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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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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세트] 연애보다 고양이 + 강아지 - 전2권>

눈을 맞추다

‘눈길’이 마주 얽히는 것에는 ‘손길’이 마주 닿는 것보다 더한 내밀함이 담겨 있습니다. 그 순간에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어떤 우주의 힘이 두 생生의 길을 슬쩍 이어놓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 있어 특별한 것들은 나와 ‘눈을 마주친’ 것들입니다. 그것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아끼는 물건이든 책이든 눈길이 닿은 후에 특별한 인연이 되었습니다. 그러한 우연이 그저 사소하게 오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눈을 마주친 후에는 시간을 들여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그렇게 오래 ‘눈을 맞추어’ 보아야 비로소 그것들이 내게 얼마나 특별한가를 깨닫게 되고, 그것들이 내게 가진 의미를 꿰뚫어볼 수 있게 됩니다. ‘나’라고 예외가 아닙니다. 다른 이가 나를 어떻게 바라봐주느냐가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나를 결정합니다. ‘자존감’은 다른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지 않습니다. 자존감은 나의 존재에 대한 자부심입니다. 실패가 쓰라리긴 해도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이런 자부심을 가질 만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기 위해 나와도 ‘눈을 맞추고 바라보아야’ 합니다. ‘다시’가 불가능한 딱 한 번의 삶을 살고 있기에 지금 살고 있는 하루가, 나를 둘러싼 관계 하나하나가, 내가 이 순간 집어든 책 한 권이 내게는 특별합니다. 많은 분들의 감사한 수고로 만들어진 이 책이 독자 여러분이 이 넓은 세상에서 오직 한 사람 ‘특별한 존재’라는 자존감을 갖는데, 그리고 단 한 번뿐인 ‘특별한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가는데 작지만 견고한 받침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살아온 기록’이자 ‘내 생각의 역사’가 될 여러분의 ‘특별한 서재’에 귀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달라이 라마의 행복

달라이 라마의 이야기는 듣는 이의 가슴 한복판을 관통하는 직진의 날선 힘을 가지고 있고, 따뜻하고 소박하며 친절하다. 팔십 평생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설파해온 행복에 대한 그의 철학 중에서도 고르고 고른 정수만을 모아놓은 이 책이 무한경쟁시대에 오로지 남을 앞서는 일만을 생의 목표로 삼고 있는 우리들에게 다시 한 번 ‘왜 사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브레이크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법의 해변

벤의 말처럼 이야기 속에서 진짜로 일어나는 일은 없다. 그것들은 그저 단어이고 글자일 뿐이다. 그런데 모래 위에 글자를 쓰는 것처럼 직접 행동으로 옮기면 어찌 되는가. 꿈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일들이 진짜로 일어나고,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게 된다. 꿈꾸지 않고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직 나에게 꿈꿀 수 있는 여력이 남아 있음을, 그래서 나의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믿게 되었다.

버터플라이즈

나는 이 책을 번역하며 그때의 기억을 자주 떠올렸다. 고통을 참기만 하는 것으로 사람이 성숙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 고통 속에서 이 소설 속의 캐서린 역시 사고로 화상을 입고 한창 민감한 나이에 그 상처가 삶에 미치는 영향들을 몸소 겪어간다. 상처를 가진 이의 입장에서 ‘너는 겪어보지 않았으니 몰라’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나를 보며 네가 겪을 고통을 헤아려주마’라고 하기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일 것이다. 나는 소설 속 캐서린의 성장을 지켜보며 그때 그 병실의 꼬마도 자라면서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그러면서 지금쯤은 첫사랑을 경험하고도 남았을 그 아이에게도 캐서린과 같은, 진정한 사랑이 찾아왔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캐서린을 보며 참다운 용기란 무엇인지, 참다운 아름다움이란 어떤 것인지 나와 함께 깨달을 수 있기를 기도했다.

베어 그릴스 : 신들의 황금, 정글에서 살아남기

‘베어 그릴스’라는 특이한 이름(사실 본명은‘에드워드 마이클 그릴스’이다)의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디스커버리 채널에서였다. <인간과 자연의 대결(Man vs. Wild)>이라는 제목의 텔레비전 쇼였는데, 대번에 그 이름이 내 머릿속에 박혀버린 것은 그날 사자가 먹다 남긴 얼룩말의 잔해, 그것도 목숨이 끊어진 지 족히 사나흘은 된 것처럼 파리가 끓는 것에 반색하며 살점을 뜯어먹는 걸 본 뒤였다. 아무리 전직 영국특수부대 출신이라고 해도 말이다. 일 분 간격으로 얼굴을 찌푸리게 되는 장면이 나오는데도, 사람의 본능인건지 취향인건지 그날부터 나는 소위 그 쇼의 ‘광팬’이 되어 녹화까지 해가며 보게 되었다. <인간과 자연의 대결>에서 베어 그릴스는 극한 자연환경 속에 스스로를 던진다. 칼 한 자루에 의지해 일주일을 버티는 거다. 그리고 그는 살아남는다. 그것이 사막 한복판이건, 알래스카의 얼음 벌판이건, 호주의 광활한 산맥 어느 한 구석이건, 아마존의 밀림 속이건 말이다. 인간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기본이 되는 음식과 물, 잠자리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일 텐데, 그는 언제나 자연의 생리를 손바닥 보듯 읽고 있다. 혹독한 자연 속에서 살아남는 이야기야 책이든, 텔레비전이든 넘치고 넘치지만 베어 그릴스가 특별한 이유는 그가 ‘무작정 생존본능’만으로 자연과 맞서는 것이 아니라 온갖 정보와 기술들로 무장되어 있다는 점이다.

쇼호스트 엄마와 쌍둥이 자매의 브랜드 인문학

물건의 가격표가 그 주인의 품격의 완성도와 라이프스타일의 등급을 대변해주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팬데믹 이후의 세상에 브랜드는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단지 물건의 생산자를 구별하기 위한 표식의 범주를 넘고 경제의 경계를 넘어 우리의 삶과 가치관의 표식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대는 ‘더 좋은 품질의 물건’을 찾기 위해 브랜드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추구하는 가치에 더 가까운 물건’을 찾기 위해 브랜드를 고른다. 제대로 된 선택을 하려면 짚어봐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러니 미래에 진화하는 브랜드들에 휘둘리지 않고 영리하고 심지 굳은 소비자가 될 청소년들을 위해 이 한 권의 책이 조금이라도 길잡이의 역할을 해내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연애보다 고양이

이 책을 읽어갈수록 양파 껍질이 하나씩 벗겨지듯 알쏭달쏭 수수께끼 같기만 하던 고양이의 실체에 한 발자국씩 다가서는 기분이 들 겁니다. 고양이에 대해 조금이라도 궁금한 이들이라면 이만한 호기심 해결사가 없어요. 이미 집사의 길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는 ‘고양이 말’ 이해 등급을 월등히 높여주는 참고서로, 집사 꿈나무에게는 훌륭한 선행학습서(?)가 되어줄 거예요. 아, 그런데 역효과가 좀 있긴 합니다. 고양이의 신비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되어서 좀 덜 신비해진다는 것? 그리고 ‘고양이 집사’가 되는 것은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이들이 고양이와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사랑이란 상대를 앎으로 하여 시작되고, 더 알게 되는 만큼 깊어지는 거거든요.

이 소녀는 다르다

나는 제주도에서 태어나 자랐다. 좁은 섬에서 학교란 그런 곳이었다. 더군다나 가족과 친인척을 통틀어 교직에 몸담지 않은 이를 찾기가 힘든 집안에서 자랐다면 상황은 뻔하다. 담임선생님은 엄마의 동창이고 국어 선생님은 엄마의 옛 제자였고 수학 선생님은 엄마 친구의 남편이었다. 권위와 위계질서가 서슬 퍼렇던 시절이었다. 고분고분한 모범생이 되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 수밖에 없었다. 별의별 인간군상이 존재하는 곳이 학교지만 그중에 혹시라도 별종 학생이 끼어들었을 경우 어른들은 판판한 널빤지에 튀어나온 못대가리 박아 넣듯 어떻게든 그 별난 종자를 기죽이지 못해 안달을 했다. 마치 에비처럼 말이다. 책을 번역하는 내내 나는 내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렸다. 선생님들의 고른 칭찬을 받으면서 어떤 말썽에도 휘말려본 적이 없고 나서서 아이들을 휘두르는 일도 없이,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모범생이었던 나는 에비와 함께 그녀의 생애 첫 학교생활을 함께 했다. 나는 그런 아이를 부러워했었다. 명석하고 씩씩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주저 없이 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아이. 요즘 세상에 ‘돈’도 '빽'도 없으면서 그저 옳다고 믿는 것을 실천함으로써 감히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아이. 처음에 에비를 멀리하고 손가락질하던 학교 아이들이 그랬듯 내게도 우주인 마냥 친구가 되기란 힘들 것만 같았던 아이. 요즘 세상에 에비 같은 아이들이 결국 안착하게 되는 곳은 아마 대안학교쯤일 것이다. 그러나 에비는 학교라는 제도권에 정면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온몸으로 맞부딪쳐 나간다. 사교육의 힘으로 국·영·수 파워를 올리는데 혈안이 된 아이들이 보는 세상과 에비가 보는 세상은 동네 우물과 태평양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살아지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은 비단 어른들의 세계에만 통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을 읽는 학생 독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나처럼 나중에 무릎을 치지 말라는 것이다. 과연 지금 내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자.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고 생각한 대로 사는 일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모두가 에비가 될 필요는 없지만 에비처럼 편견 없이 세상을 보는 이상주의자를 가슴 한켠에 살려둘 필요는 있다. 그래야 적당히 타협하는 법을 배운 뒤에도 최소한 비겁해지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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