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번째 수필집이 나왔다. 다른 책 나올 때와 다르게 특별한 감회는 없다. 왜 없을까. 40권까지 쓰면서 내가 ‘각고의 노력’ 안 했기 때문이다.
내 삶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내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그대로 쉽게(?) 썼을 뿐이다. 앞으로도 이런 삶의 이야기를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자연스럽게 쓰려고 한다.
이번 책(41집) 제목 ‘내 영혼의 수학여행’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며칠 전 새벽에 어느 독자에게서 온 문자 편지다.
“새벽 2시 55분에 일어나서 『내가 졸고 있을 때』(기일혜 수필집?1)를 다시 한번 읽어 보았습니다. 「나의 지병」을 볼 때 저와 ‘동병상련’ 점을 발견했습니다….”
나도 「나의 지병」을 찾아서 읽고, 내친김에 『가난을 만들고 있을 때』(기일혜 수필집 2)를 읽었다. 글 중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애교가 많은 여자」가 내 대표작(수필) 같다는 생각까지 들어서, 친구에게 이 글에 대해 물으니, 그는 이 글이 좋아서 가끔 읽고, 얼마 전에도 읽었다면서, “이 글에 기일혜의 모든 게 다 들어 있어요” 한다. 나도 내 속성을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이라 여겨져, 이 글 제목을 수필집(43집) 제목으로 하고, 안 읽은 분들을 위해 여기에 다시 싣는다.
이번 수필집(44집) 제목, 「신혼여행」은 내가 소설가로 등단하기 전에 쓴 글이다. 그리고 「신혼여행」(『내가 졸고 있을 때』)과 같이 이 책에 실린 「내 그리운 시절」은 『가난을 만들고 있을 때』 수필집에 나온 작품이다. 한번 나온 글, 왜 다시 싣느냐? 애착이 가고, 안 읽은 독자를 위해서.
사람마다 그리운 시절이 있고, 다시는 살 수 없는 ‘처음 삶’ 때 묻지 않은 목숨의 향기가 서려 있다. 독자들에게 이 향기 다시 드리고 싶어서… 수필 쓰기 시작하면서 다른 글(소설)은 쓰지도 못하고 이 수필집만 위해서 살았다.
그동안 식탁에 내 숟가락 한번 제대로 놓은 기억이 없다. 글에, 삶에 빠져 사느라고 내 밥 한 그릇 챙길 여유도 없었다는 말이다.
앞으로도 살아가야 할 삶이, 써야 할 글이 있다.
이 글 쓰다 보니 한 생애가 거의 지나가 버렸다.
돌아다보니 곱고 아픈 세월이었다.
코로나19로 거의 한 석 달 동안, 두문불출하고 있다.
선교 여행도 중단하고 사람을 만나지도 않고 단조로운 집안 생활의 연속이다. 그래서 이번 책(42집)은 소재가 거의 내 일상이다.
‘일상이 예배’라는 말씀이 있듯이, 반복되는 일상을 불평 불만하지 말고 잠잠하게 사는 삶이, ‘하나님의 통치에 참여하는 일’이라고 한다.
하루하루 내 일상적인 삶이 모여서 위대해지기도 하고 아름다워지기도 한다. 그리고 오래 살면 노쇠해지는 것만 아니다.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고린도후서 4:16)는 성경 말씀처럼 ‘오래 살면 아름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