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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저자 > 어린이/유아

이름:정일근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 대한민국 경상남도 진해

직업:시인 대학교수

최근작
2023년 7월 <혀꽃의 사랑법>

2013년 제24회 김달진문학상

올해는 저에게 시인이란 이름표를 단지 서른 해가 되는 해입니다. 자축의 뜻을 담아 11번째 시집 『방!』을 출간했습니다. 시인 서른 해가 무슨 훈장이 되겠습니까만, 풍찬노숙의 세월에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고 몸 안팎에 큰 상처와 후유증을 가지고 살아온 저를 위해 제가 축하해주고 싶었습니다. 숨을 거둘 때까지 시인으로 살겠지만 한 번쯤은 저를 위해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고 싶었습니다. 푸짐하게 술상까지 차리고 술 한 잔 권하고 싶었습니다. 처음 시인이 되었을 때 저는 모교의 심장이 뜨거운 대학생이었습니다. 3년 전 모교로 다시 돌아와 후배들에게 시를 가르치며, 시인으로 첫 출발했던 ‘월영동 449번지’에서 10권의 시집을 끝내고 새로 출발하는 마음을 담은 11번째 시집을 낸 것이 기뻤습니다.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시인에게 시집은 십자가다. 그 시집에는 대못이 아니라 자잘한 못들이 무수히 박히고 박혔다 빠지고 다시 박힌다. 어느새 열번째 십자가를 지고 눈이 내리는 은현리 들판에 섰다. 오직 하나의 대못으로 나를 못 박고 그대를 못 박는 시인의 십자가를 꿈꾸며.

마당으로 출근하는 시인

시인이란 시와 사람이 하나가 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자연의 이름이라는 것을 이 시집을 묶으며 알았습니다. ...저는 아직 시와 사람 사이에 서 있습니다. 그 사이에 난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사과야 미안하다

북해도 여행 중에 오타루란 항구도시에서 유리로 만든 푸른 펜과 북해를 닮은 blue black색 잉크를 그 사람에게 선물 받았다. 그 펜에 그 잉크를 찍어 시인 스무 해 동안 쓴 8권의 시집 속에서 59편의 시(詩)를 골라 적었다. 유리 펜도 닳고 잉크도 줄어들고 손끝을 타고 내 정신이 뭉텅뭉텅 빠져나가버린 것 같다. 눈이 내리고 잉크병이 어는 어느 추운 겨울날 아무래도 그 사람과 함께 북해를 다녀와야겠다.

오른손잡이의 슬픔

그 해 봄에 한 눈을 잃어버릴 뻔 했던 적이 있다. 눈 하나로 반 년 가까이 살았다. 하늘이 도와 두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게 되었을 때 신이 사람을 만들 때 눈을 두 개 달아준 것은 한 눈이 무엇을 볼 때, 다른 눈으로는 한 눈이 보는 그 다른 것도 보라는 주문인 것을 알았다. 시를 보는 내 눈도 두 개다. 서정에 몰입하는 오른 눈이 있다면 오른 눈이 보지 않는 것을 보는 왼 눈도 있다. 시인은 결코 외눈으로 살 수 없는 가 보다.

우린 친구야 모두 친구야

내 동화를 읽는 친구들에게 나는 연작동화 <하나 동생 두나>, <내가 꽃을 피웠어요>, <우린 친구야 모두 친구야>를 쓴 아저씨야. 나는 동화작가가 아니라 시를 쓰는 시인이야. 동화 속에 나오는 하나 아빠처럼 ‘시인아저씨’야. 시인인 내가 시가 아니라 동화를 쓴 이유는 어린이 친구들과 만나고 싶어서였어. 어린이 친구들을 만나 내가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야. 나는 도시가 아닌 산골마을에 살아. 우리 마을의 산은 솥의 발처럼 생겨서 ‘솥발산’이라 부르는 산인데, 산봉우리들이 연꽃처럼 피어서 마을을 지켜주는 작고 아름다운 곳이야. 나에게는 텔레비전도 없고, 인터넷도 없고, 전화도 없지만 개구쟁이 ‘두나’ 같은 강아지도 있고, 목련나무도 있고, 꽃밭도 있어. 우리가 흔히 ‘자연’이라고 말하는 곳에 살며 책을 읽고 시를 쓰는 일이 나의 일이야.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오래 살다보면 꽃이며 나무며 밤하늘의 별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신기하지? 그래서 자연 속에서 들은 자연의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동화로 만들어 전해주고 싶었던 거야. 사람에게는 ‘마음의 귀’라는 것이 있어. 모든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는 마술과 같은 귀인데, 그 귀는 자연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질 수 있어. 아마 벌써 그 귀를 가진 친구들도 있을지 몰라. 강아지를 착한 마음으로 아끼고 돌보면 강아지가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어. 나무를 하루에 한 번씩만 껴안아주면 나무가 하는 말도 들려. 꽃밭의 꽃들도 물을 주며 사랑해주면 꽃들의 합창을 들을 수 있어. 그런 것들을 들을 수 있는 귀가 바로 마음의 귀인 거야. 사람만이 말을 하고 들을 수 있다고 하지만, 자연의 친구들은 모두 서로 말이 통하는 친구들이야. 강아지가 하는 말을 나무가 듣고, 나무가 하는 말을 새가 듣고, 새가 하는 말을 꽃이 듣고, 꽃이 하는 말을 벌과 나비가 들을 수 있어. 안타깝게도 사람만이 그 친구들의 말을 들을 수 없어. 하지만 자연의 친구들에게 사람도 마음을 열면 마음의 귀도 함께 열려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나는 내 동화책을 읽는 친구들에게 그런 마음의 귀가 활짝 열리길 바라는 마음이야. 한 번 상상해봐. 우리가 강아지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신나겠니? 강아지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알게 된다면 쉽게 강아지 두나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목련나무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하루 종일 서있기만 하는 목련나무가 얼마나 심심한지를 알 수 있고, 목련나무가 꽃을 피우면 즐거워하는 것도 알 수 있을 거야. 꽃밭의 꽃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꽃들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색깔의 목소리와 향기로운 노래를 들을 수 있을 거야.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기에 그 친구들을 괴롭히는 일이 많아. 아픈 강아지를 괜히 발로 차고, 꽃이란 선물을 주는 나무의 가지를 이유 없이 툭툭 꺾기도 해. 꽃들에겐 더욱 심해. 꽃은 보는 것인데 꽃을 장난감 취급해서 꽃을 죽게 하는 일이 많아. 생명은 제일 소중한 것인데 우리의 장난이 꽃의 생명을 빼앗아 버리는 경우가 있어.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야. 내가 사랑하는 친구들! 나는 친구들이 내 동화를 읽고 우리 곁에 있는 착한 자연의 착한 친구가 되길 원해요.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좋은 친구가 되길 원해요. 이제 여러분이 먼저 꽃, 나무, 나비와 같은 자연의 친구들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처음에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지 몰라요. 그렇다고 쉽게 포기하지 마세요. 자연의 친구들은 착한 마음을 가진 친구들에게는 꼭 대답을 해줘요. 자연의 친구와 좋은 친구가 되는 그때, 여러분들에게도 마음의 귀가 열려 그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 거예요. 그땐 여러분이 나에게 그 이야기들을 들려주길 기다리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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