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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이름:황유원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82년, 대한민국 울산

직업:시인

최근작
2024년 3월 <패터슨>

이 왕관이 나는 마음에 드네

내가 생각하는 시는 기본적으로 잡종, 그러니까 하이브리드다. 원관념과 보조관념이라는 말. 나는 그것이 처음부터 잘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나는 그런 종류의 사고방식을 용인할 수 없다. 우리가 무언가로부터 다른 무언가를 떠올려 그것을 호출한다면, 그것들은 둘 다 동시에 무대 위에 오르는 것이다. 다른 하나가 나머지 하나의 그림자나 무의식 같은, 뭐 그런 게 된다기보다는. 이를테면 타이프라이터와 딱정벌레와 자동차와 철제 다리 보조기를 하고 걸어가는 사람을 하나로 놓기.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을 한 공간 안에 자연스럽게 밀어 넣기. 그것들은 현실에서는 절대 한자리에 놓이지 않지만 글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 흔히들 비유라고 부르는 방법을 통해. 섞이지 않는 것들을 섞인 것처럼 보이게끔 하기. 그래서 a도 b도 아닌 모호함, 어떤 열린 상태의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물론 거시적으로 보면 이 모든 게 너무나도 명징한 강박의 울타리 안이겠지만. - 에세이 「양육관羊肉串의 괴로움-동대문」

초자연적 3D 프린팅

관상용 식물은 눈이 없으면 필요 없어진다 그리고 우리는 눈의 노예가 아니다 지하철에서 꽂고 있는 이어폰은 귀가 없으면 필요 없어진다 우리는 귀의 노예도 아니다 귀가 후 마시는 한 잔의 위스키는 코가 없으면 필요 없어진다 우리는 코의 노예도 아니다 진심을 다해 부르는 노래는 혀가 없으면 필요 없어진다 우리는 혀의 노예도 아니다 외로울 때 서로 살 비벼대는 일은 피부가 없으면 필요 없어진다 우리는 피부의 노예도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는 마음이 없으면 필요 없어진다 우리는 마음의 노예까지도 아니다 나는 밤의 해변에 홀로 앉아 이 모든 것을 초자연적 3D 프린터로 백지 위에 고요히 출력해본다 2022년 8월 황유원

하얀 사슴 연못

언젠가 이렇게 쓴 적이 있다. “존재는 소음으로 가득하다. 따라서 내 앞에는 두가지 시의 길이 주어져 있다. 존재의 소음을 최대한 증폭시켜보는 길과 존재의 소음을 최대한 잠재워보는 길. 나는 이 두 길을 모두 가보기로 한다.” 첫 시집 이후 대략 육칠년 동안 두 작업은 완전히 동시에 이루어졌는데, 전자의 결과물이 『초자연적 3D 프린팅』이고 후자의 결과물이 『하얀 사슴 연못』이다. 형식 면에서 『초자연적 3D 프린팅』이 세상의 신비를 종이라는 평면 위에 입체적으로 출력해보는 한밤중의 작업이었다면, 『하얀 사슴 연못』은 제목이 말해주듯 주로 ‘하얀(백색)’과 ‘사슴(+사슴벌레)’과 ‘연못(물)’이라는 세 요소의 협력을 전시해보는 개념적 작업이었다. 이 시집이 그 자체로 하나의 전시회 공간처럼 읽혔으면, 그래서 독자들이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요소들의 생성과 변환을 느껴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앞서 말한 두 길을 모두 가본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시의 길을 두가지로 한정한 것도 좀 우습군. 길 아닌 곳도 걸어가다보면 길이 되어 있겠지. 나는 발길 닿는 대로 걸어갈 것이다. 계속. 2023년 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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