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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안상학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2년, 대한민국 경상북도 안동

직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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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꿈속의 꿈>

권종대

농민운동가이기 이전에 당신께선 문학과 시를 사랑하셨습니다. 평생 문학청년 같은 뜨거운 마음을 지니고 사셨습니다. 죽음을 미리 예감이라도 하셨는지요. 미리내를 가슴에 들이고 당신은 이 땅에 두 발 디딘 채 스스로 하늘이 되셨습니다. 당신의 마음 미리내로 흘러 이 나라 농민, 나아가 이 민족의 통일된 가슴을 이으며 영원히 살아 계십니다.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내 인생의 대지에 나는 시를 뿌렸다. 내가 고른 씨다. 못난 손길로도 예쁘게 싹이 텄고, 슬픈 마음으로 어루만져도 기쁘게 자랐다. 꽃이 피었던 기억은 있는데 열매는 글쎄다. 시의 열매는 무엇일까 묻지 않았다. 삶이 여물면 시도 여물겠지 하며 지냈다. 사실 그것이 열매가 아닐까 생각하며 서두르지 않았다. 남의 논밭 기웃거리지 않았고, 남의 작물이며 작황에 마음 쓰지 않았다. 그저 내가 뿌린 씨 하나도 버거워하며 나는 나의 대지에서 시와 함께 소요했다. 꽤 오래되었다. 살아가는 몸과 마음에 자꾸 무거워지는 것들이 있다. 나는 그것을 덜어낼 때 시에 의지했다.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자꾸 무거워질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시는 내 등을 받아줄 것이다. 그 어떤 것으로도 덜어낼 수 없어서 힘들어 할 때도 시는 내 등을 덥혀준 또 하나의 나였지 않은가. 내 생명이 아직 붙어 있는 것도 다 시의 생명에 호흡기를 꽂은 덕이다. 이제 시와 나의 은밀한 거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그것으로 만족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시여, 고맙다. 나랑 똑같이 생겨먹기까지 해서, 그렇게 살아주어서.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

시를 쓰면서 시를 쓰지 않아도 좋은 날이 오기를 빌었다.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세상은 사랑보다 슬픔이 많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렇더라도 시를 쓰지 않아도 좋은 날이 오기를 빌고 또 빈다. 자꾸만 늘어나는 슬픔으로 자꾸만 줄어드는 사랑을 차갑게 안는다. 자꾸만 녹아내리는 빙산을 안는 심정으로. 2020년 가을 드는 무렵 안동 우거에서

시의 꽃말을 읽다

시란 무엇인가. 무수한 정의가 있어왔지만 정답은 없다. 시는 삶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삶이란 무엇인가. 무수한 정의가 있어왔지만 속 시원한 정답은 없다. 현실적인 삶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체로 삶이 어려워진 이유는 자연을 떠났기 때문이다. 담장 밖으로 밀어낸 자연스러운 삶을 두고 담장 안의 억지 삶을 살기 때문에 어려워진 것이다. 내 식으로 굳이 시를 정의하자면 자연스러운 삶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반영하는 것 정도가 아닐까 한다. 많은 시인들의 생각과 삶이 그러하고, 시가 그러하다. 시를 오랫동안 읽어왔지만 연재기간 만큼 집중해서 읽은 적은 없다. 이 기간에 새삼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바로 시가 태어나는 지점. 시인들은 무엇 때문에, 어떤 것을, 왜 쓰는지에 대한 내 막연한 생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는 고통 속에서 태어난다고 했던가. 그렇다. 시는 인생의 사계절 중 겨울에 태어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는 겨울의 언어였던 것이다. 겨울 중에서도 매서운 바람이 불거나 눈보라가 치거나 어둠이 내리면 시는 더욱 빛나는 존재로 태어난다. 여기 모인 50편의 시들도 예외는 아니다. 온전한 삶의 원형으로부터 분리되어 고립무원으로 던져진 영혼들의 언어다. 인간이 지닐 수 있는 다사로운 사랑의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단절되어 철저히 혼자가 된 슬픈 시간과 고독한 공간의 노래다. 못 살겠다고 발버둥치거나 힘들다고 발광을 떠는 것이 아니라 기다림과 견딤으로 한밤을, 한겨울을 건너가는 소리 없는 절규다. 대자연이 그러하듯이 삶의 겨울도 새롭게 태어나는 봄으로 이어지고 마는 필연에 대한 긍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가능한 삶의 민얼굴들이다. 슬픔을 사랑하는 과정에서 걸러낸 금쪽들의 담담한 표정들이다. 시는 겨울을 건너가는 방식에 대한 깨달음이다.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에 처했을 때 자가 격리와 자발적 소외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삶을 그러안는다. 겨울 세상에 널린 뭇 생명들만큼이나 많은 동류의 외로움과 고통에 동참하여 동고동락한다. 무연자비無緣慈悲, 하찮고 보잘 것 없는, 인연 아닌, 인연 없는 것들과 슬픈 사랑을 나눈다. 그리하여 조곤조곤 속삭이는 말과 다독이는 손짓의 언어들을 원고지에 옮겨 심는다.

아배 생각

아배처럼, 부재의 상처를 하나하나 시로 빚어다가 내다버린 지 삼 십 년이다. 지금 도 내 곁에는 나를 혼자 두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들 천지다. 그들도 언젠가는 아득바득 내 시로 빚어다가 내다버릴 것이다. 사는 동안, 나는 나를 영원히 안 떠날 터이지만, 적어도 나 때문에는 내가 외로울 리 없겠지만, 언젠가는 나도 나를 버려야할 날이 한 번은 올 것이다.

안동소주

가슴속에 넣어두고 키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오직 하나 별이었으면 좋겠네. (…) 한 천년 거리에서 살다가 지금은 다 부서지고 흩어져서 오직 빛으로만 남은 별이었으면 더 좋겠네. 한 천년 내 가슴속에 눈물처럼 머금고 살다 어느 한순간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그런 별, 별 하나만 가슴속에 있었으면 좋겠네. -「별」 중에서. 산술적인 의미가 무에 그리 대단할까만, 낡은 한 천년의 끄트머리에서 시집 한 권을 묶는다. 모두가 빚이고, 모두가 짐이다. 시에게도 미안하다. 공소시효가 지나버린 것들을 뺀다고 뺐지만 군데군데 남아 있다. 너무 늦게 시집을 내어서 그렇겠지만, 내 시가 너무나 즉자적인 반응의 산물이기 때문이리라. 다시 말해서 내 시가 너무 빨리 낡아지는 것은 아무래도 현실적이라는 혐의가 짙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발을 뺄 생각은 없다. 오히려 더 뿌리를 깊게 내리면서 꿈을 더 멀리 가질 생각이다. 오래오래 생명을 유지하는 시가 그립다. 고맙다. 시집을 내는 데 이지가지로 이바지해준 분들이 많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안동에서 - 초판본 시인의 말

안동소주

스무 해 전에 묶은 시집 『안동소주』(실천문학사. 1999). ‘안동소주’는 오랫동안 내 이름자 앞에 별호처럼 따라다녔다. 절판된 지 꽤 되었지만 요즘도 가끔 듣는다. 반갑다. 책을 뒤지다가 오래된 편지를 발견한 기분이랄까. 스무 해 만에 다시 묶는다. 안동소주는 오래 묵힐수록 깊은 맛이 난다. 좋은 시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시편들은 아직 날것 그대로다. 버리지 못하고 다시 묶는 뜻은 지금 쓰는 내 시들이 지나온 경로이기 때문이다. 지울 수 없는 길이기에 다시 드러낸다. 부끄럽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다. 2019년 5월 어느 날 - 시인의 말 - 복간본에 부쳐

오래된 엽서

풍뎅이의 목을 비틀어 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노래 부르며 땅을 어르던 어린 시절, 그 마음으로 시를 쓰고 싶었다. 그러나 돌아보면 나는 아직 개미를 밟아 죽이는 딸을 나무라고 있다. 어린 마음과 사랑을 노래하기에는 몸과 영혼이 너무 굳어버린 것일까. 영혼이 젊어지는, 어려지는 샌물이 내 가는 길 한 모퉁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버드나무가 머리를 감고 있는.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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