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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이희영 신작, 얼굴 없는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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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영 지음 /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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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면접을 통해 부모를 선택한다는 참신한 설정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소설 <페인트>를 통해 40만 독자를 만난 이희영의 신작. 올 봄 '핀 시리즈'를 100권째 출간하며 서가를 갖춘 '핀 시리즈'의 장르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표지를 들여다보면 이끼 낀 언덕 같은 푸른 뭉치의 형상과 눈이 마주친다. 이 소설의 주인공 인시울에겐 때때로 스스로의 얼굴이 이렇게 보인다. 거울에 비친 얼굴이 제 눈엔 젖소처럼, 먹물을 끼얹은 것처럼, 칸딘스키의 초상화처럼, 색색 블록처럼, 실제의 시울과 다르게 읽히는 것이다. 얼굴을 제대로 알고 싶긴 하지만 이 비밀에 익숙한 것도 썩 나쁘지 않다. 동그랗다, 갸름하다, 귀엽다, 매력 있다, 성격 좋게 생겼다, 자기 얼굴을 볼 줄 아는 사람들은 때론 너무 많은 형용사에 갇히니까. 그러던 어느 날 같은 반 친구 '묵재'가 던진 공에 부딪쳐 이마가 찢어진 후, 시울은 딱 그 흉터의 면적만큼 드디어 얼굴을 볼 수 있게 된다.

우리의 하루엔 수많은 아름다운 얼굴이 휴대전화 액정을 스쳐지나간다. 틱톡 조회수,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로 각자의 매력이 수치화되는 세상에서 '어지럽게 돌아가는 유행과 그것들을 보여주는 매체와 스스로를 향한 핀셋 같은 시선과 기준'(83쪽)에 갇히지 않기란 쉽지 않다. '보기 싫은 흉터라 할지라도'(126쪽) 그것이 나의 일부라면 손을 들어 인사하는 용기가 필요한 소설 읽는 독자에게 힘이 되는 여정이 전개된다. 로미오의 말처럼 '다쳐 본 적 없는 자가 흉터를 비웃는 법.' 용기내어 자신을 바로 보는 순간은 대나무숲처럼 상쾌하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옥분아, 너도 풀에 맺힌 이슬 같다. 네 얼굴도 그렇게 빛난다. 그거야 내가 우리 엄마 딸이니까 예쁘고 맑게 보이겠지,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그 말이 뭔지 알겠더라. 이슬은 하루를 여는 신호가 아니겠냐. 뭐든 시작할 수 있는 푸릇푸릇한 생기랑 똑같지. 그러니 얼마나 반짝이겠냐. 우리 엄마는 내 얼굴에서 그 생기를 본 거야. 그런데 정작 본인은 보지 못하지. 내 안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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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 시인과 소복이 그림작가의 만남이 빚어낸 특별한 동시집"
내가 고생이 많네
허연 지음, 소복이 그림 /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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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소년이 서 있다>, <불온한 검은 피>,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등의 시집으로 독자들과 소통해온 허연 시인이 처음으로 동시집을 선보인다. 시인에게는 가장 소중하고 예쁜 딸 '허민재'가 있다. 시인은 딸 민재의 엉뚱하면서도 때 묻지 않은 상상력 덕분에 많이 배운다고 고백한다. 아빠와 딸의 알콩달콩 일상 이야기에 소복이 작가의 세 컷 만화가 더해져 특별한 한 권의 동시집이 탄생했다.

민재는 늦은 시간에 들어와 수염 난 얼굴로 뽀뽀를 해서 잠을 깨우는 아빠에게 "아빠 제발 애매한 시간에 오지 마세요."라고 하고, 아빠가 사준 너무 맛있는 갈비를 먹고 들어온 날 "오늘은 갈비였다."라고 일기를 쓴다. 또, 아빠에게 뭘 해달라고 할 때마다 아빠가 "내일 해 줄게."라고 말해서 '내일'이 밉다고,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빠와 딸의 따뜻한 교감으로 채운 하루하루를 사랑스러운 동시로 읽는 내내, 아이의 순수하고 맑은 마음이 어여뻐서 절로 미소 짓게 된다. 동시와 짝을 이루는 소복이 작가의 재치 넘치는 세 컷 만화는 또 다른 매력으로 키득키득 웃게 만든다. 사랑스럽고 재미있는 이 동시집을 혼자 읽을 수는 없다. 특별히, 어른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 어린이 MD 송진경
이 책의 한 문장
아빠는 시를 써요. 아빠에게 시가 뭐냐고 물으면 어떤 날은 "구름 같은 거란다." 하시고, 또 어떤 날은 "노래 같은 거란다." 하세요 (중략) 오늘 또 물었더니 "음! 시는 바로 너야."라고 하셨어요 아 알겠어요 아빠에게는 내가 시인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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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안녕'을 묻다"
왜 우리는 쉽게 잊고 비슷한 일은 반복될까요?
노명우 지음 / 우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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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를 위해 다이어리를 새로 정리할 때 친구들의 생일과 가족들의 생일을 옮겨 적는다. 요즘 시대에도 음력으로 날을 챙길 때가 있기에 음력 달력을 찾아가며 그해의 날을 기록한다. 1월부터 12월까지의 쉬는 날을 확인하다가 잊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날에 표시가 없으면 체념하듯이 고친다. 2.18, 4.3, 4.16, 4.19, 5.18, 6.29, 7.15, 10.21, 10.29…. 그리고 우리가 다 기억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날들을 생각한다. (여러분은 앞선 날짜들이 어떤 날인지 다 알고 계십니까? 당연히 다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정말로 '왜 우리는 쉽게 잊고' 세상에 이런 '비슷한 일은 반복될까?'

사회학자 노명우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던 재난을 잠정 국면, 전조 국면, 사태 발생 국면으로 나누어 각각의 국면에서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이야기 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재난을 두루 살펴 재난의 구조와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비슷하게 윤리적이고 비인간적이며, 비슷하게 비이성적이고 불평등했던 세계/현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각각의 재난을 넘어 해야 할 일을 모색할 수 있다.

4월, 누군가는 가장 비통한 달이라 한다. 감정만 남은 기억은 제자리에 머무는 시간만 늘릴지도 모르겠다. 기억하겠다는 외침과 약속은 우리가 사건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호명하겠다는 증인 선언과도 같다. 올해도 어김없이 눈물은 뒤로하고 말한다. 잊지 않겠다고. - 청소년 MD 임이지
이 책의 한 문장
수면 위로 올라온 파국의 그 순간만을 생각하면 재난은 찰나의 순간에 벌어지는 비극처럼 보입니다. 삼풍백화점이 완전히 붕괴하는 데 겨우 20초밖에 안 걸렸던 점을 보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그런데 수면 위로 올라와 있는 작은 섬도 바닷속 깊은 곳까지 살펴보면 보이지 않았던 거대하고 연속된 지형이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가 사태 발생 국면만 살펴보고 재난을 해석할 때 많은 것을 놓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입니다. 어떤 재난은 한두 달 혹은 수년간의 잠정 국면과 전조 국면이 아니라 몇십 년, 몇백 년에 걸친 아주 기나긴 잠정 국면과 전조 국면의 결과로 나타나기도 하니까요. _3장 중에서, 「불평등은 자연재해를 재난으로 만듭니다」

책 속에서
단결은 힘입니다. 동료 지원(우리에 의한, 우리를 위한)은 확실히 저를 구했고, 지금도 저는 그들과 단단한 우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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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 대한 오랜 탐색과 역사학적 고찰
공부하는 인간
자크 베르제 지음, 문성욱 옮김 / 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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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알아서 뭐에 쓰는데?”라는, 반쯤은 조롱에 가까운 질문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면 아마도 현대 사회 기준에서 다소 실용적이지 않다고 평가받는 분야에 관심을 둔 사람일 확률이 높겠다. 조선 후기 중인층의 서화완상문화나 11세기 노르망디 지역에 정착하기 시작한 노르만계 귀족의 기독교화 과정 같은 주제를 공부하는 일은 대체로 그 유용성에 대한 조롱 섞인·무례한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 앎의 값을 평가하고 구별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며, 일정 부분은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제도화되어 있다. 필요한 앎과 불필요한 앎, 좋은 앎과 나쁜 앎, 더 많은 앎과 더 적은 앎을 구별하는 일은 언제부터, 누구에 의해, 어떤 목적으로 이루어졌나.

평생 대학을 중심으로 한 중세 교육제도를 연구한 프랑스의 중세 철학자 자크 베르제는 12~13세기 무렵을 그 전환점으로 본다. 볼로냐나 파리 등지에 모여 가르치고 배우고 토론하던 사람들이 이 활동에 좀 더 분명한 형태를 주고자 했고, 자신들의 성취를 ‘학위’라는 자격으로 공인받으려 했다. 이들은 지식과 교육제도의 발전 속에서 일정한 유형의 앎에 일정한 수준으로 숙달한 존재가 되었고, 이렇게 선취한 지식에 기반하여 특정한 실천적 능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책에서 베르제는 그들을 ‘식자’라고 명명한다. 중세 말, 교황권의 전성기를 지나 ‘근대 국가’로 이행하는 국면에서 유효한 행위자가 될 만큼 그 수와 사회적 무게를 확보한 식자층은 그들을 구속하고자 하는 교회와 정치에 맞서고, 한편으로는 깊이 편입되었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현대’가 있었고, 그 속에는 그들의 문제가 있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성공하거나 실패하였다. 힘을 가진 자들의 압력, 아는 자들의 욕망이 뒤엉킨 공부하는 인간의 역사는 그 위로 한 사회 전체의 변동을 그리는 밑그림이 된다. - 역사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우리 서구 사회가 추상적 지식에, 또한 그 지식의 보존과 전파를, 경우에 따라 실제 활용을 책임지는 일을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 기꺼이 마련해 주던 자리는 이미 중세 말 수 세기 동안 그려진 것이었고, 이 그림은 아주 오랫동안 남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