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먹는 즐거움과 요리를 함께 나누는 시간들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모닝커피도, 가족들과 둘러앉아 대하는 따뜻한 아침 밥상도, 회의 때 늘 마시던 녹차도, 점심 때 즐겨 먹던 칼국수도, 퇴근 후 동료들과 함께 구워 먹던 삼겹살도, 갈증을 녹여주던 시원한 생맥주도, 잠 안 올 떄 조금씩 마시던 포도주도 어느 날 갑자기 모두 다 사라져버린다면, 그리고 영국 작가 올더스 헉슬리가 <멋진 신세계>에서 예견했던 것처럼 알약 한 알이면 인간의 식욕이 말씀히 해결되는 그런 세상이 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과연 그런 세상이 멋질까? 시간이 많이 남게 되니까 더욱 풍요롭고 즐거운 삶을 살게 될까?
나는 결단코 그렇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런 세상은 아무런 즐거움도 살맛도 재미도 없는 정지된 흑백 영화 스크린처럼 무미건조한 세상일 것이다. 생동감과 활력이 사라져버린 가장 비인간적인 세승의 모습이 바로 그런 세상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