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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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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큰글자책] 그린 노마드>

그린 노마드

내가 쓰는 모든 글은 시詩로 출발하지만 시에 이르지 못한 것은 산문이 되고 산문이 되지 못한 문장들은 텃밭에 거름으로 보탰으니 숱한 밤을 지새운 시간들이야 억울할 것이 없다. 모처럼 사진 없는 여행 산문을 선보인다. 비로소 ‘보는 여행’에서 ‘생각하는 여행’으로 안내할 수 있게 되었다. 체 게바라였던가, 가보지 않고 경험하지 못한 것을 상상하는 일이 가능하냐고? 내 답은 불가다. 경험 없이 지식이나 머리로 얻은 것은 진짜가 될 수 없다는 믿음. 나에게 여행은 가짜가 되지 않으려는 몸부림은 아니었을까. 여행자의 시간을 반납하고 숲 가까운 곳에 정주를 결심한 후 단순한 일상을 누리는 현재의 삶을 ‘그린 노마드’라 정의하고 싶다. 매일 매 순간이라는 선물, 남루조차 평온으로 이끄는 여여, 이 책은 숨어있는 우리 모두의 자아, 혹은 지금과는 다른 여행을 꿈꾸는 그대의 주머니에 가만히 넣어주고 싶은 나의 작은 메시지다.

사과나무가 있는 국경

날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삶 여행은 배낭에 무엇을 넣을까 고민하는 순간부터 시작이지만 일상으로 복귀한 후에도 길 위에서의 날들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면 몸이 어디에 있든 여행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여행은 안주 혹은 정주의 반대말이 될 수 없다. 욕망을 긍정한다고 타락이나 방종을 허락하는 건 아니지만 살면서 행복 대신 일등이나 부자가 되려는 욕심에 눈이 멀어 알게 모르게 상처를 준 일이 얼마나 많았을까. 여행은 그런 나를 반성하게 했다. 고통과 시련은 집 밖을 그리워 한 죄의 대가로 달게 받겠다. 그리고 깊고 따스하고 흔들림 없는 영혼을 만날 때마다 심장이 터질 듯 좋았다는 것에 감사하며 ‘아니오’라고 말해준 모든 이들에게도 같은 인사를 대신하고 싶다. ‘여행 중에는 여행만 생각하자.’ 출발은 단순했다. 하지만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았고 날로 걷잡을 수 없는 감정으로 웃음과 눈물샘이 발달한 것도 아울러 감사한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미각을 자극하는 음식과 축제와 박물관을 돌아보는 것만이 여행은 아닐 것이다. 거기엔 의식을 자유롭게 확장시키는 정신적 향유 ‘사색여행’도 존재한다. 어느 여행자는 좋은 여행의 정의를 ‘내 것을 나누어 그들을 아름답게 하는 일’이라 했지만, ‘그들의 좋은 점을 발견 내 삶을 이롭게 하는 것’으로 반대해석을 붙여도 좋겠다. 인류애를 생각하면 아프리카로, 죽음을 생각하면 인도로 가야 한다는 것도 관념에 불과하다. 어디든 나를 온전히 맡기므로 일체감과 충족감을 동시에 느끼는 내 여행의 멘토는 역시 사람이고 길이다. 쉿! 이제 입을 닫을 때다. 신(神)이 너무 가까이에 있다. 모두에게 미안하다. 숨어 우는 새처럼 살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더 미안하다. “내 상상이 번번이 실패하는 일 따윈 두렵지 않다. 아직도 여행을 생각하면 가슴이 뛰니까. 그리고 새로운 길에 설 때마다 느낀다. 내 삶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풍경 속을 걷는 즐거움, 명상 산책

걷다보면 몸이 속도를 감지하게 되고 그 속도가 곧 자연의 속도라는 것을 인식하는 일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그것은 걷는 의식의 속도라기보다 몸이 요구하는 속도여서 그 같은 몸의 요구에 따르다보면 마음이 따라오는 일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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