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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인문/사회과학

이름:황상민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2년, 대한민국 서울 (전갈자리)

직업:대학교수

기타: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최근작
2022년 5월 <[큰글자도서] 만들어지는 병, 조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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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공간에 또 다른 내가 있다

현실세계에 인간행동을 지배하는 법칙이 있다면, 현실과 대비되는 사이버공간에도 유사한 인간행동 법칙이 있다. 현실법칙이 질서와 규범을 추구하였다면, 사이버공간의 행동법칙은 혼란 속에서 다양한 변화를 추구한다. 사이버공간에서 보이는 인간심리의 특성도 바로 이 혼란과 변화의 속성을 반영한다. 이 책은 현실과는 다른 활동을 위해 사이버공간에 참여하거나 이 공간을 통해 현실의 특정 행동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이들 모두에게, 사이버공간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인간이 경험하는 혼란과 변화의 특성을 알려 줄 것이다.

양육가설

군주제를 유지하는 유럽 국가들의 왕실에서 자라난 왕자와 공주들은 비정상적인 유년기 경험을 거치며, 또 이들은 평범한 어른으로 자라나지 않는다. 그들은 어른이 되면 자신이 왕과 왕비가 된 듯 행동하며, 또 그렇게 지내려 한다. 군주제가 아니더라도 재벌 집안 등과 같은 특수한 가족 집단이 있는 사회라면 쉽게 추측할 수 있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주위 사람들이 그들의 왕이나 왕비 같은 행동을 받아줄 것이냐가 큰 문제이다. 만일, 몇 년 전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면, 그들은 박근혜 씨를 결코 대통령으로 뽑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반대로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녀가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으로 믿었다. 이 사회는 부모와 자식 간의 유대를 매우 강조하고 또 그렇게 믿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양육가설’에 푹 빠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나라 사람들은 독재자도 아닌 기이한 행동으로 대통령 노릇을 결코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게 되었다. 자녀 교육과 관련된 상담을 하면 할수록 계속 이런 질문을 받는다. “제가 어떻게 하면 아이가 더 잘 될 수 있을까요?” “우리 아이가 이런 어려움을 가진 것은 다 제가 잘못 가르친 탓이지요?” 자녀를 위해 무엇이든 다 하겠다는 부모 마음이다. ‘자식 농사’라는 말처럼 부모는 자신의 헌신과 기여를 통해 자녀를 성공적으로 발달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자녀 교육을 위해 이사를 세 번 했다는 맹자 어머니의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는 대다수 한국 부모의 자녀 교육과 관련된 행동 지침이다. 『양육가설』이라는 이 책은 이처럼 신화처럼 믿고 있는 자녀 교육의 핵심 원리가 ‘거짓’ 또는 ‘무효’라고 주장한다. 나는 ‘발달심리’로 심리학자로서의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30여 년 전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나는 점점 미국 심리학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에 막연한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유교적 전통과 현대 민주주의적 사고가 기묘하게 결합된 한국에서, 집단주의적 문화 속에서 각자 자기 나름의 삶을 살아가고 싶어 하는 한국인의 심리와 행동은 책에서 당연하게 표현된 내용과 그리 부합하지 않았다. 특히, 아이의 발달은 부모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점점 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1998년 출간된 해리스의 『양육가설』 초판본을 접했을 때, 그동안 막연하게만 품어 왔던 의문이 너무나 탁월하게 표현되고 설명되었다는 사실에 나는 전율했다. ‘문제 부모가 문제 자녀를 만든다’는 통념이 있다. 결손 가정, 무능한 부모, 또는 철없는 부모는 자녀를 제대로 양육하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발달심리학자로서 수십 년을 연구하고 상담한 경험을 통해 나는 이런 통념이 미신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다양한 개인의 삶의 문제들은 부모가 만들기는커녕, 각자가 가진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삶에 대한 막연한 믿음과 기대에서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쉽게 이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위적으로 또 미신처럼 믿고 있는 ‘양육가설’과 달랐기 때문이다. 10년 전 연세대학교 발달심리 수업에서 이 책 초판을 교재로 사용했을 때, 무엇보다 학생들이 이해하기 힘들어 했다. 영어책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당연하게 믿고 있던 인간심리와 인간발달에 대한 신화를 깨부수는 책 속의 놀랍고 다양한 통찰을 차마 인정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인간의 삶이나 발달적 변화란 부모나 어른의 ‘양육’이 아닌 개별 아이의 또래집단의 사회화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관점은 그 자체로 혁명적인 새로운 생각이다. 한 개인의 사회화 과정을 설명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부모가 자녀의 성격이나 행동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양육가설은 단순히 우리가 믿고 싶은 것에 불과하고, 정작 아이의 성장과 각기 다른 아이의 특성이나 성격이 형성되는 것은 자녀의 또래집단이 만들어내는 환경에 의한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한 개인의 삶과 경험이 각자 자신의 마음과 성격으로 형성된다는 새로운 이론이다. 부모의 양육에 의해 개인이 만들어지기보다는, 아이 스스로 집단을 선택하거나 속하게 되고 그 사회나 집단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생각이다. 부모의 절대적인 영향을 인류에게 다시금 인식하게 만들었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을 제치고, 각 사람이 부모의 영향이나 유전적 요인 그 자체보다는 자신이 자라는 과정에서 서로 공유하게 되는 또래집단이나 성장 환경의 영향을 더 받는다는 저자의 주장은 그동안 인간 발달에 부모가 미치는 강력한 영향을 과신했던 우리의 생각을 무참하게 깨버린다. 이 책에서는 한 사람이 긴 시간 동안 자신의 또래집단과 어떤 경험을 하며 어떻게 사회화되는지에 따른 인간 마음의 진화와 형성에 관한 이론을 알려준다. 그리고 주디 해리스는 자녀 양육과 인간 발달에 대한 통념과 당위적인 사고, 미신을 깨트리기 위해 개정판을 낸 것 같다. 하지만, 전통적인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대한 미신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아이들 개개인이 가진 특성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이는 부모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신화를 여전히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금 묻는다. “내가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가 잘 크고 또 잘될까요?” 정작 이 부모들은 아이의 문제 자체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심지어 자녀의 문제를 바라보는 당신의 마음이 어떠한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자신이 기대하는 변화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도 물론 모른다. 단지 지금 상태가 기대했던 것과 달라서 괴로워할 뿐이었다. 부모는 자신이 원하는 모습에 맞는 아이를 기대했고, 아이는 부모의 바람에 부합하지 않았다. 부모가 아이에 대한 잘못된 ‘가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자식 농사’라는 말은 부모가 자녀의 양육과 성장을 마치 농사짓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내포한다. 하지만 실제로 농사가 지어지는 상황을 잘 알려주지는 않는다. 농사란 기후변화에 따른 결과이듯, 자녀 양육도 아이의 삶의 환경에 따른 결과가 되기 쉽다. ‘부모가 노력한 결과’로 믿고 싶은 사람은 어쩌면 부모가 가져야 하는 책임이나 역할을 강조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통념은 역설적으로 지금 자신의 삶이나 성격 특성에 부모가 영향을 끼쳤다고 믿고 싶거나, 또는 조금이라도 부모의 도움을 더 받았더라면 자신의 삶이 달라졌을 것으로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편리한 구실이 되기도 한다. 『양육가설』은 부모의 관리와 통제가 아닌 아이가 만들어나가는 자신의 삶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한다. ‘아이는 스스로 자신의 또래집단과 함께 자신의 삶을 만들어나간다’는 생각을 우리가 잘 받아들일 수 있다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부모-자녀 간 문제, 또는 교육의 문제에서 쉽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사회의 성인으로 있는 나조차도 이 사회의 아이들이 자신들의 또래집단과 무엇을 배우면서, 그때그때 각기 다른 시기를 어떻게 겪어 나가는지에 대한 그림을 거의 그리지 못하고 있다. 각기 다른 코호트 집단으로 구분될 수 있는 젊은이들 그들 모두가 이제 점점 나에게도 이 나라에 사는 외국인처럼 느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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