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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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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기록>을 통해 일상에서 아이디어의 씨앗을 키워가는 카피라이터만의 시각을 담백하고 진실된 문장으로 보여준 김민철의 여행 에세이. <모든 요일의 여행>에서 저자는 '기록하는 여행자'가 되어 자기만의 여행을 직조해가는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저자는 여행을 떠나기 6개월 전부터 마치 다른 생을 준비하는 것처럼 그 순간을 맞이하는 사람이다. 만약을 대비한 플랜 B까지 있다. 하지만 길 위에서는, 플랜 B로도 어찌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들이 불쑥불쑥 나타난다. '삶을 증언'하기 위해 호기롭게 한 달간 머물게 된 도쿄, 나의 진짜 고향이길 바랐던 사랑하는 파리, 3년 만에 다시 찾은 리스본의 단골술집. 여러 번 와보고, 이미 다 안다, 라고 생각했던 곳들이니 이제 '무조건 행복할 것'이라는 기분 좋은 숙제는, 어느 순간 거대한 숙제가 되어버린다. 가장 '나다운 여행'이라는 믿음은 예측하지 못한 상황들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고, 오롯이 주어진 나만의 시간 앞에 또 다시 조급증은 얼굴을 내밀며, 결국 낯선 도시의 낯선 관광객이 되어버린다. 저자는 '방금 전-지금-그다음'이라는 거대한 먹이사슬 안에 살도록 길들여온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기로 결심한다. 속도를 줄이고, 욕심을 줄이고, 자신만의 취향과 시선을 되찾기로 결심한다. 그러자 겉돌기만 했던 도시의 이야기가 들리고, 묵묵히 이어지고 있는 타인의 일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측하지 못한 길 위의 삶들은, 결국 '나'에게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진짜 여행의 시작이었다.
: 외계인이 되어보자. 지구인들의 요일 같은 건 신경 쓰지 말고, 세상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해보자. 낯선 사람들을 만나서 “What’s your favorite?”이라 물어보고, ‘오래 기다려 천천히 먹’고, 모든 걸 처음으로 겪는 듯 초보 여행자가 되어보자. 작가가 제안하는 여행은 ‘외계인 되어보기’다. 우리는 지구를 정말 알고 있나? 익숙해져서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건 아닌가? 모든 게 문득 다시 시작되는, 여행이 펼쳐진다. : 김민철의 집에 가면 어느 먼 곳에서 가져온 술을, 어느 먼 곳에서 데려온 잔에 따라준다. 술잔을 기울이며 풀려나오는 여행 이야기를 듣는다. 그것은 대부분 유쾌하고 종종 가슴 찡하며 항상 진실되다. 그 이야기들의 치열한 이면까지 모두 담은 책이다. 이 밀도 높은 여행책은 당신을 여러 곳으로 데리고 갔다가 이전과는 다른 일상에 되돌려 놓을 것이다. 고마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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