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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한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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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사랑에 관한, 짧은>

다시 하얗게

“서로 대립되는 것을 가라앉히는 침묵하는 실체의 힘에 의해서 많은 것들이 저절로 정돈된다.” -막스 피카르트가 「침묵의 세계」에서 오래 비춰준 ‘침묵하는 실체’를 내 안에 들이고자 애썼던 시간의 틈에서 비집고 나온 시편들이다. 그럼에도 정돈된 내면의 꿈은 아직 멀다. 이 시편들 묶어 下心行의 두엄으로 써야 하리라.

슬픔이 오시겠다는 전갈

이제 와서 염치없이 뵈올 수 없는 분께 간구하는 중이다. 무르지 않은 온화함과 무르지 않은 따뜻함, 무르지 않은 폭신함을 제 몸과 언어에 둘러주소서. 2018년 10월

아늑한 얼굴

나를 힘겹게 찢고 나온 이것들, 볼품없이 뭉툭한 것들뿐이다. 이 착란들 쏟뜨리고야만 만용을 어디다 감춰야 할지 모르겠다. 이번 생(生)은 어찌할 수 없는 난처(難處)다. 뭉툭한 인지력의 몫도 있으리라 생각하며 더욱 낮아져야 할 뿐이다. 몸을 낮추고 오는 것들과 만나는 기쁨으로 앞으로의 시간들을 출렁거리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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