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그리는 화가가 타인의 사랑을 바라며 살짝 덧그린 토끼처럼, 때로는 사담에 가까운 이들의 말은 멀지 않은 미래에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지길 기대하고 있다. 어떤 은밀한 말도 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이어질 기록들은 어질러진 대화에 가깝다. 시를 좋아하지만 시 쓰기가 괴로워 자주 실의에 빠졌고, 문학에 대해 말할수록 문학을 더 모르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다 알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문학이 좋은 것 같았다. 이들은 대화를 마음껏 어지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책머리에」 중에서, 저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