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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국내저자 >

이름:이산하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0년, 대한민국 경상북도 영일

최근작
2021년 7월 <존재의 놀이>

악의 평범성

자기를 처형하라는 글이 쓰인 것도 모른 채 봉인된 밀서를 전하러 가는 ‘다윗의 편지’처럼 시를 쓴다는 것도 시의 빈소에 꽃 하나 바치며 조문하는 것과 같은 건지도 모른다. 22여 년 만에 그 조화들을 모아 불태운다. 내 영혼의 잿더미 위에 단테의 「신곡」 중 이런 구절이 새겨진다.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내 시집에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하나도 없다. 2021년

양철북

다양한 무늬와 빛깔과 향기가 있는 것이 모든 성장의 색채이다. 그 색채가 낳은 빛이 고통의 결과라면 찬란한 무지개는 그 고통의 절정일 것이다! 나의 성년식도 그러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런 색채도 그런 고통도 또한 그런 무지개도 드지 않을 것이다. 생의 중간에서 이미 마감이 다가오고 있으므로...

존재의 놀이

개정판 시인의 말 나 모르게 다녀간 상처 입은 소년의 발자국이 보인다. 발자국을 따라가다 길을 잃었다. 편집자와의 착오로 바뀐 시집 제목을 22년 만에 바로잡아 다행이다. 2021년 초여름

존재의 놀이

초판 시인의 말 500년마다 한 번씩 스스로 향나무를 쌓아 불을 피운 다음 그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타 죽는 새가 있다면 믿겠는가. 그리고 그 잿더미 속에서 다시 어린 새로 거듭 태어난다면 또한 믿겠는가. 게다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마저 버린 지 오래 된 새라면 더욱이나 믿겠는가. 나는 믿는다. 그 ‘기특한 향나무새’가 내 가슴속에 살고 있으니까. 다만 500년이 50년으로 줄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10년이나 남았구나. ‘첫 시집’인 듯하다. 1부는 내가 잔잔했던 최근(1998년 봄~1999년 봄)의 작품들이고 2부는 내가 출렁거렸던 약 20년 전(1977년 봄~1985년 봄)에 쓴 것들이다. 그 ‘잔잔함’과 그 ‘출렁거림’ 사이가 멀리서 들려오는 천둥소리처럼 너무 아득하다. 벌써 가슴이 뜨거워져온다. 새가 또 향나무를 쌓는 모양이다. 이번엔 설마 예행연습은 아니겠지…… 1999년 늦여름 양평에서

한라산

<한라산>이 세상에 나온 지 16년 만에 '공식적인 시집'으로 내는 감회도 감회려니와 불현 듯 떠오르는 내 청춘의 암약(暗躍)이 나를 걷잡을 수 없이 추억의 급물살 속으로 빨려들어 가게 하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참으로 아득한 세월의 강물이요, 참으로 오랜만에 젖어보는 역류의 강물이 아닐 수 없다. 내 지금은 비록 가슴에 폭탄 같은 시를 장착하고 불 속으로 뛰어들었던 그 분노와 그 노여움은 사라졌지만, 그러나 새로운 세상에 대한 천둥 같은 그리움만큼은 여전히 삼엄하고 또 여전히 장렬하다.

한라산

올해로 ‘제주4.3항쟁’ 70주년이고 장시 ‘한라산’ 31주년이다. 4.3항쟁 70주년을 맞아 개정판 시집으로 내는 감회가 깊다. 오래 전에 나온 시집을 다시 쓰다듬고 다듬는 손길이 떨린다. 시 ‘한라산’은 내 긴 비명이자 통곡이었다. 걷잡을 수 없이 추억의 급물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내 27살 청춘의 암약. 돌아보면 참으로 아득한 세월의 강물이요, 참으로 그윽하게 젖어보는 역류의 강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비록 가슴에 폭탄 같은 시를 장착하고 불 속으로 뛰어들었던 그 분노와 노여움은 사라졌지만, 그러나 새로운 세상에 대한 천둥 같은 그리움만은 여전히 삼엄하고 여전히 장렬하다. ‘한라산’ 이후 내 삶은 죽은 자가 산 자를 운구하는 것 같은 삶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진실만 말해야 한다는 멍에가 나를 30년이나 압박했다. 앞으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이마에 찍힌 지울 수 없는 천형이었다. 방식이 다를 뿐 시인은 마땅히 세상의 모든 고통에 책임을 져야 하고 오래오래 슬퍼해야 한다. 이제 길 끝이 보인다. 여울 같은 좁은 길. 짤게 슬플 시간도 없지만 길게 아프지 않을 이유도 없다. 장편서사시 <한라산>은 1987년 3월, 사회과학 무크인 <녹두서평> 창간호에 발표되어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당시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온 국민들의 분노와 눈물이 전국으로 번져갈 때였다. 박종철은 고교 후배였고 나와 만난 지 3개월 후에 시신으로 변했다. 돌아보니, 벌써 31년이나 흘렀고 내 나이 27살 때였다. 세상도 변했고 사람도 변했고 나 역시 변했다. 변하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있다면 질긴 ‘기억의 고집’과 같은 것이리라. <한라산>의 최종 원고인 ‘서시’를 고교 동기인 신형식 <녹두서평> 편집장한테 넘기며 서로 농담처럼 주고받았던 얘기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야, 이거 내 모가지 걸고 쓴 거니 잘 지켜라.” “야, 내 모가지도 우찌 될지 모르구마. 그라고….” “그라고… 뭐?” “종철이도 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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