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완성되는 것은 소설의 무의식이 독자의 무의식을 만나서 특정한 개인이 아니라 인간 일반의 무의식으로 지평을 열 때이다. 진정 작품이 악보를 닮은 것은, 음악이 그렇듯이, 문학작품 역시 헤아리기 쉽지 않은 깊이로 존재하기 때문인데, 그러므로 비평가는 연주자가 되어 이 층층의 깊이 속으로 들어가야 하고 다시 돌아나와 그 경험을 들려주어야 한다. 오르페우스처럼.
작품의 의미는 작품 속에는 없다. 완성된 형태로 주어지지도 않는다. 우리가 흔히 독서, 해석 등의 말로 지칭하는 작업들은 한 작품의 내용이 기대는 형식을 통해 우리의 정신적 내용도 그것에 의지하여 유사한 형식을 갖출 때 비로소 함께 움직이며 생성되는 의미를 만나는 것을 뜻한다. 정신분석은 이 만남을 표현하는 형식들 중 하나이다. 반복하자면 무의식은 진리가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언어체계다.
나는 영화를 소설처럼, 회화를 영화처럼, 소설을 회화처럼 본다. 그래야만 그것들은 비밀을 가리고 있던 베일 벗고 몸을 섞는다. 여인들의 몸 위로 떨어지는 빛, 무덤을 덮은 초록, 번들거리던 물빛, 그것들은 거의 동물의 몸만이 느낄 수 있는 위험한 감각이다. 아름답지만 형식은 아니다. 둘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학생들을 만나며 들려주고 들은 이야기도 이 빛과 어둠과 초록에 관한 것들이었다. 이 책은 강의록의 작은 일부다.
사실 특별 수사반 Q 시리즈에 속한 소설들은 대부분 원서가 4백~5백 페이지가 넘는 대작들이다. 하지만 그의 소설들은 이 두께 속에 신흥 종교에서부터 마약에 이르는 자극적인 이야기는 물론이고 세계화, 양극화, 이민 문제 등 거의 모든 정치 사회적 이슈들을 실감 나게 담아냈다.
사실 특별 수사반 Q 시리즈에 속한 소설들은 대부분 원서가 4백~5백 페이지가 넘는 대작들이다. 하지만 그의 소설들은 이 두께 속에 신흥 종교에서부터 마약에 이르는 자극적인 이야기는 물론이고 세계화, 양극화, 이민 문제 등 거의 모든 정치 사회적 이슈들을 실감 나게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