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교양과 능력, 시각적 아름다움과 표정, 활동성과 매력, 이런 것들을 모두 갖추어야 미인으로 보는 전인적 미인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미인을 잘 관리하여 더 높은 차원의 미인으로 성장시키는 노력과 방법은 발달되지 않은 것 같다. 오늘날 미인의 사회적 요구가 증대되고, 효용이 확장되면서 영향력까지 커졌으나, 미인을 둘러싼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연구는 미흡하다. 과거 군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데 군주론을 말하고 제왕을 기르기 위하여 제왕학을 가르친 것처럼, 그리고 성군·현군·명군·폭군·암군 등 임금의 호칭이 분화되었던 것처럼, 미인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방향을 제시하고 개념을 분화하고 교육해야 하는 미인학의 시대가 온 것이다.
매년 7월 2째 주 토요일이면 도쿄예술대학에서 열리는 일본미술해부학회에서 만나는 사토 선생은 많은 일본인 해부학자들 중에 유독 한국인 얼굴을 하고 있어서 보다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미술에 있어 영원한 주제인 인체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하는 이가 적은 터에,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학문적 동료로서 본 이 책은, 그가 그동안 쌓은 지식과 경험이 응축된 역저로 평가된다. 번잡하지 않고 쉽게 풀어 썼지만, 인체의 뼈와 근육과 표면형상의 관계가 저절로 이해되어 미술학도의 관찰력과 묘사력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의 외모와 성격과 능력의 기본 틀은 아마도 유전에 의해 형성되는 것 같다. 그러므로 한국인인 우리가 주변의 민족들과 외모상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차이를 일으키는 유전자가 곧 성격ㆍ능력 등과 상관성을 가질 것이며, 나아가 우리의 문화적 원형을 형성하는 바탕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미래의 우리 능력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의 우리를 정확히 알아야 하고, 이를 위해 사람이기 때문에 갖는 공통적 속성이 무엇인지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유전자의 지시에 의해 만들어진 인간의 몸, 이것을 통해 인간이 갖고 있는 문화적 최대 공약수를 찾고 싶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 대상이 되는 문화를 미술을 통해 보기로 했던 것이다. 몸과 미술이라는 주제는 이렇게 나의 관심사가 되었고, 이것이 바탕이 되어 한국인의 몸과 그 마음인 한국 문화와의 상관성을 찾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