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는 사회가 꾸는 꿈이에요. 사회 구성원들이 원하는 것이 신화를 통해 나타나거든요. 신화에는 지금까지 이 땅에 살아왔던 사람들이 간절히 바랐고 생각했던 것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요. 따라서 신화는 그 사회를 알 수 있는 훌륭한 길라잡이에요. 신화를 읽으면 그 사회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또 어떻게 변해 갈지 알 수 있지요.
세상이 만들어졌어요. 사람이 태어나 살아가고, 때론 영웅이 나타나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라를 세우죠. 세월이 흘러 사람이 죽고 홍수에 의해 세상이 멸망해요. 이것이 세상의 이치랍니다. 그래서 그에 맞추어 한국 신화를 구성해 보았어요. 세상의 시작에서 끝까지 살펴보는 거죠. 그런데 신화에 영원한 끝은 없어요. 끝은 새로운 시작을 뜻하거든요. 낮과 밤이 반복되고 계절이 반복되고 일 년이 반복되는 것과 똑같아요.
우리가 사는 세계는 이렇게 간단하게 이루어져 있어요. 곡식을 베어서 쌀을 만들어 밥을 먹고 배 속으로 들어간 밥이 똥과 오줌이 되고 똥과 오줌은 곡식을 무럭무럭 자라게 해 주는 거죠. 곡식은 거인처럼 튼튼하고 쑥쑥 자라요. 물론 밥을 먹는 사람들도 튼튼하고 쑥쑥 자라요. 그리고 거인이 그랬던 것처럼 멋진 세상을 만드는 거예요. 혼자서 힘들면 여럿이 힘을 합쳐 아름답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거예요.
신화는, 특히 그리스 신화는 수평적인 이야기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직적인 계보도 존재한다. 부모 없이 자식이 있을 수 없듯이 신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신들과 영웅, 인간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그 수직적 역사성에 주안점을 두었다.
앞에서 본 대로 각각의 독립되어 있는 듯 보이는 신화들이 사실은 모두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는데, 이는 계통적 접근이 이루어지고서야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신들과 티탄, 몇몇 기원이 되는 인물을 중심으로 그리스 신화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관되는지를 살펴보았다.
신화는 세계를 이해하는 힘이에요. 단군신화는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와 단군을 낳고 단군은 환웅의 뜻을 이어받아 훌륭하게 세상을 다스리다가 신선이 되어 산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예요. 옛날에 산은 하늘과 다르지 않았거든요. 그러니까 단군신화는 하늘에서 내려와 다시 하늘로 돌아가는 이야기라는 말이지요. 그 사이에 인간이 신을 만나요.
그건 하늘과 땅이 신단수라는 나무를 사이에 두고 만나는 일이기도 해요. 신단수는 땅의 중심에 있는 나무예요. 이런 나무를 신화에서는 우주나무라고 불러요. 우주나무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고 신과 사람이 만나는 장소였어요. 다른 신화에도 이런 우주나무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또 환웅이 곰과 결혼하는 것은 인간과 동물이 만나는 일이에요. 그리고 곰이 사람이 되기 위해 쑥과 마늘을 먹는 것은 사람과 식물이 만나는 일이에요. 이렇게 단군신화는 하늘과 땅, 신과 인간, 인간과 동물이 어울려 아름답게 사는 이야기예요. 서로 사랑하며 밝은 세상을 만들고 함께 어우러졌던 그 시대의 이야기예요.
실제로 여러 종류의 싸움에서 패배한 종족의 신이 악마의 지위로 전락했다. 지금 존재하는 수많은 악마는 이와 같은 과정을 겪어 탄생했다. 다시 말해서 대개의 악마는 원래는 신이었지만 그를 신앙하는 종족이나 부족이 싸움에서 패하거나 문화적으로 흡수당하면서 악마나 악령의 지위로 밀려난 것이다. 물론 선한 신은 싸움에서 승리한 신이다.
그렇다면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그 무엇이 있어 선과 악을 나누고 서로 대립하고 싸우게 만드는가. 비교적 최근까지 선악을 구분하는 것은 신이었다. 그러나 니체가 신의 죽음을 알린 이후 그 구분은 인간이 떠맡아야 하는 무거운 짐이 되었다. 말 그대로 무거운 짐이다.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한 E. H. 카의 표현을 빌지면, 우리가 신화를 만나는 것은 '원체험과 추체험의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신화가 옛이야기로 화석회되지 않고 여전히 현재의 우리 인생이나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신화는 우리의 가슴속에서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영원한 노래다.
이런 신화의 성격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현대의 대표적인 장르가 바로 영화다. 영화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수많은 체험들을 다룬다. 또한 신화는 의례를 필요로 하는데, 이런 면에서 극장은 고대의 신전에 비유할 수 있다. 좀 과장해서 표현하면, 영화를 보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의례를 치르는 것이다. 시간에 맞춰 의례에 참가하고 거기서 체험을 함게 나누는 일이다.
일본에 관한 여행 정보를 담은 책은 많다. 또한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다룬 책도 많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여행 정보나 전문적인 지식은 가급적 다루지 않으려고 했다. 다만 일본을 대표하는 여러 도시를 함께 둘러보면서 더러는 깊이 사색하고 더러는 기행이 주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중에 일본의 도시들을 여행할 때 기억이 나는 글이 되기를 희망한다.
신화는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잘 보이지 않을 뿐이지요.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공기가 여기 있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도 않고 굳이 의식하지도 않고 사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산소가 희박한 높은 산에 올라가거나 밀폐된 공간에 갇혔을 때 비로소 우리는 공기의 존재를 느끼게 됩니다.
<삼국유사>는 우리에게 한국적인 본래의 문화와 상상력으로 인도하는 가장 훌륭한 영토이다. 특히 근원적인 고대 세계로 가야 하는 경우에는 이 길을 거치지 않고는 도달할 수 없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삼국유사>를 가까이에 두고 읽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의 참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