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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번역

이름:김상운

최근작
2023년 5월 <현대사상 입문>

인종, 국민, 계급

이념으로서의 자본주의에서 역사적 체계로서의 자본주의로 분석 대상을 옮기는 것만으로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문제 해결의 단서를 얻은 것일 뿐이다. 왜냐하면 국민(민족주의), 인종(인종주의), 민족 같은 공동체는 단독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 속에서 다른 공동체와 복잡하게 접합되어 있으며, 결국 각각은 본질적으로 모호한 복합체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이나 인종이나 민족 같은 정체성의 본질적인 모호성(애매함), 달리 말하면 이것들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것이 왜 어려운지, 그 유래를 먼저 해명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민족주의를 정의하는 일이 왜 이토록 어려운가”라는 질문을 역사적 체계로서의 자본주의의 복잡성과 관련시켜 추적하는 것이다.

현대사상 입문

이 책은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니고 있다. ‘현대’사상에서 중요한 인물로 데리다, 들뢰즈, 푸코를 총괄하는 논의를 ‘시작하며’에서 전개한 후, 1장부터 3장까지 순서대로 이들의 사유를 간략하게 짚는다. 물론 이는 기묘하게 비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생몰년이나 영향 관계의 면에서 보면 보통 ‘[알튀세르Althusser 및 라캉] → 푸코 → 들뢰즈 → 데리다’의 순서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옮긴이가 번역한 사토 요시유키佐藤嘉幸의 『권력과 저항権力と抵抗』(난장, 2012)의 차례를 보면 라캉이 저류에 흐른다는 점과 데리다를 논의하면서 알튀세르가 호출된다는 점을 제외하면, 대체로 이런 편성을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데리다를 실마리(a guiding thread) 삼아 논의를 전개한 것은 몇 가지 장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어렵기로 악명이 자자한 데리다의 논의를 매우 쉽고 간명하게 제시하면서도 초보적인 차원의 논의에 머물지 않고 제법 까다로운 논의를 이해하게 쉽게 보여 준다는 데 있다. 이는 책의 구성이나 내용 전개의 측면과 관련되어 있다. 가령 푸코는 ‘도입 → 나름의 심화’라는 두 단계에 걸쳐 소개되고, 들뢰즈는 최소 세 차례 이상 ‘나선형’의 ‘단계(계단)’를 거쳐 소개된다. 이런 과정에서 들뢰즈의 저작 중에서 가장 어렵다고 소문난 『차이와 반복』의 핵심 논의를 데리다와 비교하면서 전달하며, 그 결과 두 사람 모두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도와준다. 아마 데리다를 논의의 실마리로 삼아 맨 처음에 두지 않았다면 이런 성취는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푸코나 들뢰즈에 대한 논의에 비해 데리다에 대한 논의가 매우 제한적인 한국의 논의 지형에서 볼 때, 이는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에 해당할 것이다. 따라서 1장에서 소개된 데리다 부분만 읽고 이 책이나 저자에 대해 단정하는 대신 책을 끝까지 읽어 본 후에 ‘단정’에 대해 재고하기 바란다. 둘째, 이런 ‘쉬움’과 ‘명료함’은 비단 데리다에 국한되지 않는다. 어려운 개념인 ‘초월론성’을 컴퓨터의 OS에 비유해 설명하는 대목이 그렇다. 또 비록 마르크스의 경우 너무 짧아서 문제이기는 해도 니체, 프로이트와 함께 ‘엮이는 지점이나 논리 구조’를 추출하고 있는 대목 등은 넉넉한 마음으로 보면,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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