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국내저자 >

이름:이홍섭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5년, 강원도 강릉

직업:시인

최근작
2023년 2월 <강릉, 프라하, 함흥>

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

시들을 정리하면서 내내 빗소리를 들었다 덕분에 시집의 부피가 많이 줄었다 따끈한 수제비가 먹고 싶다

강릉, 프라하, 함흥

첫 시집을 열었다 닫고 나면 온몸이 노곤해진다. 경포해변에서 안목해변까지 걸어가며 만났던 투명한 햇살과 아지랑이들…… 두 발이 땅에 닿지 않으면 해송 아래 모래를 파고 잠들었던가. 그로부터 너무 멀리 왔거나 그로부터 너무 멀리 가지 못했다. 2022년 겨울

검은 돌을 삼키다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맡에 놓아둔다.

검은 돌을 삼키다

산에 가면 한 그루 나무가 되고/ 바다에 닿으면 한 굽이 파도가 되어야 하는데/ 그리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시집은 꽤나 오래 묵혀 두었다./ 바람이 다 쓸어가길/ 구름이 다 실어가길 원했으나/ 또한 그리되지 못했다.// 건달을 꿈꾼 지 오래 되었으나/ 내 몸에서는 노래와 향기가 흘러나오지 않는다.// 갈 길은 먼데, 백일홍 나무는 또 부르르 몸을 떤다.

곱게 싼 인연

백담계곡으로 떨어지는 낙엽이 하 이뻐서 절로 찾아들던 때가 벌써 십여 년 전이다. 그동안 나는 처음 손을 이끌어 주셨던 노스님의 사랑을 받으며, 비승비속으로 터벅터벅 걸어 왔다. 그러나 뒤돌아보니 거기 무엇 하나 이룬 것 없는 빈털털이 청맹과니 구름만 지나갈 뿐이다. 일찍이 서산대사는 <선가귀감>에서 '변소에 단청하지 말라'고 경계했는데, 책을 내는 지금 나의 모습이 바로 그 꼴이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 책으로 인해 함부로 절밥을 축낸 죄가 어느 정도 감해지고, 과분한 자비를 베풀어 주었던 절집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숨결

지금 이곳은 어느 한적한 바닷가입니다. 밤바다가 해변에 기대어 한낮의 날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저도 누군가의 등에 기대어 가만가만 숨결을 느끼고 싶습니다.

터미널 (일반판)

산 첩첩하고 물 중중한 강원도 오지에서 자랄 때, 집 뒤에 대처승 가족이 살던 움막 같은 집이 한 채 엎드려 있었다. 그리고 그 집과 우리 집 사이에는 내가 좋아하던 심배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그 대처승에게는 올망졸망한 자식들이 줄줄이 달려 있었고, 마당 가득 가난이 널려 있었다. 대처승은 늘 아침 일찍 마당에 나와 무연하게 먼 산을 바라보곤 했다. 나는 심배를 주우며, 입 안 가득 침이 넘치도록 신 심배를 먹으며 그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보곤 했다. 그 이후 나는 삶이 턱없이 남루해 보일 때면 심배나무 아래 나를 세워놓고 그 텅 빈 마당을 떠올리곤 했다. 첩첩한 산 너머, 중중한 물 건너 무엇이 있으랴만, 이 삶의 오지에서 시 아니면 또 달리 무엇을 구하겠는가. 서러운 자식 같은 시들을 마당 가득 널어놓고 보니, 지금까지 이어온 내 삶이 먼 산에 가닿던 그 무연함과 이를 바라보며 삼키던 심배의 그 징한 신맛 사이를 오간 것이 아니었는가 싶다. 물론 시도 그러했을 것이다. 2011년 7월

터미널 (특별판)

산 첩첩하고 물 중중한 강원도 오지에서 자랄 때, 집 뒤에 대처승 가족이 살던 움막 같은 집이 한 채 엎드려 있었다. 그리고 그 집과 우리 집 사이에는 내가 좋아하던 심배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그 대처승에게는 올망졸망한 자식들이 줄줄이 달려 있었고, 마당 가득 가난이 널려 있었다. 대처승은 늘 아침 일찍 마당에 나와 무연하게 먼 산을 바라보곤 했다. 나는 심배를 주우며, 입 안 가득 침이 넘치도록 신 심배를 먹으며 그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보곤 했다. 그 이후 나는 삶이 턱없이 남루해 보일 때면 심배나무 아래 나를 세워놓고 그 텅 빈 마당을 떠올리곤 했다. 첩첩한 산 너머, 중중한 물 건너 무엇이 있으랴만, 이 삶의 오지에서 시 아니면 또 달리 무엇을 구하겠는가. 서러운 자식 같은 시들을 마당 가득 널어놓고 보니, 지금까지 이어온 내 삶이 먼 산에 가닿던 그 무연함과 이를 바라보며 삼키던 심배의 그 징한 신맛 사이를 오간 것이 아니었는가 싶다. 물론 시도 그러했을 것이다. 2011년 7월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