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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저자 > 문학일반

이름:맹문재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3년, 대한민국 충청북도 단양

직업:시인 대학교수

최근작
2023년 9월 <박인환 산문 전집>

2021 오늘의 좋은 시

2020년에 간행된 문예지에 발표된 시작품들 중에서 89편을 선정했다. 선정된 시들은 다양한 주제를 보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2019년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해 지금까지 팬데믹으로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의 상황과 전태일 열사와 관계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기리는 사회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여겨진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완성도를 기준으로 작품들을 선정했지만, 독자와의 소통적인 면도 고려했다. 난해한 작품들이 워낙 많이 발표되고 있어 시인들의 창의성을 어느 정도로 수용할 것인가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한국 현대시는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선집은 작품의 우열을 기준으로 엮은 것이 아니라 우리 시단의 흐름을 나름대로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이 선집 외에 다양한 기획 시집들이 출간되기를 희망한다. 이 선집의 엮은이들은 책임감을 가진다는 취지에서 작품마다 해설을 달았다. 필자의 표기는 다음과 같다. 맹문재=a, 임동확=b, 이혜원=c 2021년 2월 24일 현재 전 세계의 코로나19 확진자가 1억 1천만 명을, 사망자가 240만 명을 넘어섰다.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이 팬데믹 상황에서 인류가 겪고 있는 불안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이와 같은 역경 속에서도 좋은 시를 쓰고 있는 시인들에게 응원과 감사를 드린다.

김남주 산문 전집

김남주 시인은 분단 조국에서 가장 치열하게 작품 활동을 하다가 타계했다. 이와 같은 평가가 과장되지 않는 것은 그가 분단의 극복과 정치의 민주화를 위해 온몸으로 실천하다가 옥고를 치른 기간이 장장 10년이나 된다는 사실에서, 그리고 행동과 일치된 작품 세계를 일관되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증명된다. 그리하여 김남주 시인은 해방 이후의 한국 시문학사에서 큰 거울로 서 있는 것이다. 이 전집에 수록된 산문은 『산이라면 넘어주고 강이라면 건너주고』(삼천리, 1989), 『시와 혁명』(나루, 1991), 『불씨 하나가 광야를 태우리라』(시와사회사, 1994)에 실려 있는 것을 원본으로 삼았다. 다른 매체에 발표되었거나 개인이 소장한 원고들은 출처를 밝히고 수록했다. 한 작품이 다른 매체에 다시 수록된 경우는 원본의 중요성을 고려하면서 한 가지를 선택해 실었으며, 그 사항을 각주로 설명했다. 이 산문 전집은 『산이라면 넘어주고 강이라면 건너주고』에 수록된 옥중 서신들을 가운데에 놓고 나머지 원고들을 주제나 장르로 나누어 배열하는 식으로 엮었다. 옥중 서신들은 대부분 시인의 아내(당시는 약혼녀)인 박광숙에게 보낸 것이어서 사적인 면을 띠지만, 그 의의는 결코 개인적인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모순된 시대를 향해 온몸으로 저항한 시인의 내밀한 모습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어 감동을 준다. 옥중 서신들은 양이 많은 점을 고려해서 아내(약혼녀)에게 보낸 것, 가족에게 보낸 것, 지인에게 보낸 것 등으로 다시 분류했고, 각각 연대기 순으로 배열했다. 발신의 날짜를 알 수 없는 서신은 해당하는 영역의 마지막에 놓았다. 그리고 새롭게 발굴한 5편의 시 작품을 부록으로 실었다. 지난해에 간행한 『김남주 시전집』에 수록되지 않은 작품들로 김남주 시인의 초기 시세계를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이 산문 전집은 제1부 문학, 제2부 정치, 제3부 서신, 제4부 일기, 제5부 대담, 제6부 강연, 그리고 연보, 찾아보기, 부록 등으로 차례를 마련했다. 이 산문 전집에서는 김남주 시인의 연보를 정확하게 작성하려고 노력했다. 그리하여 기존의 저서들에 소개된 김남주 시인의 출신 학교를 비롯한 여러 사항들을 수정하거나 보충했다. 아울러 사진도 많이 실어 김남주 시인의 일대기를 나름대로 정리하는 한편 그와 함께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담았다.

물고기에게 배우다

이 시집의 제1부에서 제3부까지는 첫 시집에서 다루었던 일상과 사회적 관심들이다. 점점 심각해지는 자본주의에 대해 생각하면서 김수영의 시를 많이 떠올렸다. 제4부는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들이다. 원래 제5부에서 첫 시집의 제5부에서 다루었던 시들을 계속해서 담으려고 했는데 작위성에 용기가 없어 그만두었다. 언젠가 집중적으로 묶고 싶다.

박인환 번역 전집

2008년 간행한 『박인환 전집』에서 빠진 번역 원고들을 『박인환 번역 전집』으로 묶는다. 시장성의 문제로 오랫동안 묵혀오고 있었는데, (재)인제군문화재단의 도움으로 다행히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그동안 편협한 모더니즘에 갇혀 있던 박인환의 시 세계가 『박인환 전집』 이후 열리게 되어 이제는 어떤 연구자도 박인환 시인을 참여의식이 없는 명동의 댄디보이로 평가하지 않는다. 앞으로 박인환의 시 세계는 더욱 활발하고도 다양한 관점으로 연구될 것이다. 그동안 나는 여러 권의 책을 내었다. 그렇지만 되돌아보았을 때 학문이 깊지 못해 부끄러움을 느낀다. 앞으로 박인환 연구라도 제대로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박인환 시인이 번역한 존 스타인벡의 기행문 『소련의 내막』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은데,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이다. “거기에는 악인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나 참다운 선인이 훨씬 많았다. - 머리말

박인환 산문 전집

2019년부터 간행해 오는 박인환 전집 시리즈 중에서 마지막 권으로 『박인환 산문 전집』을 내놓는다. 그동안 『박인환 번역 전집』, 『박인환 시 전집』, 『박인환 영화평론 전집』, 『박인환 평론 전집』을 간행했다. 2008년에 간행한 『박인환 전집』이 여러모로 부족해 보충 및 수정하고자 시작한 작업이 이 산문 전집으로 마무리된다. 누군가에 의해 또 다른 박인환 전집이 간행될 수 있고, 또 그렇게 되기를 응원하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박인환 시인이 발표한 1940~50년대의 자료들을 발굴해서 입력하고 그 의미를 읽어내는 일이 여간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도 부족한 면이 많지만, 박인환의 작품들을 나름대로 정리했기에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 이 전집들을 통해 박인환의 작품 세계에 관한 연구가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중략) 『박인환 산문 전집』에는 지금까지 간행된 전집들에서 볼 수 없는 중요한 자료들이 수록되었다. 무엇보다 박인환 시인의 경기공립중학교 학적부가 공개되어 그동안 잘못 알려진 사항을 바로잡았다. 지금까지 박인환 시인은 경기공립중학교를 그만두고 한성중학교 야간부, 황해도 재령에 있는 명신중학교로 전학한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이번 학적부를 통해 개성에 있는 송도중학교로 전학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인환의 맏아들 세형은 아버지가 송도중학교로 전학한 뒤 황해도 재령에 있는 명신중학교로 다시 옮겨 평양의학전문학교로 진학했다고 증언했다. 좀 더 정확한 사실 확인은 남북통일이 이루어져야 가능할 것이다. 또한 박인환 시인의 제적등본이 공개되어 가족 사항을 구체적으로 볼 수 있었다. (중략) 박인환 시인은 가족은 물론이고 인연이 있는 사람들에게 지극한 사랑을 보였다. 그의 산문은 그 사랑이 얼마나 진실하고 열정적인 것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돈이라는 괴물이 이 세상의 모든 가치를 집어삼키는 시대에 인간의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 책머리에

박인환 전집

<박인환 전집>의 기획은 기존의 다른 전집에 수록된 작품들을 읽다가 심각한 오류를 발견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동안 박인환의 시 세계가 모더니즘의 울타리 안에 갇혀 있다는 문학사적 평가도 새롭게 조명하고 싶었다. 작품들을 모으는 동안 전집 내지 그것에 준하는 단행본이 몇 권 더 나왔는데, 이 전집이 가장 많은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나는 이 전집이 박인환의 작품을 총망라한 최종본이기를 바라지만, 누군가 더 많은 작품을 발굴하여 또 다른 전집이 발간된다면 기꺼이 그 노고에 박수를 칠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

반구대 암각화는 의식주 해결을 위한 목적에서 추구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풍요와 다산과 위령을 기원하는 것 이상으로 한 인간 존재의 자아실현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공동체의 욕구에 의해 시도되었지만 개인의 욕구가 개입된 것, 즉 공동체의 의식주 해결을 위한 노동 차원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과정에 예술적인 동기가 결합된 것이다. 따라서 반구대 암각화에는 공적인 욕구와 사적인 욕구, 노동의 욕구와 예술의 욕구, 종교적인 욕구와 현세적인 욕구, 생리적인 욕구와 자아실현의 욕구 등이 들어 있다. 안전의 욕구, 애정 및 소속의 욕구, 존경의 욕구 등도 포함되어 있다. 결국 반구대 암각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선사시대 인류의 우주관과 생활상과 예술관이 고스란히 담긴 유적인 것이다. 이와 같은 차원에서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은 매우 필요하다. 반구대 암각화는 인류문화의 기원을 알려주는 희소한 유적일 뿐만 아니라 현대인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선사시대의 인류들이 사냥하는 모습은 인간의 삶이 얼마나 힘든가를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의 삶이 얼마나 가치 있고 위대한지도 알려준다. 인간은 아무리 위험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할지라도 극복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벌레 마을부터 달나라까지

2011년 12월 20일 ‘푸른사상 동시선’의 첫 권으로 『달에게 편지를 써볼까』가 간행되었습니다. 권현형, 맹문재, 박완호, 서안나, 이승희, 장인수 시인이 함께한 합동 동시집이었습니다. 새로운 분야를 시작하는 일이어서 기쁨이 컸고 나름대로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중략) 이와 같은 차원에서 동시집의 삽화를 아이들이 그리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기존의 동시집들은 삽화가 지나치게 강하고 세련되어 작품이 그림에 묻히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은 전문 화가의 그림보다는 구도나 색깔이 세련되지 않아 눈길을 끌지 못하겠지만 그 점이 오히려 독자들에게 친밀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아이들의 그림을 삽화로 사용한 또 다른 이유는 동시집을 만드는 데 아이들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시인의 동시집을 읽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함께 창작하는 존재로 만들어주려고 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삽화를 그린 아이들의 이름은 물론 소속 학교와 학년을 동시집에 밝히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저작권을 인정한 것이지요. (중략) 푸른사상 동시선의 표지 디자인을 통일시킨 점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둥근 원은 지구 혹은 우주를 상징하는 것으로 그 안에 아이들의 세계를 담고 있습니다. 둥근 원은 아이들의 마음이 모나지 않기를 바라는 표시이기도 합니다. 둥근 원 안에 들어 있는 그림은 동시집의 주제를 집약시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김종상 시인은 『강아지 호랑이』 『손으로 턱을 괴고』 『벌레 마을 다문화 가족』, 서향숙 시인은 『자음 모음 놀이』 『땅속 거인』 『바글바글 무지개 마트』, 한혜영 시인은 『닭장 옆 탱자나무』 『큰소리 뻥뻥』 『개미도 파출소가 필요해』, 성환희 시인은 『궁금한 길』 『인기 많은 나』 『놀래 놀래』 등 세 권씩 간행해 푸른사상 동시선을 빛내주었습니다. 하빈의 『수업 끝』 『진짜 수업』, 신이림의 『발가락이 먼저』 『춤추는 자귀나무』, 김경구의 『앞니 인사』 『사과 껍질처럼 길게 길게』, 김이삭의 『바이킹 식당』 『감기 마녀』 등도 동시선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이외에 스물여덟 명의 시인들이 푸른사상 동시선에 함께해주었습니다. - ‘작품 해설’ 중에서

사과를 내밀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데 한 승객이 운전사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운전사도 지지 않고 응수했지만, 마흔의 나이라고 밝힌 승객에게 위협당하고 있었다. 곧 폭행이 일어날 것 같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못 본 체했다. 할 수 없이 내가 나서서 한마디 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아줌마 아저씨 들도 그 승객을 나무랐다. 승객은 아주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를 쏘아보았지만, 사람들에게 밀려 할 수 없이 물러섰다. 그가 흉기라도 꺼내 들고 덤비면 어쩌나 겁이 났지만, 나는 아직 젊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 시집 이후 칠 년 만에 내는 시집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는 이 새벽의 기분도 그러하다. 나는 아직 젊다, 역사를 생각하자.

사북 골목에서

광산촌을 제재로 한 작품들을 모아 한 권의 시집으로 묶는다. 오래전부터 내고 싶었는데, 내가 광부가 아니기에 선뜻 실행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사북항쟁 40년이 되는 해여서 용기를 내었다. 농부였던 아버지께서 한때 사북에 계셨다. 중고등학교 방학 때 몇 번 찾아뵌 것이 전부였다. 그렇지만 새카만 장화며 도랑물이며 질척이는 골목을 잊지 못한다.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사북을 비롯해 태백, 삼척, 문경, 화순…… 광산촌에서 살아온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하늘에 계신 아버님께 부족한 시집을 올린다.

시론

블리스 페리의 『시론』은 시의 영역, 시의 상상력, 시의 언어, 리듬과 운율, 각운과 연, 자유시 등 시 일반론을 기술하고 있다. 또한 서정시의 영역, 서정시의 관계와 유형들, 서정시의 현재 상황 등을 살피고 있다. 블리스 페리는 시의 특성과 의의 등을 일반 독자들 및 강의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깊이 있고 논리적이고 진지하게 시를 사랑하고 있다. 나는 그러한 모습에 호감을 갖고 번역해나가는 동안 인용한 시들에 빠져들기도 했고, 시의 기능은 물론 시의 형식과 의미, 시의 상상력, 서정시와 민족 및 시대 등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의 의견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시란 무엇인가를 사색할 수 있어 행복했다.

시와 정치

시대와 사회를 좀 더 적극적으로 담고자 한 제목으로 새로운 평론집을 낸다. 생각해보면 시와 정치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데도 우리나라의 평론계에서는 거리를 둔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시문학의 현실 참여를 긍정하지 않는 문단의 보수적인 풍토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문단이 작품의 미학을 추구하거나 자기 철학을 밀고 나가는 특성으로 채워져 있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보수적인 출판 권력과 언론 권력을 둘러싼 사적인 인간관계가 지배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모순되고 비합리적인 병폐가 문단에도 고스란히 들어 있는데, 이 평론집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을 정치적인 관점으로 극복해보고자 한다.

종소리

찰스 디킨스의 명작인 『크리스마스 캐럴』에 이어 『종소리』를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디킨스는 크리스마스 날만큼은 사람들이, 특히 가난한 노동자들이, 식구들과 난롯가에 모여 앉아 자신이 쓴 소설을 휴식을 취하며 읽기를 희망했다. 산업혁명 이후 국가는 부자가 되는 데 비해 기회를 갖지 못한 하층민들은 사회에서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었는데, 디킨스는 그들과 함께하고자 한 것이었다. 거리는 활기로 넘치고 상점마다 화려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을 정도로 디킨스가 살아가던 시대의 런던은 풍요로웠지만, 하층민들은 빈곤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종소리』에서 묘사되고 있듯이 끼니를 거른 채 일거리를 찾는 사람들, 하루 종일 일을 해도 끼니 해결이 어려운 사람들, 가난과 무지로 결혼조차 포기하는 사람들, 알코올 중독으로 무너지는 사람들, 사회의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사람들, 심지어 거리에서 몸을 파는 사람들이 그 모습이었다. 디킨스는 하층민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위로하고 고통을 나누고자 했다. 『종소리』에서 “아무리 일을 해도 사람답게 살 수 없을 때, 생활이 너무나 형편없어서 안에서나 밖에서나 배고픔이 가시지 않을 때, 노동하며 살아가는 삶이 그렇게 시작해서 그렇게 가다가 아무런 기회도 변화도 없이 그렇게 끝장나고 마는 것을 볼 때, 그 신분 높은 사람들에게 가서 말하지요. ‘제발 나 좀 내버려둬요! 내 집은 좀 내버려둬요. 당신이 더 비참하게 하지 않아도 이미 내 집 문은 충분히 비참하니까.”(62~63쪽)라고 발언한 것이 그 모습이다.

좋은 의자 하나

점점 빠르게 지나가는 날들 속에서 나는 좋은 시를 써야 하고, 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이 책을 계기로 그 길을 좀더 밀고 나가는 힘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진실성을 잃지 않도록 늘 경계해야 됨을 요즘 들어 거듭 깨닫고 있다.

책이 무거운 이유

이 시집에 실은 작품들은 모두 발표한 것들이지만 퇴고 과정을 거쳤다. 발표한 작품에 손을 댄다는 것은 자랑할 만한 일이 못되지만 좋은 시를 쓰려고 끝까지 고쳤다. 이번 시집에서는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는 자본주의에 대해 특히 고민했다. 창비가 마포에 있을 때 이시영, 고형렬 선생님께 놀러가 책도 얻고 술도 얻어마셨는데 어느덧 그 분들이 퇴사를 해 새삼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 나의 일터를 마련해준 안양대의 이경혜, 윤충의, 박철우 선생님과 큰 가르침을 주시는 최동호 선생님을 비롯한 고려대 은사님들께 감사드린다. 반년 전까지 몸담았던, 신달자 선생님이 계신 명지전문대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린다. 나와 인연이 된 많은 제자들이며 포항과 광양의 친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나의 시를 맡아준 창비와 알뜰하게 정리해준 편집부에도 감사드린다. 점점 나이를 생각한다. 나를 믿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생각하며 그저 다부지게 쓸 일이다. 2005년 8월, 새뜻한 벼 냄새가 떠오는 여름밤에

크리스마스 캐럴

내가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번역한 시기는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무렵이었다. 아이엠에프 사태, 아이엠에프 시대, 아이엠에프 위기, 아이엠에프 경제 위기, 아이엠에프 외환 위기 등의 용어가 연일 언론에 도배되는 상황이었듯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번역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19세기 중엽 영국에서 디킨스가 겪은 상황과 20세기 말 한국에서 내가 겪는 상황이 같을 수 없지만,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힘듦은 유사하다고 여긴 것이다. 디킨스는 영국의 음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캐럴』뿐만 아니라 매년 1편씩 쓴 5편의 소설을 묶어 『크리스마스 책』을 간행했다. 크리스마스 날이라도 사람들이 난롯가에 모여 앉아 자신의 소설을 읽기를 기대한 것이다. 나는 디킨스의 그 의도를 받아들여 아이엠에프 사태에 무너지는 한국의 가정 역시 살아나길 희망했다. 『크리스마스 캐럴』을 비롯한 디킨스의 소설들은 그가 살아가던 시대와 사회를 반영한 산물이다. 디킨스는 빚을 갚지 못한 아버지가 감옥 생활을 할 정도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말미암아 아홉 살에 시작한 학업조차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 대신 구두약 제조 공장에서 일하거나 법률사무소 사환 노릇을 했다. 그와 같은 가난을 체험했기에 디킨스는 하층 빈민들의 고통과 비애를 잘 알고 있었고, 그들에게 사랑과 동정이 필요하다는 것도 인식했다. 그리하여 사회의 모순에서 야기된 빈민들의 소외와 아픔을 사랑으로 극복하려고 소설을 썼다. 디킨스가 살아가던 영국은 산업혁명으로 말미암아 엄청난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었다. 그렇지만 겉모습이 화려했던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 비참한 뒷모습을 숨기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성장한 도시는 빈곤, 실업, 저임금, 경쟁, 계층 갈등에 쫓기는 빈민들을 양산했다. 그리하여 디킨스는 지배계층의 사람들에게 인간성을 상실하고 비인간화된 도시 상황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디킨스가 추구한 사회의식에 나는 전적으로 공감했다. 1997년 12월 3일 국가 부도에 직면한 대한민국은 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외환 위기 상황을 보면서도 외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많은 기업들과 은행들이 공중 분해되었고, 해고 노동자들이 거리에서 낙엽처럼 나뒹굴었다. 평생직장으로 삼고 일하던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해고되는 일이 다반사였고, 비정규직이며 구조조정 등의 용어가 자연스레 일상화되었다. 나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통해 그들을 미약하나마 껴안고 싶었다.

행복한 시인 읽기

『행복한 시인 읽기』라는 이 대담집은 ‘행복한 시인’의 ‘읽기’라는 의미를 담기도 하지만 ‘시인 읽기’의 ‘행복’이라는 의미를 보다 담고 있다. 시인의 길을 열정을 안고 가는 다양한 시인들을 만난 즐거움을 고스란히 품기 위해 ‘행복’이란 이름표를 단 것이다. 작품 읽기를 통해 시인을 이해한 것이 아니라 시인 읽기를 통해 작품 세계의 전반을 이해한 이 경험은 새롭고도 즐거웠다.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작품들의 행간을 시인으로부터 직접 알게 되는 순간은 마치 두레박으로 깊은 우물을 길어 올렸을 때처럼 뿌듯했다. 뿐만 아니라 시인들이 보여준 자부심과, 자기반성, 성실성 등은 나에게 큰 거울이 되었다. 나는 시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가 시인으로서 가야 할 길을 생각했다. 이제까지는 시가 저에게 위로를 주었지만 앞으로는 제가 시에게 위로를 주어야겠지요. 시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시에 발을 넣었으면 시의 삶을 살아야지요. 조직원들이 하나둘 전선에서 떠나갈 때도, 때로는 감옥에 갈 때도, 저는 시를 쓰고 시를 찾아 읽으면서 결의를 다지곤 했습니다. 좋은 시는 노동시입니다. 프롤레타리아의 눈으로 보고 또 보는 시입니다. 결의에 찬 시인들의 말이 지금 이 순간에도 들린다. 진정 내가 알고 있는 것이란 먼지 하나밖에 안 된다. 더욱 귀를 열고 배우고 또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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