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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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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고바야시 히데오상 수상작. 사노 요코는 60세 무렵부터 번잡한 도쿄를 떠나 일본 최초의 컬러 영화 [카르멘 고향에 돌아오다]의 촬영지인 군마 현의 산촌에서 생활했다. '대학촌'이라고 불리는 기타가루이자와에서의 약 5년간의 전원생활을 주로 다룬 연작 에세이집이 바로 <어쩌면 좋아>이다.
<어쩌면 좋아>는 기타가루이자와 지역 별장에 사는 사람들을 비롯해 지역 토박이들과의 교류를 그린 '커뮤니티 문학'이라 할 수 있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사노 요코처럼 60세 이상이므로 '초로 문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좋아>는 일본 근대 문예 평론의 창시자라는 고바야시 히데오의 이름을 딴 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사노 요코의 삶에 대한 유쾌하면서도 가슴 먹먹하게 하는 통찰이 잘 녹아 있는 연작 에세이집이다. : 사노 요코의 에세이는 육성 그대로다. 가식이 없다. 아는 체하지도 않고, 싫으면 싫다고 쓴다. 그런데도 대단한 것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기예다. 사노 요코 말고는 누구도 할 수 없는 기예. : 나는 ‘다정한 게 미덕’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재미없는 인간이라서 사노 요코 씨의 글을 읽으면 언제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엄청나게 엄청나게 부끄러워진다. : 사노 요코 씨는 마음이 넓은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너무도 너무나도 멋진 여성이었습니다. : 그랬다. 요코 씨는 맨몸으로 ‘세상의 바람’에 맞섰다. 슝슝 바람에 날려 몸이 얼고 온몸이 긁힌 상처투성이인데도 세간에서 말하는 지적인 자기 방어의 옷을 입으려 하지 않았다. : 세상에는 희망밖에는 쓰여 있지 않은 거짓 위안 범벅인 책들로 넘치지만 사노 씨는 결코 절망으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는다. 그의 수많은 그림책과 에세이에는 리얼함이 가득가득하다. : 봉천 출신의 아베 코보의 ‘철학성’, 신경에서 성장한 오자와 세이지의 ‘세계성’, 대련에서 중학교를 다닌 야마다 요지가 만들어낸 주인공 ‘토라 상’이 자아내는 ‘정처 없는 쓸쓸함’, 대륙 출신자들의 표현에 공통되는 무언가를 그 마지막 세대였던 사노 요코의 문학은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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