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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조양욱

출생:1952년

최근작
2023년 10월 <[큰글자책] 어느 장의사의 일기>

괴짜들, 역사를 쓰다

괴짜는 기인奇人이다. 범상치 않다. 파격이다. 하지만 그들의 파격은 ‘격格’의 토대 위에서 나왔다. 결코 근본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그 같은 괴짜 정신은 세상살이를 즐겁게 만든다. 모두의 삶을 살찌운다. 5년 전 『괴짜가 산다』(학고재 발간)라는 제목으로 책을 내면서 글머리에 썼듯, 일본에서는 장인匠人을 ‘쇼쿠닌職人’이라고 부른다. 장인 정신이 발휘되어 영근 열매나 기법에는 ‘예藝’를 붙여 ‘쇼쿠닌게이職人藝’라고 한다. 그냥 물건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예술인 것이다. 대물림하여 이어지는 쇼쿠닌들의 기발한 솜씨, 그 또한 괴짜 기질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여기 먼저 선보였던 이야기에서 뺄 것은 빼고 보탤 것은 보태어 다시 한 번 일본의 괴짜들을 두루 살핀다. 지금의 일본이라는 나라는 그들처럼 숱한 기인이 있었기에 이루어졌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물구나무 서서 본 일본

이따금 나는 한국과 일본이 놓인 상황을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 빗대보고는 합니다. 저들이 토끼고 우리가 거북이지요. 그런데 이 달리기에서는 왠지 토기 아닌 거북이가 낮잠을 잔다는 안타까움이 드는 것을 어쩌지 못합니다. 게다가 "틀린 문제를 다시 틀린다"는 어느 학습지 광고에서처럼, 비슷한 유형의 사고와 비리가 꼬리를 무는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허구한 날 물이 샙니다. 이러다가는 정말이지 백년하청이라는 불안이 황하의 물길저럼 밀려듭니다. 내가 바라는 바는 오지 한 가지입니다. 비안개가 드리운 지리산 기슭에서 새싹들에게 들려주었던 그 말, 일본은 타산지석으로 삼자는 것입니다. 설령 고깝게 여겨지더라도 명지적견으로 취사와 감별을 해보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먼 옛날 우리 조상이 그랫듯이, 언젠가는 다시금 그네들에게 본때 한번 보여주었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그런 날이 어서 오기를 목 빼고 기다립니다.

상징어와 떠나는 일본 역사문화 기행

다다익선(多多益善). 작년 한해 일본을 찾아간 한국인 숫자가 700만 명을 넘어섰단다. 놀랍다. 많을수록 좋다. 여론몰이에 능한 정치꾼들이 일쑤 써먹는 무작정 반일(反日)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몸소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끼는 게 으뜸이다. 등잔 밑이 어둡고 이웃집이 멀다며 손사래 치다가는 밑진다. 바짝 다가서서 똑바로 살피면 남는다. 애증(愛憎)을 접고, 내 눈의 들보부터 치우자. 비로소 길이 트인다. 제제다사(濟濟多士). 이제 눈 밝고 귀 밝고 마음 밝은 이들이 쏟아질 차례다. 지심(知心)으로 손잡으면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 얼씨구절씨구! 상징어(象徵語)를 돋보기 삼아 일본을 톺아보는 네 번째 시도, 『일본지식채널』(예담) 이래 훌쩍 10년이 흘렀다. 여전히 남는 허방 짚기의 아쉬움, 누군가에게 디딤돌로나마 놓일 수 있기를 목 빼고 기다린다.

열 명의 일본인, 한국에 빠지다

모처럼, 아니 어쩌면 40년 만에 처음일 그런 정겨운 분위기에 나까지 흥이 일어 멍석을 편다. 그 위로 내가 아는 열 분의 일본인을 모셨다. 한국을 사랑하는 그분들의 사연을 통해 불혹에 이른 두 나라의 어제를 짚어보고, 내일의 희망을 점치고자 한다.

일본 상식문답

어떻게 운을 뗄까 망설여져 붓방아를 찧다가 문득 이즈음에야 알게 된 '돌살'이 떠올랐습니다. 전통적인 우리의 고기잡이 방법이랍니다. 한자로 석방렴(石防簾)이라고 적는다면 어렴풋이 짐작이 갈는지요? 해안에다 V자를 거꾸로 쓴 것처럼 100여 미터가량 돌담을 쳐둡니다. 밀물이면 파도를 타고 돌담 너머로 고기가 떠밀려옵니다. 물때가 바뀌어 바닷물이 빠져나가자 고기들은 오도 가도 못하고 딱 걸려들게 됩니다. 이제 유유히 뜰망으로 떠서 대바구니에 담기만 하면 끝입니다. 큰 욕심만 내지 않는다면 세상에 이보다 더 신바람 나는 고기잡이가 어디 있을까 싶군요. 국내 유일의 돌살 연구서를 펴낸 주강현 박사가 '신이 내린 황금그물'이라 표현한 것을 보고 저도 몰래 무릎을 탁 쳤습니다. '일본'이라는 카멜레온을 제대로 낚는 데 그저 그만인 돌살은 어디 없을까요? 솔직히 우리 주변에는 온라인에서건 오프라인에서건 일본을 다룬 언설(言說)이 넘쳐흐릅니다. 개중에는 휙 지나쳐버리는 알짜배기도 있고, 괜스레 생색만 내는 쭉정이도 섞여있지요. 그러니 돌살을 둘러쳐 쭉정이는 흘려보내고 알짜배기만 걷어 올릴 수 있다면 그야말로 '황금그물'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언감생심(焉敢生心) 조상의 슬기에 비견할 일은 아니로되, 이 책에 매달리며 품었던 심정을 돌이키니 돌살의 시늉이나마 내자는 것이 아니었나 싶군요. 제대로 맥을 짚어도 상대를 넘어서기가 수월치 않은 터에, 허방 짚은 이야기들이 지천이라 늘 안타까웠습니다. 몇 해 전 <조양욱, 일본을 묻는다>라는 제목으로 펴냈던 것을, 내용을 다듬고 항목을 보태어 새로 낸다는 사실을 밝혀둡니다. 이 책이 지피지기(知彼知己)를 향한 여로의 노둣돌로나마 놓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그래서 저이들과 백 번 겨루어 백 번 이길 날을 가만히 헤아려봅니다.

일본지식채널

누군가가 나서서 단 하나의 상징어나마 제대로 톺아 장맛 우러나듯 깊고 은근한 경지를 펼쳐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것이야말로 험난했던 옛 사행을 거울삼아 새롭게 뚫는 지일의 바른길일 터, 무릎 치며 반기는 선각들의 추임새가 절로 들린다. "얼씨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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