조치가 이루어졌던 곳으로 평가되었다. 하지만 종합병원 창설과 관련된 법령과 관련자들의 생각을 검토해보면 빈민의 사회적 배제 및 주변화가 더 큰 사회적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염려했음을 알 수 있다. 종합병원은 감금 장소였으나 빈민에 대한 연민과 자선, 종교 교육을 베푸는 빈민을 위한 기관으로 출발했다.
6장에서는 20세기 전환기에 영국에서 등장한 새로운 자선 개념을 분석한다. 20세기 초 영국 ‘신자선’의 기수인 ‘도움길드’는 국가 주도의 자선 정책을 통해 체계적인 빈민구호 사업을 확립하고 노동계급 등 전 시민이 이에 참여하도록 장려하며,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간의 협력관계를 이루고자 했다. 1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더불어 도움길드는 빈민법, 실업 문제, 위생법 등과 관련된 사회단체의 활동에 국가와 지역당국의 개입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이를 통해 영국 복지제도 특유의 혼합성을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
제3부는 사회적 약자와 빈곤의 문제를 제정 러시아 시기 성매매 여성, 20세기 초 미국 도시의 흑인 빈민, 20세기 초 영국의 빈곤 노년층의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7장은 제정 말기 러시아의 여성 빈민층과 매춘의 관계를 고찰한다. 차르 정부는 공창제도 도입과 매춘 여성에 대한 다양한 양상 검토를 통해 매춘에 종사하고 있던 빈민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사회적으로 통제하고자 했다. 하지만 매춘은 법, 의료, 사회문제의 차원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낳았으며 빈민 여성들도 정부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들은 이러한 점에서 차르 전제정의 균열을 보여주었다.
8장은 미국의 인종 분리와 흑인 빈민 주거 문제를 분석한다. 20세기 초 필라델피아의 흑인 빈민들은 주거시설과 생활기반이 열악했고, 정부 대책의 부재 속에 흑인 수의 증가는 인종 간의 갈등과 편견을 악화시켰다. 필라델피아의 흑인들은 시내의 가장 낙후된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밀집하여 살았고 더 비싼 월세를 내야 했으며 보이지 않는 인종 분리선을 넘으려 할 때는 폭력적으로 응징당했다. 미국 도시의 뿌리 깊은 주거지의 인종적 분리는 빈민 문제와 인종차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가로막았다.
9장에서는 영국의 1908년 노령연금법을 통해 노년층의 빈곤 문제를 검토한다. 이 노령연금법은 많은 한계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시민의 의무를 다하고 성실히 생활한 국민에게 안정된 노년생활을 보장한다는 생각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노령인구가 증가했으나 빈민법의 비효율성과 공제조합 위기가 겹쳤을 때, 지식인들과 사회운동가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결실을 맺은 이 법안들은 당대의 사회문제에 대한 오랜 숙고의 결과였으며 이후 보편적 연금체계의 기초를 놓게 되었다.
제4부는 현대의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에 천착한다. 10장은 풍요로운 선진국 내부의 빈곤층인 ‘제4세계’와 이들의 도시 빈민 운동의 지향성 및 의미를 분석한다. 20세기 후반 프랑스의 브레진스키 신부와 그가 만든 빈민 지원 사회단체는 빈민에 대한 단순 구호를 넘어 절망에 빠진 빈민들이 인간 존엄성을 회복하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회복해나갈 것을 추구했다. 이러한 ‘제4세계 운동’은 빈민에 대한 연대, 사회개혁과 인권 증진을 목표로 삼았으며 세계적인 차원에서 빈민 운동과 인권운동을 본격적으로 결합하는 계기가 되었다.
11장은 포스트사회주의 동유럽의 빈곤한 일상에서 생존을 위해 작동하는 ‘비공식 경제’에 대해 고찰한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일상의 관점에서 볼 때, 동유럽의 체제 이행 23년은 빈곤으로 인한 생활의 피폐화가 정치적 억압만큼이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정치적 자유는 확보됐다고 할지라도 빈곤으로 인한 여러 문제들이 사람들을 비참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도 대다수의 서민들은 ‘비공식 경제’를 통해 생계를 근근이 유지해나가고 있다.
12장에서는 각종 통계가 보여주는 미국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과 그 원인들을 분석하고, 하나의 대안을 제시한다. 최근 들어 미국의 빈곤과 불평등 수준은 OECD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상태이며 이러한 현상은 1980년대 이후 특히 심화되었다. 미국의 경제적 불평등과 빈곤의 원인으로는 산업구조의 변화, 노동시장 규제 완화, 경영자 개인소득 극대화를 규제하는 경영 규범의 약화, 자산 불평등의 심화, 미국 경제의 금융화 및 빈곤 축소를 위한 복지정책의 후퇴, 노동조합의 약화 등을 들 수 있다. 뉴딜주의 복원이 이 같은 불평등과 빈곤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